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엄마 5주기 추도모임 (10월9일~10월10 일)

뜰에봄 2010. 10. 12. 01:27

 

 10월9일 무주 리조트에서 엄마 5주기 추도모임을 가졌다. 꼬맹이까지 28명이 모였다.

양력으로 10월6일이 엄마가 돌아가신 날인데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고

시월 둘째 주말을 잡아 형제며 조카들까지  모여 간단히 추도예배를 드리며 가족간에 회포를 푼다.

집안에 애경사나 있으면 모를까,  가족끼리 다 모일 일이 없기에 이렇게 정해 놓은 것이다.

 

 길을 나서려는데 꽃바구니 주문이 들어와 꽃바구니를 꽂아서 배달까지 하고 가느라 우리가 가장 늦었다.

중간에 동생으로부터 '누야 마음은 벌씨로 여기 도착해 있는 거 뷔는구만  몸은 와 안즉 안 뷔노?' 하는

 전화까지 받고서야 도착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술자리를 펼쳐놓고 큰 오빠의 제창으로 박수릴레이가 펼쳐졌다.

이 좋은 장소를 예약한 석현이에게 박수!

식사 준비에 가장 애를 많이 쓴 성환이 엄마에게 박수!

음료수며 과자, 안주 등등의 물품을 제공한 차근이에게 박수!

건강한 모습으로 무사히 이 자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박수!!

 

 

 

 

자고 나서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니 아침햇살도 곱고, 단풍도 곱다.

 

 

 

10월10일 아침이 큰오빠네 둘째 질부 생일이라고 했다.

오빠는 이른 아침에 리조트 어딘가에 가셔서 어렵게  케잌을 사 오셨다, 그런데 가장 작은 싸이즈밖에 없더란다.

 

 

 

 

케잌상자를 옆으로 세우고 비닐주머니를 씌워 큰언니가 엄마 추도예배때 놓겠다고 가지고 온 꽃을 꽂았더니

대충 꽃바구니 모양이 갖춰졌다. 꽃통을 질부에게 안겨 줬더니 완전 감격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여기 저기서 쉬운대로 현금 선물이 이어지자 질부는 어쩔 줄 몰라하며 본격적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나도 5만원 권 지폐 한 장을 쥐어 줬는데 아무래도 부담스럽다며 마카다 받은 걸로 하고 증명사진만 찍고 돌려 주겠다고 했다.

영악스럽지 않고 착한 질부가 이쁘기 착이 없다. ' 고모님 어쩌고 저쩌고...' 하며 연한 배처럼 싹싹하게 굴고,

모임때는 설겆이도 도맡아 하는 둥, 이쁜 짓 하는 걸로 치면 뭘 줘도 안 아까울 질부다.

 

 

 

 

엄마 꽃 좋아 하신다고 큰 언니가 준비해 온 꽃을 놓고 추도 예배를 드렸다.

우리 엄마만큼 꽃사랑이 지극한 사람도 없지싶다. 화단에 지천으로 올라 온 화초의 꽃가지가 꺾여도 이쑤시게를 대어

기브스를 해서 살려내실 정도였으니... 저 꽃을 직접 보시면 곱다 곱다 하시면서 얼마나 좋아하실텐데...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집안의 장손인 장근이가 추도예배 프린트물을 준비해 왔다.

표지에 실린 엄마 모습은 나도 태어나기 전의 모습이시라 내 기억에 없는 모습이다. 엄마에게도 저렇게 젊은 시절이 있으셨구나.

노희경 작가가  부모님으로 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을 열거한 것을 보고 '아, 그렇지! 바로 이거다 ~'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나도 누구 못지않게 우리 엄마로 부터 참으로 귀한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솜씨 좋고, 인정 많고, 사람 좋아하고, 예쁜 것에 대한 애착이 유난하셨던 우리 엄마,

 우리 둘째언니는 자랄 때 우리 집이 가난했던 이유는 엄마가 살림을 알뜰히 못하신 탓도 크다고 늘 이야기한다.

하기야 시골에 살면서 농사지을 땅뙈기도 별로 없어 식구들 양식마저 빠듯했지 싶은데 감자를 삶아도 우리 식구 먹을 양의

배를 삶고, 국수를 해도 서너 사람이 더 먹을 양을 했는데 누구를 딱히 부르지 않아도 우리 집에는 항상 서너 사람은

슬그머니 와서 먹고 가는 바람에 그 음식이 남아나질 않았다.

그리고 또 우리  엄마는 동네에 들어오는 방물장수나, 소쿠리장수, 명주장수 같은 이들도 우리 집에 재우고 먹여 보냈다.

집이나 넓으면 모를까, 따로 내어 줄 방이 없어 항상 우리들과 같이 자야했는데 그게 어찌나 싫었는지 툴툴거리기라도

하면 사람이 그러면 못 쓴다는 한 마디로 일축하시며 더이상 아무 소리 못하게 하셨다.

한번은 소쿠리장수가 일찍 서둘러 소쿠리를 팔아야 한다면서 아침도 먹지 않고 가려고 하자 엄마가 밥도 안 먹고 무슨 소쿠리 팔 힘이

나겠냐면서 소쿠리를 사 줄테니 밥을 먹고 가라고 하시며 눌러 앉혀 기어이 밥을 먹여 보내셨다.

사람들이 나보고 인덕많다는 소리를 많이 하고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인덕이 많다 싶은데 그건 아마도

우리 엄마가 남에게 배푼 덕을 내가 입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 엄마가 내 엄마여서 고맙습니다.

 

 

 

 

 

찬송가 491 장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노래는 엄마가 소천하시기 바로 전에 부르시던 노래이다.

빛과 사랑이 넘치는 저 높은 곳에서 영원한 복락 누리며 즐거운 노래 부르실 엄마를 그려본다.

 

 

 

 

리조트에서 나오는 길에 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다. 

 

 

 

엉겁결에 셧터를 눌렀더니만 붉은 토끼풀도 보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이라도 해 볼꺼로....

 

 

 

 

천일홍이 쫘악 심져겨 있다. 엄마가 옛날에 <혜정이꽃>이라고 부르던 꽃이다

엄마는 꽃에게 사람이름을 갖다 붙이기를 좋아하셨다.  저 천일홍은 왜 <혜정이꽃> 이라고 하셨으까?

아마 이마가 동글동글한 혜정이처럼 예뻐보이셨나보다.

 

 

 

 

케이블카를 타고 덕유산을 올랐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보는데 단풍이 얼마나 곧던지...

 

 

 

 

 

 

향적봉을 오르는 길에 만난 산오이풀

 

 

 

 

산오이풀 꽃 진 모습도 유정하고, 이 높은 산까지 와서 바위를 기어 오른 담쟁이도 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