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4월 5일 주일-고운 님들과-
어제 저녁에 이어 쓰는 일기 입니다.
아직 밖은 미명만 있는 이른아침 사랑방에 지난밤을 지내신 도솔천 님과 산유 님은 날이 새기도 전에
불도 켜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릴적에 손님이 오시면 딱 하시던 풍경이지요.
그러면 어머니는 해장할 꺼리를 마련하여서 들여 보내 드립니다.
그 생각이 나서 저도 딸기를 박아지에 숫가락으로 비벼서 딸기우유를 한잔씩 해 드렸습니다.
남편과 제가 교회에 다녀 올 동안 손님들은 밭으로 가서 봄나물을 뜯었습니다.
점심때에 당진에서 맑은영혼 님과 야초 님 그리고 고와 님이 합세하셔서 점심을 나누고 동강할미꽃을 만나러 떠났습니다.
지난번 노인봉 님과 비가와 님네와 갔을 때 아직 피질 않아서 못 보고 왔는데 이제 때가 되었을 것 같아서
출발을 하였는데 갈 때는 늘 맘이 설레입니다.
그가 올해도 거기 있을까 꽃을 피우기는 하였을까 하는 것들 때문입니다.
처음 입구부터 엄청나게 힘을 빼는 등산로는 그곳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싶게 만듭니다.
절벽 같은 길을 30분쯤 힘겹게 올라가면 딱 만나게 되는 이 청노루귀가 그동안의 힘든것을 싹 잊게 해 주는
보물을 만나는 기쁨을 안겨 주지요.
아직도 동강할미꽃을 만나려면 두개의 봉우리를 더 넘어야합니다.
힘을 내어 영차영차~
굽이 굽이 도는 동강의 물길을 가끔 뒤돌아보며 오르는 산길.
우리가 넘어 온 산들을 바라보며 인생을 살아 온 것을 뒤돌아 보는 시간도 덩달아 가지게 됩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시간도 있었고 어딘지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망설인 적도 있었지만
어느때 쉬면서 뒤를 돌아보면 모든시간들이 아쉽고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됨 같이
올라 온 산을 한 눈에 바라보며 감탄과 아름다움을 한 눈으로 더합니다.
모진 강바람에 절벽에 선 소나무는 바람결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자랐군요.
드디어 동강할미꽃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많이 없어져서 아쉬움을 더해 줍니다.
이곳을 떠나면 잘 살지도 못하는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음이 찡합니다.
다행히 작년에 있던 곳에 올해도 피었습니다.
조금 이르게 올라 온듯도 싶구요.
그들이 거기 있어 올해도 산을 올라 봅니다.
야초 님께서 싸 오신 쑥떡을 오늘의 목적지에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너무나 맛났지요 지금까지 먹어 본 중에 제일로 맛있는 떡이었습니다.
고운님들과 함께 하여 더 즐거운 산행이었지요.
늘 거기 있어 우리를 반겨주는 이쁜 그들
올해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