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보원요 방문기 ㅡ(수메루/안소휘 사진, 글)

뜰에봄 2010. 11. 19. 09:01

 

 

변명 먼저 하기를,

 

"보원요 사진 왜 안 올려?"

사진 보려고 날마다 열어 봐도 불도 안 켜놓은 시커먼 집이라고

피선생님이 전화에다 멀쩡한 홈페이지 구박까지 섞어 독촉을 하셨지만

그 사이 일이 많이 바쁘기도 했고

실은 그 날 밤 사진이 도무지 사진 같지가 않아서 내놓을 수가 없었는데

 지난 주 '고려불화전' 보러 국립박물관 같이 가기로 한 약속 어긴 죄

그 벌칙으로

삼 주나 지난 보원요 사진,

사진 같지도 않은 사진들이나따나

 여기, 슬그머니 올려 놓습니다.....

 

*

 

언제부턴가 제가 그릇 욕심이 생겼어요.

(밥그릇 말고 茶器) ㅎ

그래서 가마에도 관심이 많아졌고요.

 

보원요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내가 하긴 했는데

하고도 나는 잊어버린 것을

뜰에봄님과 피선생님이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보원요 가마 불 땐단다. 갈래?" 하시니

 

주섬주섬 챙겨 들고 나선 경기도 광주 곤지암 가는 길,

하필 토요일이라 차도 밀리고

피선생님 운전하시느라 고생하셨는데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두워져

지천인 들국화 얼굴도 잘 안 보이고 사방으로 그 향기만 그윽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둘러 앉아 음식을 먹고 있는 마당을 가로 질러

 서둘러 불 때는 곳으로 먼저 갔더니

하마 불 붙인 지 여러 시간 지난 듯.

 

 

 

큰 아궁이 말고도 중간 중간에 작은 아궁이가 또 있네~

아궁이 마다 장작 넣는 사람이 있고.

 

불 때는 거 구경 좀 할랬더니 밥 먼저 먹자고 불러서

사진은 이따 찍어야지 했어요.

 

 

 

마당으로 돌아오며 쳐다 본 그 돌 집.

 

 

우와~ 덕석이다!

 

저기다 곡식도 말리고

앉을 자리로 쓰기도 하던 건데...

정말 오랜만에  덕석 위의 저녁 식사

그 정겨움이라니! 

 

 

우리 일행도 덕석 한 귀퉁이 자리를 잡고

이것 저것 많이도 준비하신 음식들을 차려다 먹고

마무리로 식혜랑 커피도 마시고

 

 

 

마당 가에 둘러 핀 감국이 가을 밤의 정취를 한껏 부추겼는데..

 

 

 

운치가 꽤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보니 영 시커먼스라

할 수 없이 후레쉬 발광시켜 찍었고요.

 

 

 

유난하게 눈에 든 화분, 엔젤 트럼펫?

천사의 나발이라는 모양인데

참 예쁘게도 키웠더군요.

 

 

모자 쓴 분이 보원요 주인 지헌 김기철 선생님.

 

 "나에게 고향은 어릴 적 엄마의 품속 같은 곳이며

그 곳이 사라지고 만 지금에 와서는

꽃 피는 산골만이 내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 저서  <고향이 있는 풍경>에서  

 

 

 식사를 마치고 실내 작품 전시실로 진입

 

 

작품 둘러 보기

 

 

저렇게 아무렇게나 꽂아도 근사하게 어울릴 수가 있다니....!

 

 

 

"나의 도자기의 뿌리는 자연이다.

... 자연은 경이롭고 위대하다.

해와 달이 그렇고 산과 바다가 그렇다.

그러나 나는 크고 대단한 우주적인 것에서보다는

연약하고 섬세한 들꽃 같은 데서 생명의 신비를 느낀다."

 

- 지헌 김기철 선생, '고향이 있는 풍경'에서 

 

 

(사진이라곤 참,  뽀다구 안 나네... 이래서 내가 여태 망설이고 못 올렸다니까요~) ㅡㅡ;;;

 

 

 

내가 가진 다기랑 닮은 게 여기 있네요.

 

( 이 분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이랑

교황청에 청와대에 그리고  미국이며 어디 무슨 박물관도 소장하고 있다 하니)

이런 것을 내 주제에...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인데

어쩌다 무슨 인연으로 내게로 와 준 그 다기,

이 분이 그리 대단한 분이란 걸 알고부터

나는 아까워서 못 쓰고 고이 모셔 놓고 있다는...! ^^

 

 

 

 

(그 나뭇가지  저리 정신머리 없게 산발을 하고도 터억 하니 제 구실을 하네...!)

 

 

 

연적 앞에서 아버지 생각이 나던데

전시 된 연적 중 특이한 것 몇 개.

크기나 모양이 감칠맛 나게 손에 착 붙을 것 같긴 한데,

 

(그러나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닙니다요. 나는 연적은 단순한 게 좋더라.)

 

 

보고 또 봐도

그릇 색깔 정말 기가 막힙니다.

 

 

그것 참!

또 이 나뭇가지 앞에 왔네!  ㅡㅡ;;;

 

 

 

이 앞에서 심청이 태우고 인당수 향해 가는 배가 왜 생각나던고... 

 

 

 

 

 

 

 

 

 

 

 

 (이 항아리도 맘에 들었음)

 

 

어느 새 옆방에 들어가서 법정스님 선묵집 펼쳐 보고 계시네?

법정스님 생전에 김기철선생님의 다기를 좋아하셨다고 하던데.

 

 

우리들 그러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전시실로 모여 들었어요.

 

 서까래 좀 봐요~ 너무 멋짐!

 

 

 가을!

 

여기서 봄언니 사진 여러 장 찍었는데 잘 나왔나 몰러~

 

 

 

 요건 아마 작년 가을에 꽂은 꽃인 듯.

 

 

 !

 !!

 

 !!!

 

모두가 그대로 자연이더라.

 

 

요건 계단 아래 1층 한 귀퉁이에 백자 달항아리

 

 

 

나가다가.... 남은 음식 손 좀 대고

 

 

 

 

나는 가마 불 때는 거 보고 싶었는데.....다시 불려 올라 감.

 

 

김기철 선생님 우리들 둘러 앉혀놓고 말씀 하시는 동안

 

 

 

사진은 여기서 끝!

 

*

먼 길 돌아올 준비로 차례로 화장실을 들리는데

고장나서 삐그덕거리던 화장실 손잡이가

내가 들어간 후 잠긴 채 안 열리는 사건이 발생했지요.

그래서 그 날,  그 집 화장실에 나 갇혔잖아요....ㅠ.ㅠ

안에서는 나대로

밖에서는 여러 사람 돌아가며

오만 짓을 다 해도 안 열리고

지원군이 창문을 넘어 들어왔으나 그도 못 열고 같이 갇히고,ㅋㅋ

 

결국 쪼매난 창문을 넘어 밖으로 나갔는데

맙소사, 거기가 산이더라고요...

화장실용 슬립퍼는 미끄럽고

캄캄한 데 내려올 길이 없어서

다시 복도 쪽으로 난 창문을 넘어 안으로 들어갔지요.

그 창문은 디럽게 높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앗찔한 것이

어떻게 기어 올라갔나 모르겠어~~

화장실에 갇혀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결국 불 때는 거 사진 다시 못 찍고 그냥 왔잖아요.

 

2010년 10월 23일에 있었던 일이고요

보원요가 왜 나를 화장실에 가두었는지 몰라도

아마... 보원요 이야기 나오면

나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화장실 사건만 생각 날 겁니다!

(그나저나 그 날 나 구하러 창문 넘어 들어갔던 그 사람은 어케 됐는고? 문이 금방 고쳐졌을까요? ㅋㅋㅋ)

 

주변 풍경 멋지겠던데

다음에는 낮에 좀 데려가 주세요.

 사진 좀 제대로 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