뜰에봄꽃집에서

'뜰에봄' 아호변(雅號辯)

뜰에봄 2007. 8. 22. 09:07

제가 처음 꽃집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혼자 이것저것 떠올리다말고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엄마가 꽃집을 힐 건데 꽃집 이름을 같이 한번 생각해 보자고 했어요.
겨우 열 살인 어린이인지라 아무 기대도 없이  그냥 해본 소리였지요.
그런데 의외로 어른들의 사고로는 생각할 수 없는 신선한 이름을 생각해 내더군요.
그때 아이가 내어 놓은 이름으로는 '들판꽃집 ( 들에 꽃이 많잖아 ), 나비꽃집 (꽃이 있는 곳엔 나비가 있다) ,  
향기로운 꽃집(꽃은 향기롭다) , 활짝 핀 꽃집 (활짝 핀 꽃은 아름답다), 봄에마당꽃집 ( 할머니 집에 가면 봄에 마당에  
예쁜 꽃이 가장 많이 피잖아)  ~ 였답니다.
그중  끌리는 이름이 "봄에마당꽃집' 이었어요. 아이가 말하는 봄에 마당은 바로 제 엄마의 마당이기도 하니까요.
사실 '봄에마당' 은 문법상으로 맞지도 않은 말인지라  이래 저래 뒤집기도 하고, 말을 바꾸어 보기도 했지요.
'마당대신에 '뜰' 자를 넣어 봄뜰로 할거나?
그런데 봄뜰은 벌써 다른 꽃집이름이 있는 것 같았어.
그래, 그러면 으음~ 맞어,  뜰에봄이 좋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뜰에봄' 이 태어 났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에는 스산한 바람이 일면서 낙엽이 후두둑 지는 가을철이 좋더니만
점차 나이를 먹어 갈수록 새잎이  새록 새록 돋아 나고, 예쁜 꽃들이 배시시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이 좋아진 탓도 있었지요.

ㅡ 여기 뜰에봄 꽃집에 눈길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뜰에봄'은 늘 봄같은 마음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겨우내 얼었던 땅속에서 한 움큼의 햇살을 의지하며 피어나는 여리디여린 새싹들,
예쁜 꽃, 아지랑이 속을 넘나드는 벌 , 나비떼들....
그런 것들을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평화로움과 아름다움, 따순 희망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가요?

비록 보잘것 없는 터에 어쭙잖고 미숙한 솜씨로 꾸민 뜰이지만 이 뜨락을 찾아 주시는 분들과는
정말이지 필요와 공급의 차원을 떠나서 뜰에 봄이 피어나는 마음으로, 진정한 아름다움과 멋을 나누는
다정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995년 햇살 고운 날,  ㅡ봄뜰을 가꾸는 이 홍**  적음 ㅡ

윗 글은 그때 당시 제 나름으로 ' 뜰에봄' 에 대한 의미도 되새길 겸 해서  적어 본 것이랍니다.
그리고선  작은 엽서에 옮겨써서 지금도 탁자 구석자리 유리밑에 끼워 두고 있는데  가끔 들여다 보며 첫마음을
되돌아보곤 합니다..
꽃가게 일을 하다보면 때로 짜증스럽고, 못마땅한 손님을  접하기도 하는데 그럴때
저 글이 떠오르면 화들짝 정신이 차려지면서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곤 한답니다.
뜰에 봄이 피어나는 마음으로...운운한 제 스스로가 입으로만 나불거린 것 같은 게 부끄러워서도 말에요.

그리고 어느날 아침편지로 날아든 이해인님의 '봄과 같은 사람' 이란 詩도 제 마음깊이 와 닿아 '뜰에봄' 의 의미를 새롭게 새긴 바 있습니다.


* 봄과 같은 사람

봄과 같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
기뻐하는 사람,
따뜻한 사람,
친절한 사람,
명랑한 사람,
온유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창조적인 사람,
긍정적인 사람일게다.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고
불평하기 전에
우선 그 안에 해야 할 바를
최선의 성실로 수행하는 사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다.

정말이지 저는  언제나  봄과 같은 사람이 , 뜰에 봄처럼 따사로운 기운을 나눠 주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업으로 삼고 있는 꽃집 이름이 '뜰에봄'이기도 하려니와 , 그 '뜰에봄' 이란 대한 저의 애착도 남달라
제 대명을 자연스레 '뜰에봄' 으로 쓰기 시작한 거지요.
그런데요. 기실은 제가 (이건 귓속말 ㅡㅡ> 여지껏  '뜰에봄' 답게 살지 못하는지라 많이 부끄럽습니다. )
이렇게 다 말씀드리고 나니 앞으로 제가 고약한 성질머리를 내 보이는 둥 실망을 안겨 드리게 될 때엔
  ' 거 거 이름값 좀 하소' 라고  질책을 해 오셔도 할 말 없게 생겼습니다요.

* 뜰에 봄이 무르익을 즈음, 화전이나  한번 헤야 겠습니다.. 살랑 살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