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10월 11일 엄마 추도의 날

뜰에봄 2009. 10. 18. 17:42

 

고향동네 대청골목과 종가를 둘러 본 뒤 엄마 산소로 향했다.

 

 

 

 

골짜기로 접어들어 맨 첫번 째로 만난 쑥부쟁이 한 다발.

엄마 돌아가셔서 장지로 향할 때도 이처럼 꽃들이 피어있어 큰 위로를 받았는데

지금도 피어있구나, 고맙다.

 

 

 

 산국도 노랗게 피어 엄마 산소가는 길을 그윽한 향기로 뒤덮고...

 

 

 

한 켠에선 구절초도 다소곳이 피었다.

 

 

 

성급하게 단풍든 나뭇잎도 보인다,

 엄마도 보셨으면 필시 꽃처럼 곱다고 몇 번이나 나처럼 돌아보셨을끼라..

 

 

 

바람에 날리는 억새 한 무데기가 가을의 정취를 더욱 북돋운다.

 

 

 

산부추는 무거운 꽃송이를 못 이기는 듯 길에 누워있었다.

 

 

 

풀섶을 헤치며 산소를 향하여 앞으로...

 

 

 

둘째 손자를 업고 맨 먼저 도착한  올캐언니가 엄마 아부지 산소 사이에 아기를 내려놓고 신고를 하고 있다.

<어머님 아버님예, 우리 석현이가 둘째를 낳았습니더, 이름은 원진이고예 벌써 5개월 되었심더,

우예끼나 야가 건강하고 훌륭하게 잘 크그로 도와주시이소>

마치 살아있는 사람에게 말하는 하는 언니를 보니 나도모르게 가슴이 찡했다.

우리 엄마 아버지 살아계실 때도 지성껏 섬기던 올케언니답다.

 

 

 

 

무덤에 잡초 한 포기라도 뽑아내려는 손길들...

 

 

 

 

 

 

사진속에 보이는 산국과 쑥부쟁이꽃은 큰 올캐언니가  엄마 산소로 오는 길에 꺾은 꽃이다.

내가 '언니야, 꽃 꺾지마라' 하는데도 '어무이 꽃 좋아하시는데 어무이 산소 오는 길에 이렇게 예쁜 꽃 핐더라고 보여 드려야지'

하면서 내 말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그런 애틋한 마음이 참 고맙기도 하다.

 

 

 

장조카 장근이가 추도예배 식순을 프린트까지 해왔다.  할머니 앞에 '화계' 가 붙은 것은 우리엄마 택호가  화계댁이기 때문이다.

장근이가 예배를 인도하고, 기도문은 큰형부가 읽었다.

 

                                                                                                       

                       

위 찬송가 491 장은 우리 엄마가 이 세상을 하직하면서 들으신 찬송가이다.

임종을 앞두었을 때  목사님이 오셔서 엄마께  어떤 찬송을 불러드릴까 여쭈었더니 간신히 입을 떼어 저 찬송을 택하시더란다.

그래서 나는 저 찬송가 소리만 들리면 엄마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우리 엄마 이제는 저 높은 곳에서 영원한 복락 누리며 즐거운 찬송부르고 계시리라~

 

 

 

 

 만약에 우리 부모님들이 무덤속에서 자손들이 부르는 찬송을 들을 수가 있다면 벌떡 일어나고 싶어 더 괴로우실끼라.

 

 

 

추도예배를 드리는 시간에 원범이와 은우는 어른들이 놔 둔 카메라를 만지느라 다른 건 안중에도 없고.

그런 카메라도 하나 차지하지 못한 범창이는 따분해 죽겠다는 표정이다.

 

 

 

떠나오기 전에 나도 엄마 아부지 산소앞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벼가 익어가는 벌판이 참 곱다.

둘째 언니는 돌아오는 길에도 애기를 업고 앞서서 잘도 간다.

말이 없는 사람인데 저 날 따라 우리 엄마생각에 젖느라 말을 더욱 아끼는 듯 했다.

저런 효성스런 며느리를 거느린 것만해도 우리엄니는 행복하신 편이다.

어떤 못된 며느리들 같았으면 지금 내 마음이 몹시 아플텐데..

저 언니를 비롯하여 우리엄마에게 하나같이 잘 해 준 올캐언니들이 새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