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연가(16):평론(9)-베르베르의 "나무"-글로 쓴 만화(漫畵)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 글로 쓴 만화(漫畵)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18편의 짧은 글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이다.
짧은 글들의 내용은 하나의 가정(假定)을 극단적으로 몰고 갔을 때
그 가정이 초래하는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이 글들은 장편을 태동하기 위한 씨앗이 되는
짧은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짦은 이야기들은 본격적인 소설의 단서가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나무’의 소설 상의 특징을 굳이 분명히 정의하라고 한하면
보통 장편 소설(掌篇 小說)이라고 불리는 꽁트
18가지 스토리를 모아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꽁트는 200자 원고지 20-30장 이내의 미니 소설로서
단편 소설보다 착상이 기발하고 풍자와 기지가
풍부하여야 함을 조건으로 한다.
그리고 한 사건의 어느 순간적인 것을 잡아 예리한 비판력과
압축된 구성법과 해학적인 필치로서 단적으로
그리고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을 구사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는 18가지이야기는
꽁트의 조건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
따라서 ‘나무’는 소설이라기 보다 꽁트 모음집으로 정의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분류가 되는 것이다.
‘나무’에서의 이야기들은 그 내용은 대체로 두 가지 전개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특히 어떤 조그마한 ‘부조리’와 ‘특별한 경우’에 힌트를 얻어서
그것을 발전시키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 세계를 그 속에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객관적 이성’을 내세워서 인간세계를 파악하는,
즉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인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내용이다.
작가는 이러한 시각을 "인류에 대한 외래적 시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나무’는 작가의 이러한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으며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포착하는가를 독자에게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서 문학과 소설의 본질이 가지는 흥미와 감동을
충분히 깨닫고 느끼기에는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나무’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의 태반이
착상의 기발함이 지나쳐 문학적 진지함이 모자라고
가정이 지나치게 극단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리얼리티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꽁뜨가 가지는 착상의 기발함, 풍자와 반짝이는 기지가
넘치는 작품이지만 그 전개과정이 지나치게 만화(漫畵)적이기 때문에
소설적 형태를 띄고 있지만 소설이 주는 감동에는 실패하고 있다.
나무’는 만화적인 요소 외에도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 수준이
중학생이 이해할 만한 정도의 높이며
책 속의 문장과 언어구조 또한 중고생 정도의 독자층에 합당한 것으로
성인이 볼만한 수준은 아니다.
필자의 이와 같은 주장은 만화라는 창작의 장르를
폄하하는 발언으로 이해하지 말기 바란다.
만화라고해서 그것이 유치하거나 리얼리티가 없다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일본의 경우, 요리, 낚시, 스포츠 기술 등에 관한 이야기 뿐 만아니라
역사, 철학, 경제, 경영분야까지 만화책으로 발간되어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많이 읽히고 있다.
필자는 우리 독서계도 이런 만화라는 장르를 통하여
우리의 독서계가 더욱 풍요로워지고 미래의 매체로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만화와 소설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과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소설과 만화는 각각 특유의 소재와 전개를 보여야하는 것이다.
만화의 사전적(辭典的)인 정의는 자유로운 과장법과 생략법을 써서
단순·경묘(輕妙) 그리고 암시적인 특징을 노리는 것이 순수회화와 구별되는 점이다.
그리고 대상의 성격을 과장하거나 생략하여 익살스럽고 간명하게 인생이나 사회를
풍자, 비판하는 그림형식이라고 되어 있다.
필자가 굳이 만화의 정의를 인용하는 이유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서 보이는
18가지 이야기의 전개가 소설보다는 만화의 정의에 합당하게 전개되고 있고
그것은 마치 글로 쓴 만화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기 때문이다.
성장과정에서의 10대의 후반은 성숙한 인간으로의 비약이 가장 큰 시기이다.
자아의식이 강화되고 인생과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나이이다.
그리고 20대는 이미 성인으로서의 독립적인 신념과 자아가 상당부분 완성되게 된다.
각 년령 대에는 그 년령에 걸 맞는 책을 읽어야한다.
다 큰 어른이 문학적 감동을 맨 날 만화책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이며
중학생이 니이체의 책을 읽고 감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학생 때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한국 단편과 세계 단편에 접해야 하며
고등학교에 이르면 사상과 철학적 성찰을 맛볼 수 있는 단계까지는
독서가 이루어져야한다.
필자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총평하자면
이 책이 중고생들에게 읽히고 이야기되는 것은 가당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성인(成人)들 마저 이 책을 읽고 특별한 감동을 느끼거나
새로운 지혜를 발견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보며 따라서 이런 책들이
성인들의 베스트 셀러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좋은 책이지만 판매부수면에서는 너무 인플레가 된 책
이것이 필자의 "나무"를 보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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