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머나먼 연가(4) :평론(3)-일반화의 오류-

뜰에봄 2010. 9. 16. 16:37

평론 -"일본은 없다"를 비판한다(3)-

 

“일본은 없다”

이 책이 구성상으로 또 논리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오류를 보이고 있는데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오류는 “일반화의 오류”입니다.

사소한 몇 가지 점을 찝어서 그것이 마치 일본 사회에서

광범하게 일어나는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호도하는 오류입니다.


1장의 내용은 일본 여자들의 정조관념이  없고 흑인들 하고

마구 잔다는 내용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성이 없이 획일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반찬을 잘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2장은 전통적으로 일본은 남성위주의 사회였으나

드디어 일본여성은 이러한 남성들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으며

황혼 이혼이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엄청난 이혼증가율은 전 역사에 걸쳐 이어온

부부사이의 불평등관계에 대해 일본 여성들이 남성에 대해

행하는 일대 복수극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좀 더 인용해봅시다.

1장은 일본 여자들은 외국남자들이라면 그냥 옷을 벗어 젖이며

근검절약은 간 데 없고 소비풍조가 만연해 있으며

유명 브랜드에만 매달리는 몰개성주의에다가

술장사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이상한 여자들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2장은 일본 남자들은 오랜 역사 속에서 여자들에게 군림하고

짓밟아 오다가 이제 여자들이 반항하는 바람에

말년에 불쌍한 꼴을 당하는 사례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래서 일본이란 나라는 심하게 말하면 여자는

화냥기가 만연해있고 남자는 말년에 혼줄 나는 인간들로

이루어져 있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사회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본 사회가 과연 이럴까요?

그리고 이것이 일본 사회에서만 있는 현상일까요?

혹시 이것은 우리나라의 오늘날의 모습을 일본에 뒤집어 씌워서

쓴 글은 아닐까요?

그리고 이것이 일본이란 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유가 될까요?


한국의 이혼율이 세계 2위 인 것은 다 아는 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이혼율이 높다고 “한국은 없다”라고 말할 수가 없듯이

이러한 경향적 세태 문제를 가지고 “일본은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한국 여자들은 정조관념이 일본에 비해 그렇게 강하고

우리나라는 과연 세계에 자랑할 만큼 여자들이 모두 은장도를 품고 다니는

정절(貞節)의 나라입니까?


일본 남자들만 말년에 여자들의 복수에 걸려 혼나는 게 아닙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이대로 가다간 마누라에게 찍혀

말년에 집에서 쓸쓸히 쫓겨날 가능성이 다분히 있는 남자임을 고백합니다.


저는 1장과 2장의 내용은 일본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잘 못 쓴 거 아닌가 할 정도로

황망한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여성의 성적 문란을 이유로 일본이 망해야 될 나라라고 한다면

우리나라는 더 망해야 될 나라가 될 지도 모릅니다.


여성의 성적(性的) 해방은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나타나는 세계적인 현상이며

이는 개발 도상국의 발전과정에서 세계도처에서 목격되는

일반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하여야 합니다.


서구(西歐)의 제국(諸國)에 있어서도 기독교라는 가부장적

종교의 지배 하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불평등 관계는

산업혁명 전까지 오히려 동양보다도 더 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양은 유교문화권으로 인한 가부장적 이념이 지배하여

역시 남성위주의 통념이 형성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불평등 관계는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시장경제가 형성되면서 점차 완화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고 경제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여권이 신장되었고 결혼과 성(性)에 대해서도

여성의 선택권이 강화되는 추세에 있는 것입니다.

고도로 자본주의가 발달하면 독신자가 증가하고

출산율이 저하하며 핵가족이 형성되면서

여가와 노동은 서로 경합, 선택의 관계에 놓인다는 것은

선진국에서 보여지는 상식화된 사회현상입니다.


성(性)의 상품화와 남성의 사회적 권위의 후퇴는 일본 만에서

보여지는 특이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이데올로기의 퇴색과 기존 가치관의 붕괴,

그리고 사회경제환경의 변화에 따른 사회의 한 가지 발전 양식이며

삶의 양식의 변화일 뿐 한 국가의 정체성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전여옥씨가 주장하는 일본의 여성의 성 도덕의식의 저하와

남성 위주 사회의 붕괴는 오히려 우리의 경우 더 심하게 경험하는

사회 변화의 한 단면입니다.


전여옥씨의 논조로 보아 전여옥씨는

우리나라의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일지는 몰라도

그런 표피적(表皮的)이고 피상적(皮相的)인 안목으로

일본에 까지 여권 신장, 남녀평등을 권면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런 식의 접근은 오히려 일본으로부터 “자기 치마 벗어지는 줄도

모르고 남의 여자 옷고름 걱정이나 하고 있다“라고

퇴박을 맞을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성도덕의식의 쇠퇴와 성에 탐닉하는 듯한 사회풍조가

일본 사회의 일각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 사회는 그 나름대로 대다수의 보편적 상식이

존중되는 도덕적 질서가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남성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 가정들은

이혼율이 최소한 우리보다는 훨씬 낮고 광범위한 중산층이

일본의 도덕적 경제적 사회적 기반의 핵심에 있는 것입니다.


몇 가지 특이한 케이스를 침소봉대하여 마치 국가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양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귀납법적 오류, 일반화의 오류는

이 책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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