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내일 저는 길 떠납니다

뜰에봄 2007. 9. 1. 05:20
'길 떠나는 사람들' 인 윤영애와 김기애,남효정과 저 넷이서 내일 길 떠날 계획을 짜놓고 있습니다.

ㅡ삼남대로 도보 여행ㅡ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기준으로 옛길을 추정, 해남 괸두포라는 곳에서 숭례문까지 걸어본다네요.

 총 458킬로인데 매달  60~80 킬로 걷기로 한다면 7~8 개월이면 가능다고 합니다.

 저는 누가 어디든 간다고 하면 (경상도 말로 한 갈구쟁이에 두다리 끼고) 따라 나서고 싶은 사람이니 만큼 이번에도 선뜻 가기로 작정 해 버렸습니다.

사실 전 마냥 걷는다는 데는 그다지 마음이 동하지 않습니다.

솔솔 이쁜 오솔길이면 몰라도 차가 쌩쌩 지나가는 재미없는 포장도로는 참 지겨울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기동력 좋은 차를 타고 경치 좋은 데 골라 찾아가고,맛있는 거나 사먹고 '나,거기도 가 봤다,저기도 가봤다.' 그러는 게 전 더 좋겠건만 ...싶은 솔직한 심정이랍니다.

 하지만 이미 국토 도보 종단 여행을 치룬 바 있는 윤영애가 다시 도전하겠다고 덤비는 여행이니 만큼, 그 만큼,다리품을 팔게 되는 만큼 뭔가 또 다른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길만 보면 걷고 싶다는 윤영애에게 '야,니는 전생에 나귀였더냐?' 그랬더니 영애는 그 특유의 차분 느릿한 말투로  '언니이~나그네 아니구 나아귀이?!' 하길래 '그래,나귀!'(단호하게) 라고 되받아 준 적이 있습니다만 왜 그 말 을 할 당시엔 걷는 짐승으로 '나귀' 밖에 안 떠 오르던지요?...

 짐싣고 힘겹게 걷는 나귀보다 짐은 실었을지언정 훤칠하니 긴 다리로 멋잇게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라고 해 줄 걸 ....한참뒤에야 실없이 떠 오르던 생각이었음다.

 아무튼 전생에 나귀였든 낙타였든 길 떠나기 좋아하고 길 걷기 좋아하는 영애를  따라 나도 길 떠나는날이 내일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이젠 근력(?)도 좀 부치고 보폭도 짧은 내가 가다가 주저앉게 되더라도 평소 내 길 떠나기 동료들의 인간성으로 미루어 날 괄시야 않겠지 , 미더운 마음이 생깁니다.

 

 * 뜰에봄 꽃집은 내일부터 사흘간 휴업합니다.

  - 정 제가 그립고 저의 안부가 궁금해서 못견디시겠걸랑 손전화(011-441-1085) 라도 주십시요.-

 히히...근데 방금 드린 이 말은 취소입니다.

 괜히 말해놓았다가 전화 한 통도 안 오면  영화 '친구'의 한 대사처럼 ' 쪽팔리가아 ~ ' 취소여 취소.

 

                2002. 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