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부산 선옥이 집 ㅡ 09418

뜰에봄 2009. 6. 24. 17:54

 큰오빠께서 칠순이시라 부산에서 가족모임을 끝내고나서 선옥이 집으로 갔다.

나는 몇 번 갔지만 남편과 동후는 1993 년 부산을 떠나온 후 그 이듬해 한번 만나고, 처음 만나는 것이다.

 

 

 

우리가 선옥이 집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태성이 엄마, 아빠도 오셨다.

태성엄마 선남이는 입이 부르텄다며 손으로 입을가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결혼해서 살 던 중 부산에서 살 때가 가장 재미있게 보낸 듯하다.

태성이네, 경인이네, 철재네. 선옥이네, 우리까지 해서 다섯 집이 낮에는 여자들끼리 어울리고'

저녁에는 부부 함께 참 많이도 어울려 다녔다. 걸핏하면 일광으로 회먹으로 다니고, 전라도 경상도까지 누비며

천렵하고,기름솜방망이 준비해서 장안사계곡으로 불치기 가선 민물장어를 잡기도 했다.

 

 

 

남자들 셋이 한 판 찍겠다고 해서...(상당시리 다정한 폼을 잡고 있구먼.)

 

 

 

사교성이 부족하기 이를데 없는 남편도 부산 살 때를 못 잊어 한다.

창우아빠가 마눌한테 꿀밤먹이려 드는 줄 선옥이는 꿈에도 몰랐을거다.

이 사진 땜에 부부싸움하면 우야꼬?

그 집 벽에 붙어 있던 글을 잘 보이게 이 아래에도 붙여놓아야 겠다.

 

 

 

선옥이 부부가 가끔 토닥거리면서 서로를 원수같다고 하자 큰 아들 창우가 위와같이 써서

벽에 붙여놓고 갔다고 한다.ㅎㅎㅎ...

그래서 선옥이 내외는 <지발쫌>을 입에 달고 다니다가 마침내 원수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선옥이가  항아리를 들고 나오더니 '이런 거 우리 집에 놔두면 어울리지도 않는다. 언니가 좋아하니 언니 갖고 가라' 했다.

저 항아리는 선옥이 어렸던 옛날에 선옥이 아버지가 밤나무과수원을 개간하던 중에 땅에서 나온 것이라한다.

예전에 부산에 살  때 두 점이나 얻었는데도, 선옥이 집에 달랑 한 개 남아 있는 것인 줄 알면서도 나는 탐이 나서 주는대로 받았다.

암만 즈그집에 어울리지 않는다해도 왜 중하지 않을까?

선옥이 어버지가 고향집 과수원을 일구시는 중에 캐 낸 것이어서 추억도 있는 물건이고, 비록 주둥이가 깨어지긴 해도

 오랜 세월의 풍상이 배인 (가야시대로 추정되는) 골동품이 아닌가.

나는 안다. 오랫만에 만난 언니에게 뭐라도 들려 보내고 싶은 선옥이 마음을..

요모조모 다 헤아리면서도 준다고 넙쭉 받아 온 내가 참 뻔뻔스럽기도 하다. ^^

그래도 좋은 걸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