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35] 어느스토커의 고백-여자의 감수성.

뜰에봄 2010. 4. 26. 00:26

[35] 어느스토커의 고백-여자의 감수성.




처음 만났음에도 두 사람의 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맨 처음 그녀를 사이버에서 보게 되었을 때, 그녀의 침묵에 대한 느낌, 여러 가지 감상 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옛사랑은 응시의 시대에서 보였던 딱딱하고 냉정했던 그녀에 대해서 불평도 했다. 맨 처음 그녀가 히스테리(9편)를 보였을 때 “컴퓨터 앞에서 울고 있었죠?”하고 확인했을 때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가만히 고개를 끄떡였다.  

우리는 너무 할말이 많았다. 조금만 우스운 이야기가 나오면 그녀는 그 특유의 기탄없는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그러다가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옛사랑의 건강 문제가 나오면 그녀는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진지한 표정으로 유심히 물었다. 늘 벙긋벙긋 웃을 준비를 하고 있다가도 옛사랑의 건강 문제에 이르러서는 언제 내가 한번이라도 웃었느냐는 듯이 심각한 얼굴이 되곤 했다. 그때는 얼굴을 찌푸리고 옛사랑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마치 노련한 의사가 환자가 아픔을 호소할 때 같이 얼굴을 찌푸리며 동조하는 듯 한 그러한 태도였다. 그녀는 대화를 하면서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이끌었고 다양한 어휘를 구사할 뿐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적절한 표정도 지을 줄 알았다.  

옛사랑도 그녀도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기쁜 표정, 즐거운 모습으로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옛사랑은 대학 때 미팅을 하면서도, 그 후에도 수많은 여자들에게 수작을 붙이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때만큼 즐거운 적은 없었다. 그녀는 옛사랑이 지금껏 만나서 이야기 해본 여자들 중에서도 가장 지성적이었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유머의식이 대단했고 순발력이 뛰어난 재담가였다. “티셔츠가 참 잘 어울려요”했더니 바로 “그렇게 맘에 드시나요. 그럼 커플 티로 해야지 뭐..내일 하나 더 사 둘께요, 그런데 이거 여자들만 입는 건데 같이 입고 다녀도 될라나...”하며 능청을 떨며 물흐르는 듯이 대응했다.    

그녀의 사랑스러운 점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잘 놀랜다는 것이다. 그녀는 옛사랑이 멋진 표현을 할 때나 사변적인 논리를 펼 때는 “옛사랑님은 참 문학적이세요"라고 했으며 "정말 아는 것도 많아!!”하며 놀래 주었다. 그 놀라움은 형식적인 과장이 아니라 조건반사와 같이 그녀의 감수성에서 진심에서 우러나은 것이었다. 남자들은 단순한 동물이므로 여자들의 칭찬에 우쭐한 법이다. 옛사랑은 잘난 척하는 취미가 있었는데 그녀는 대화중에 끊임없이 놀라면서 옛사랑의 그런 유아적인 결핍 증세를 여지없이 치료하여 주었고 만족시켜 주었다. 그녀가 더 잘 알고 더 풍부한 지식이 있는 화제에 이르러서도 옛사랑이 조금 짐작성 발언이라도 할라치면 “ 와..저 추리력 좀 봐... 영특하세요..옛사랑님은..!”하며 틀린 답도 감탄해 주었다.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알아야 한다. 여자들에게서 나이가 든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남자가 나이가 들 수록 왜 젊은 여자를 찾는지 그 이유를 여자들은 알아야한다. 나이가 든 남자일수록 젊은 여자를 찾게 되는 것을 여자들은 그냥 “엉큼한 것 같으니라고”하며 막연히 비난한다. 여자의 싱싱한 육체를 탐하는 남자의 속물 근성의 발로라고만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남성 호르몬이 많아지고 여성호르몬이 적게 분비되어 여자는 남성화되고 남자는 여성화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여자가 나이가 들 때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현상인가. 그런 현상이 생길지는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이 여자의 매력을 잃게 하는 원인은 되지는 않는다. 남자가 젊은 여자를 찾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면 여자들의 얼굴에 잔 주름이 생기고 뱃살이 생기고 눈 꼬리가 쳐지므로 여자들은 성적인 매력을 잃는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리는 것은 그녀들의 감수성이다. 여고시절, 말똥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고, 조금만 자극적이어도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뜨는 그 감수성, 나이가 들면 들수록 여자들은 그 여성스런 감수성을 차근차근 잃어간다. 그녀들은 점차 무디어지고 무표정해지고 무반응적이며 무감각해진다. 젊은 여자들에게는 그녀가 성격적으로 아무리 차분하고 말 수가 적어도 그 감수성은 살아있기 마련이다. 겉으로는 호들갑을 안 떨어도 젊은 여자들은 속으로는 늘 놀라며 감격하고 감수성의 병을 앓고 있다. 나이가 들면 여자들은 그 병이 나아가는 만큼 남자들의 시선으로 부터는 멀어지게 된다.

남자들은 여자의 싱싱한 육체보다도 그 싱싱한 여자의 감수성을 늘 그리워한다. 남자들은 나이 든 여자들에게서는 잘 찾을 수 없는 그 예민하고 아픈 감수성을 그리워한다. 여자의 감수성은 남자의 심장과 근육을 살리는 자양분이다. 심장과 근육이 약해지는 나이 든 남자들은 여자들의 건강한 감수성으로 회복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미 사십을 넘어선 그녀, 그녀는 아직도 이십대의 감수성을 가지고 있었다.
옛사랑은 지금도 그리워 한다. 피가 나올 듯 그 여리고 여린 그녀의 감수성을..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진행되고 있으나 옛사랑의 마음속에는 늘 한 가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이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사실. 이 이야기가 끝나고 그녀가 떠날 시간이 되고 호박 가마가 당도하면 그녀는 신데렐라처럼 떠나리라.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으리라. 오늘이 지나면 이제 우리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가. 우리에겐 일 년에 한번 다가오는 칠월 칠석도 없이 이것으로 서로의 대면은 끝이란 말인가. 시간은 째깍째깍 옛사랑을 조롱하듯 흐르고 있었다.

지금 분위기는 좋다.
그러나 애프터 신청을 한다면 그녀가 받아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녀는 설령 뒤에 만나고 싶어도 그녀가 뱉은 말 때문에 저어할 것이다.

그녀는 열정적이었고 고집스럽고 앙큼한 카리스마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영리했으며 그리고 다정다감했다.  
혼자서 짝사랑 할 때보다도 옛사랑은 더 그녀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옛사랑은 그녀와 헤어지기 싫엇다.
옛사랑은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는 그녀의 감수성을 움직여야한다.
그녀의 다정다감함을 이용해야한다.
그녀를 감동시켜야 한다.

신데렐라의 마법은 여전히 그녀와 옛사랑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신데렐라가 타고 가야할 호박 가마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note)

O Mare E Tu/Andrea bocceli with dolce pontes

Sentir em nos
Sentir em nos
Ulma razao
Para nao ficarmos sos
E nesse abraco forte
Sentir o mar
Na nossa voz,
Chorar como quem sonha
Sempre navegar
Nas velas rubras deste amor
Ao onge a barca louca perde o norte.

Amore mio
Si nun ce stess'o mare e tu
Nun ce stesse manch'io
Amore mio
L'amore esiste quanno nuje
Stamme vicino a dio
Amore

No teu alhar
Um espelho de agua
A vida a navegar
Por entre sonho e a magoa
Sem um adeus sequer.
E namsamente,
Talvez no mar,
Eu veita em espuma encontre
O sol do teu olhar,
Voga ao de leve, meu amor
Ao longe a barca nua
A lodo o pano.

Amore mio
Si nun ce stess'o mare e tu
Nun ce stesse manch'io
Amore mio
L'amore esiste quanno nuje
Stamme vicino a dio
Amore
Amore mio
Si nun ce stess'o mare e tu
Nun ce stesse manch'io
Amore mio
L'amore esiste quanno nuje
Stamme vicino a dio
Amore


바다와 그녀

오직 우리 둘만의 시간
오직 우리 둘만의 시간
그것이 우리가 여기 머무는 이유랍니다.

당신이 저를 힘껏 안아준다면
아마 저는 하염없이 울겠지요 하염없이...
내 흐르는 눈물로 당신이 흠뻑 젖게 된다면
나 그때야 그대를 떠나겠어요.
내 흐르는 이 사랑의 눈물
한 남자는 이 거리에서 사랑을 잃게 되겠지요

내 사랑 그대여
바다와 그대가 없었다면 나 역시 여기에 없었을 것입니다.
내 사랑 그대여
사랑이 깊어 갈수록 하늘도 우리와 가까워집니다.
.
우리 둘만의 시간
우리 둘만의 시간

나는 떠나리다. 이별 없는 곳으로,
작별의 인사가 필요 없는 곳으로
당신이 떠나리라는 것
그 때문에 더욱 당신과 헤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 사랑 어떤 것도 갈라놓지 못함으로
한 남자는 이 거리에서 사랑을 얻게 되겠지요.

내 사랑 그대여
바다와 그대가 없었다면 나 역시 여기에 없었을 것입니다.
내 사랑 그대여
사랑이 깊어 갈수록 하늘도 우리와 가까워집니다.

내 사랑 그대여
바다와 그대가 없었다면 나 역시 여기에 없었을 것입니다.
내 사랑 그대여
사랑이 깊어 갈수록 하늘도 우리와 가까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