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37] 어느스토커의 고백

뜰에봄 2010. 4. 28. 17:46


   [37] 어느스토커의 고백-I'll meet you at midnight


  

오! 세계여, 오! 인생이여, 오! 세월이여
내 인생의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몸서리치노라
언제나 다시 돌아오려뇨, 그 젊은 날의 영광아.
영영 다시는...아!! 영영 다시는

Oh! world, Oh! life, Oh times.
I climb at the last step on my life.
Trembling at where I have stood before.
When will it return the glory of youth prime?
No more Oh! never more.

대학시절, 철학교수가 수업시간에 칠판에 적어둔 시.
지금은 시인의 이름과 시의 제목도 다 잊어버리고 오직 본문만 기억속에 덜렁 남아 있는 시. 저 시를 남기고 그 시인은 며칠 후 바다에 뛰어 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지는 시.

원문조차 잊어버릴 뻔 했으나 그날 그녀의 독백속의 몇 귀절이 그 시의 마지막 문장과 비슷해서 다시 생각나게 만든 시...

“열혈남아(熱血男兒)!, 초류향 같은 열정의 남자는 다시는 없을 거예요. 저 같은 여자도 그렇게 사랑해 주시는 분, 제가 어디서 이런 사랑을 받을까요, 영영 다시는... 아마 영영 다시는 못 받겠지요. 초류향! 그대의 사랑 때문에 전 여자로 태어나서 참 행복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 너무 행복합니다. 지금요. ..”

그 날 이후, 그녀와 옛사랑은 자주 만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만나고 헤어졌으며 그렇게 또 만나고 헤어졌다. 만나는 시간은 핸드폰으로 정하곤 했지만 헤어질 때는 다음의 약속 같은 것은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그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렇게 만났다. 옛사랑의 기억으로는 서로가 만나자고 제의했을 때 상대에서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만나면 즐거웠으나 헤어질 때는 아쉬움에 몸을 떨었다. 그녀도 늘 눈물을 글썽거리곤 했다.

우리의 만남은 처음에는 낮 시간에 이루어 졌다. 그러나 어느 날 옛사랑이 자정이 넘어 술을 한잔 거나하게 된 채 택시를 타고 가다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옛사랑은 일산으로 향하는 강변북로를 달리고 있었으나 그녀가 전화를 받자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에게 지금 S동으로 가고 있다고 막무가내로 말했다. 그녀는 “아니 이 시간에 오시면 어떻게 하라구요”했지만 밤 한시가 넘어서 우리는 만나고 있었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우리는 늘 새벽 한시에 만나서 새벽 5시까지 만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지게 되었다. 그 시간에 만나 달라고 조를 때 마다 그녀는 곤혹스러워 했다가도 결국은 거절하지 않았다. 인디언 풍의 인테리어를 한 카페가 그녀와 옛사랑이 은밀히 만나는 밀회의 장소였다.      

그것은 불놀이와 같았다. 우리는 땅 밟기를 하듯 들불을 돌리며 그렇게 밤을 돌아 다녔다.
밤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으나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우리는 날이 새면 사위어야하는 촛불처럼 그렇게 밤을 태웠다.

주요한의 “불놀이”,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는 그 때의 우리들의 모습이었으며 운명이었다.

아아 날이 저문다, 서편 하늘에, 외로운 강물 우에, 스러져 가는 분홍빛 놀. 아아 해가 저물면 날마다, 살구나무 그늘에 혼자 우는 밤이 또 오건마는,

그림자 없이는 밝음'도 있을 수 없는 것을. 오오 다만 네 확실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주요한/불놀이 중에서

우리는 직면의 현재, 확실한 이밤을 놓쳐서는 안되는 존재들이었다.
우리는 밝음이 오면 어딘지 모르게 숨어야하는 두 별이었다.
우리는 첫닭이 울면 긴장해야 했으며 개가 짖으면 두려워했다.
우리는 바람결에도 질식하고 여명에도 꺼져야하는 촛불이었다.

우리는 사원의 쇠북이 울기 전에
새벽이 오기 전에
오랜 나라로 떠나야하는 존재들이었다.

Smokie가 부른 I'll meet you at midnight
그노래는  마치 우리의 만남을 본듯이 노래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우리의 만남을 정확히 묘사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우리의 운명을 정확히 예견할 수가 있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note)

I'll Meet You At Midnight/Smokie

A summer evening on the Champselysees
A secret rendezvous they planned for days
A sea of faces in a crowed cafe
The sound of laughter as the music played

Jean Plean is a student at the university
Louise would meet him just a word a way

He recalled the night they met
was warm with laughter
The words were music as she turned a way

I'll meet you at midnight under the moon night
I'll meet you at midnight
Jean Plean, Louise, Marie will never be

The cigarette would light a thousand faces
Short of passion like a thousand years

midnight was turning into empty spaces
The sound of laughter disappeared

I'll meet you at midnight under the moon night
I'll meet you at midnight
Jeanne-Claude, Louise, Marie will never be

A summer morning on the Champselysees
at the table of street cafe
The sunlight meeting through an open door away
Jeanne-Claude has left to face another day.

I'll meet you at midnight under the moon night
I'll meet you at midnight

I'll meet you at midnight under the moon night
I'll meet you at midnight
Jean Plean, Louise, Maries will never be

우리는 깊은 밤 만나리

여름밤의 샹젤리제 거리
며칠을 계획한 밀회
우리는 은밀히 그곳에서 만났다네.

사람들이 붐비고
음악에 웃음소리 가득 찬 그곳

장 끌로드는 공부나 하는 남자.
루이즈 마리는 전혀 다른 세상의 여자

잊지 못하네, 그들이 만나던 그 밤
웃음소리로 가득 찬 따뜻한 밤,
그녀가 말을 해도 노래가 되었던 그 밤

깊은 밤 달이 뜨면 그녀를 만나리
우리는 깊은 밤 만나리
이루어질 수 없는 장끌로드와 루이즈마리의 사랑.

담배 불빛에 떠오르는  수많은 그녀의 표정들.
그 짧은 열정도 영원처럼 길어
깊은 밤이 텅빈 공간이 되고
웃음소리들은 사라져 가네.
깊은 밤 달이 뜨면 그녀를 만나리
우리는 깊은 밤 만나리
이루어질 수 없는 장끌로드와 루이즈마리의 사랑.

상젤리제의 노천 까페의 테이블에
열린 문틈으로 아침의 여명이 비치면
장 끌로드는 다음날을 기약하며 떠나고 만다네.

깊은 밤 달이 뜨면 그녀를 만나리
우리는 깊은 밤 만나리

깊은 밤 달이 뜨면 그녀를 만나리
우리는 깊은 밤 만나리
이루어질 수 없는 장끌로드와 루이즈마리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