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선물
동란이가 택배로 참외를 한 상자 보냈다.
밭에서 딴 즉시 부친 것이라고 한다.
모양도 좋고, 무엇보다 싱싱하고 달다.
동란이와는 일 년 에 몇 번 통화를 할 뿐 서로가 무소식이 희소식이려니...하고 지내는 사이다.
그래서 아직 우리 동후가 제대한 줄도 모르고 있다가 참외때문에 내가 전화하는 바람에
동후안부를 묻다가 제대 한 줄 알고는 반색을 했다.
'니는 그럼 동후아빠하고 나하고 둘이 사는 줄 알면서 참외를 한 상자씩이나 보냈냐?' 고 하니까
'뭘 그까짓 흔해빠진 걸 가지고,,,' 그런다. 하여튼 빼빼마른 여자가 배포 큰 거 하나는 알아줘야한다.
참외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면서...노랗게 잘 익은 참외를 보니 네가 생각나더라고만 해도 고마울 일인진데
상자로 받고보니 고마워서 가슴이 찡하다.
그러고보니 나는 번번이 동란이에게 받기만 한다.
몇 년 전 동란이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보다 더할만큼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도
나는 아무런 위로도 되어주지 못했다. 슬픔이 가슴을 짓이기고, 속이 까맣게 타고 있을 동안에도
찾아가볼 생각도 못하고 그저 속수무책인듯이 마음만 졸였을 따름이었다.
참외를 받고보니 뉘우침이 더해진다.
나도 동란이에게 뭐라도 좀 보내주고 싶은데...
사람이 꼭 이렇게 받고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드는 것처럼 보일까봐, 그러지도 못하겠다.
<미루다가는 또 까먹고 말거다. 낯간지러운 건 알아가지고...> ~ 내가 그렇다.
근데 시방 나가 뭔 소릴하는 겨? 왜 좋지 않는 인간성을 다 드러내보이냐고요오~ 바부팅이맹쿠로...ㅎㅎ
암튼 우리집에 참외 많으니 먹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붙으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