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뜰에 내린 햇살마음

안중 형님 베낭 속에는...

뜰에봄 2010. 12. 1. 13:21

 

어제 오전에 안중에 사시는 형님이 오셨다.

버스타고, 전철타고, 또 버스를 갈아타고 ...두 시간도 훨씬 더 걸려서

나를 보러 안산까지 오신 것이다.

형님과 인연을 맺은지는 십 수 년이 된다.

마산에서 안산으로 이사를 오셨는데 딱히 갈 데도, 할 일도 없으시다며 자주 우리 꽃집에 놀러오셨다.

그 당시에 나는 곧잘 형님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꽃장식 수업도 나가고, 물건도 하러 다녔다.

그렇게 신세는 내가 졌는데 형님은 그때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던 차에

꽃집을 알게되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며 그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하신다.

형님은 몇 년 전 안중으로 이사 가셔서 집에 딸린 자그마한 텃밭을 가꾸시는데  해마다 가을이면

그 텃밭에 나는 것들을 갖다 주신다.

 

 

 

               

 

안중 형님 모습이시다.

 

 

 

바로 저 베낭에다 물건을 잔뜩 넣어 가지고 오셨는데 나는 들 수도 없을 만큼 무거웠다.

집에서 한참 걸어나와 버스를 타신다는데...얼마나 힘드셨으까?

그걸 생각하니 갖다 주시는 것이 반갑지도 않다.

 

 

 

 

고구마를 시작으로해서  뽕잎 말린 거, 호박오가리. 청국장 가루. 쥐눈이콩, 볶은 옥수수, 산뽕잎가루,

녹두가루, 가래떡, 매실액기스, 비누 무려 열 두 가지이다. 뽕잎도 몸에 좋다고 해서 여린 산뽕잎을 따신 거란다.

 

 

 

 

이건 매실엑기스인데 저 엑기스를 만드신 이야기를 듣고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매실 20킬로를 종일 씨를 발라 은근한 불에 그대로 올린 후에 뭉그러 졌을 때 꼭 짜서 그 물을

30시간동안 달였단다. 그래서 나온 것이 저 병에 두 개 반 이더라네.

저 병은 200밀리 우우팩 보다 작은 크기이다.

전에는 궁중에서 만들어 임금님께 올렸던 거라면서 흑임자, 쥐눈이콩, 복령, 등 (다 외지도 못하네 )

하여튼 아홉가지를 따로따로 아홉번 쪄서 말려 꿀에 버무려 새알처럼 만든 걸 주셔서 할 말을 잊게 만드시더니

이번엔 매실엑기스로 또 놀래키신다.

저렇게 많은 걸 갖다 주시면서도 ' 올때마다 얻어먹어서 안 된다며 이번에는 점심을 내가 사겠다' 고 하셔서

나도모르게  짜증을 막 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