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봄꽃집에서

특별한 꽃바구니

뜰에봄 2008. 5. 13. 07:50

어제는 석가탄일이어서 남편도 쉬기에 나도 가게에 나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예전에 낙원떡집을 하던 막내삼촌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 삼촌은 떡집을 그만 둔지 벌써 7 년인가 하는 세월이 지났는데 내 핸드폰 번호를 물어 물어

전화를 하게 된 것이라 했다.

같이 일하는 아줌마 딸이 죽었는데  생일이라 꽃바구니를 꽂아서 절에 가지고 가려고한단다.

돈에 상관하지 말고 특별히 예쁘게 꽂아가고 싶어 하길래 우리 꽃집이 생각나더란다.

그러니 안 해 준다고 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일찌감치 청계로 가서 상철이 내외와 등산을 하려고 했는데

오후로 미루고 새로 싱싱한 꽃을 사서 꽃바구니를 만들었다.

살았으면 올해 24살인데, 노란색을 좋아했다고 한다.

노란장미와 연 노랑 스프레이도 섞고, 쏠리도 끼워넣었다.

보라, 흰색의 공작도, 하얀소국도 넣었는데 유달리 애잔하고 예쁘다.

다른 때같으면 신이나서 내 손이 춤추듯 꽃바구니를 누빌텐데 눈 앞이 자꾸 흐릿해져 와서

느릿 느릿  더디게 꽃바구니를 완성할 수 밖에 없었다.

살아서 두 눈으로 보았으면 틀림없이 너무 예쁘다고 탄성을 지을텐데...

 

"혜영아 생일 축하해.

 ㅡ사랑하는 엄마가..."

리본을 달아주는데 가슴이 미어졌다.

내 마음이 그럴진대 그 딸을 가슴에 묻은 엄마의 심정을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