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4월8일

뜰에봄 2010. 4. 9. 09:20

 가게 바로 옆 월드아파트 사시는 형님이 이빨이 시원찮으시다며 어느 치과에 가야 좋을까, 고민을 하시길래

나도 스케일링 할 때가 되어 치과에 가야 할 일 있으니 내가 다니는 수원 매탄동에 있는 함께하는 치과에 가서  

점검이나 해 보시자 하고는 어제 오전에 치과에 갔다.

그런데 형님도 형님이지만 정작 내게 큰 공사가 떨어졌다.

왼쪽 위에 덮어씌워놓았던 이빨이 조금 흔들린다 했더니 그게 연식이 지나 다 망가진 상태라네.

임플란트 두 개에 덮어 씌우는 것 까지 네 개나 된다. 당장 치료에 임해야 할 지경이라 이빨 하나를 뽑았다.

치과는 말만 들어도 어깨가 내려앉는 증세가 있는데 이빨을 뽑고, 앞으로 또 임플란트 시술까지 받아야 한다는

공포감에  온 몸이 녹초가 되듯 쳐져서 안산에 도착했는데  월드형님은 버스에서 내리시자 마자 이빨 뽑으면 원래

조리해야 한다고 하시고선  집에 가서 뜨끈뜨끈하게 떡국을 끓여주시겠다며 뛰어가듯 앞장 서 가셨다,

 민들레 도서관 선생님이 꽃 사러 오신다고 해서 두 시쯤 오시라 약속한 시간도 있는데 형님 말씀을 거역할

분위기도 아니고 나 또한 뭐라도 넘겨야 약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쭐레쭐레 따라갔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다가 " 다 됐어요" 하며 나오라고 하시고는  자리를 봐 주시고 방에 불까지 넣어주시려 들며

책꽂이에 책을 한 권 빼서 펼치는 내게 책도 보지 말고 그냥 누워 쉬기만 하라고 하셨다.  

형님 말씀대로 몸도 마음도 다 내려 놓고 침대에 누웠는데 어찌나 편안하던지...

그릇 달그락 거리는 소리, 부엌을 바쁘게 오가는 발걸음 소리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식과 위안을 주었다.

꼭 친정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형님은 때때로 시골에서 온 유기농 사과다, 토란대다, 뭐다 하시며 알뜰살뜰 챙겨 주신다.

내가 꽃이라도 드릴라치면 팔아라고 한사코 거부하시고, 어버이날 같은 때 꽃집 일을 도와주실 때도

밥조차 집에 가서 드신다.

우리 부모님으로부터 세상에 부모 꺼 외에 공끼이 없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건만

나는 내가 받은 고마움을 다 갚지 못하고 있는 사람, 갚을 엄두가 안 나는 사람이 몇 있다.

 나는 아무래도 부모님 말씀을  이행하지 못하고 빚쟁이로 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