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봄꽃집에서

뜰에봄 꽃집 단골손님 중에...

뜰에봄 2008. 2. 25. 08:03
영준이란 아이가 있다.
영준이는 지금 정신지체아이고 정신지체아를 가르치는 선진학교 중학생이다.
영준이는 내가 꽃가게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 가게에 오기 시작 했으니 8년도 넘게 꽤 오랜 단골인 셈이다.

  그애는 우리 가게에 들어서기만 하면 우선 눈빛부터 달라진다.
눈동자를 이리 저리 사정없이 굴려가면서  인조로 만든 풀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이것 저것 고르기에 여념이 없다.

영준이는 꽃보다도 잎을 더 좋아한다,
처음에는 저거, 저거 하면서 손짓을 하다가 나중에는 마음이 급해 자기가 가게를 헤집고 구석구석 뒤지면서
마음에 드는 걸 찾아낸다.
가져간 것들을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그걸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서 떼어보기도 하고 붙여보기도 하면서 논다네.

요즘은 중학교다니기 때문에 영준이가 시간이 많지 않아 가끔 온다.
그 대신 영준이 엄마가 '영준이 말 잘들으면 꽃 사준다 ' 하고 약속이 정해진 때에  대신 온다.
오늘도 영준이 엄마가 대신 왔다.

형편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닌 것 같고, 온전치 못한 정신지체 자식을 둔 처지가 딱해서 나는
 돈받고 파는 물건 외에 이것 저것  구석에 쟁인 조화를 찾아 내어 들려준다.
늘 미안해서 어떡해요, 어떡해요 하는 영준이 엄마.....
정신 지체아를 둔 그 심정이 어떠할꼬.

영준이는 생화 꽃꽂이도 좋아한단다.
어쩌다가 생화가 있으면 잘라서 병에 이렇게 저렇게 꽂아보곤 하는데 얼마나 예쁘게 꽂는지 모른다네.
그래도 그 말을 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런 영준에게 꽃꽂이를 한번 가르쳐 봤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월요일날 은행에 꽃꽂이 해 주는 날인데 한 소재 남겨놓았다가 영준이 수업용으로 쓸까나?
내가 그런 뜻을 비추자 영준이 엄마가 반색을 한다.
다음주 부터 오라고 했는데 영준이가 와준다면 차근 차근 지도해 줄 참이다
그래서 나중에 커서 꽃집을 경영해서  자립이라도 할 수 있게 되면 좋으련만...

영준이를 볼 때마다 나는 아마 전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전생에 천상의 화원지기로  꽃을 가꾸지 않았나 싶다.
안 그러면 꽃을 보고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는 없을것이다.
영준이를 보면 여태 죄한번 짓지 않고  아름다운 꽃에만 탐닉하는,  착하고 순수한 영혼
그 자체를 느끼게 된다

2003 년 11 월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