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게에 나오려고 버스를 탔다.
카드를 충전시키고 쭈르르 밀리듯이 운전석 쪽 뒷 자리에 앉았다가 햇볕이 비치기에 운전석 반대편 제일 앞자리로 갔다.
나는 앞이 환히 보이는 그 자리에 앉는 걸 대체로 즐기는 편이다.
앉으려고 엉덩이를 들이밀면서 힐끗 자리를 보니 엥? 이게 뭐여? 만원자리 지폐 몇장이 접혀진채로 놓여 있었다.
우선은 그 돈을 그냥 오른쪽편으로 밀어내 놓고 앉았다.
아마 누가 앉았다가 호주머니에서 밀려나 빠진 것 같았다.
버스에는 그맘때 항상 그 버스가 그렇듯 승객이라야 고작 3명만이 타고 있었다으니 아무 눈에도 안 띄였으리라.
몇 정류장을 거칠때까지 이걸 어째?
' 그냥 모른 척 오른쪽 주머니에 쑤셔 넣어 말어?'
' 차라리 기사에게 주어버릴까?
' 그냥 주기에는 좀 아깝네.
' 그럼 누가 돈 잃어버렸다고 그 버스로 연락이 오면 나한테 연락해 달라고 명함이라도 건네 줄까?
' 근데 어느 바보가 지갑도 아니고 현금을 잃어버렸는데 찾겠다고 연락을 취할까?
이런 저런 #$%%^^갈등 끝에 에라 모르겠다, 내 주머니에 넣고 말자,
내리는 곳 두 정거장을 남겨놓은 지점에서 주머니에 쓰윽 넣어버렸다.
~ 버스에서 내릴 때는 왜 그렇게 뒷꼭지가 당기던지 원
마치 내가 못 할 짓을 한 사람처럼 말여.
내가 사실 정직하게 사는 거 하나는 여태 신조처럼 지키고 산 사람인데, 남이 흘린 이깟 돈 몇 푼을 글쎄 돌같이 못보겠더라니까.
내려서 돈을 펴 보니 만원짜리 다섯장하고 천원짜리 두장, 해서 5만 2천원이이었다
주머니에서 빠진 돈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러면 돈 임자는 필시 남자인 것 같고, 그러면 그 흔한 지갑도 없이 그냥 주머니에 쑤셔넣는 형편이면 그 처지가 그리 넉넉지 못함은 자명한 사실이구만
아, 이거 남의 가슴아픈 귀한 돈아냐?
막상 돈은 챙겼지만 이 돈 잃고 상심이 클 사람 생각하니 마음이 솔찮이 안 편하다.
내가 정말 잘 못한 건 아닌겨?
마음이 하도 찜찜해서 친한 아우에게 ' 원숙아 있잖아, 내 아침에 버스타고 오다가 이렇고 저렇고 ....주절 주절 ~~~' 일렀더니 에게, 형님이 잘못한 건 아니라네.
'이 돈으로 나중에 맛있는 거 사먹자' ~ 일단 이렇게 말해놓고, 정말 한 턱 쏘는데 다 써버릴 요량이다만 이런 불로소득이 처음 경험하는건데 생각보다 개운하게 기분좋은 것만은 아니구먼.
아무쪼록 이 돈임자가 돈을 잃어ㅈ버리고 오랫동안 알찌근해 하지 않아도 될 형편이면 좋으련만....
* 이상, 오늘 지가 버스를 타고 오다가 생긴 일입니다.
누가 오늘 오전 버스에서 5만 2천원 잃어버린 사람 있걸랑 연락하소. 내 기꺼이 돌려 드리리다. ^^*
2003,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