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연가의 막간:유럽견문록(3)-헬레니즘의 기원을 찾아서-

뜰에봄 2010. 12. 8. 22:36

 

로마 문명은 현재의 로마시를 중심으로 출발했으며 로마인은(인도-유럽족)으로

그리스인과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인 부족과 함께 기원전 2000년경에 이동하여

이탈리아 반도로 들어갔다고 되어 있습니다.

 

로마는 역사적으로 그리스보다 약 200년 늦게 출발했으나 로마는 기원전753년에

건국하여 서로마의 멸망인 기원후 476년을 거쳐 동로마 멸망 1543년까지

약 2200년이상을 존속하면서 전대미문의 대 제국을 완성시킨 나라입니다.

 

카르타고와 3차에 걸친 포에니 전쟁을 통해 북아프리카를, 폼베이우스에 의해

동지중해와 이집트를, 카이사르를 통해 갈리아(현재의 프랑스)를, 아우구스투스

황제에서 네르바 황제에 이르기까지 라인강 서부와 도나우강 이남을,

트라야누스에서는 다키아(지금의 유고슬라비아 등 동유럽)마저 정복합니다.

 

 

드디어 아우렐리아누스 시대에 로마는 아프리카에서 동서유럽과

동 아시아(근동지방) 전부를 망라하는, 즉 그들의 눈에 보이며 그들이 갈 수 있었던

모든 세계는 다 정복해버린, 그야말로 대 제국이 된 것입니다.

 

로마는 유럽과 근동지역의 마지막 패자(覇者)였으며 영토라는 하드웨어 뿐 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정치제도, 법률, 크리스트교라는 세 가지 소프트 웨어를 동원해서

세계를 세 번 통일시켰다고 하는 위대한 문명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렇게 위대한 로마가 세계 문명사에 끼친 공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위대한 로마가 서구 문명사의 단초를 모두 혼자서 완성 시킨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로마는 문명사의 시발을 로마에 두기 보다는 그의 선배, 그리스에게 싹싹하게

공을 돌려야합니다.

이는 로마인 스스로 인정할 뿐 아니라 세계 문명사를 연구하는 모든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로마는 에트루리아 족과 그리스를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우선 로마의 시조부터 그리스 신화에 얽혀 있는 인물이 세웠다고 전승됩니다.

즉 로마는 그리스 사람이 세운 나라입니다.

 

로마의 시조 하이네이아스는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트로이 왕족 안키세스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트로이 전쟁에서 패하자 이탈리아로 숨어들어와 이탈리아의

라티움에서 나라를 세우고 이름을 라비니움으로 한 것이 로마의 건국신화입니다.

그리고 전쟁의 신 마르스의 피를 이어받은 로물루스와 레물루스가 등장하며

로마라는 말도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고 되어있습니다.

 

로마는 그리스의 모든 것을 모방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 나라입니다.

무엇보다도 로마 신화는 모두 그리스 신화를 모방한 것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로마 전승은 헤로도투스와 호머와 그밖에 여럿으로 대표되는

시인들의 시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리아드, 오딧세우스에서 등장하는 신화의 신들은 같은 신들로서 이름과

특징이 다를 뿐 일치율이 거의 95%가 넘습니다.

 

때문에 로마신화는 학술상, 문학상 굳이 따로 나누어 부르지 않고

그리스, 로마신화로 함께 부르게 되는 겁니다.

 

로마글자도 그리스 글자를 그대로 본떠서 알파벳을 만들었고 그리스 문명에게서

건축을 배웠고 연극, 전차 경주, 검투 등을 배웠습니다.

 

대포가 나오기 이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로 일컬어 졌던 로마 군단도

사실은 그리스 에페레이오스 왕의 로마 침공 때 소위 팔랑크스(약 5-10명으로

구성된 얇은 가로 진열을 한 보병부대)라고 불리던 그리스 전술을 그대로 배워서

모방한 군대 조직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나 트로이는 같은 신들을 섬겼으며 초기 로마에서는 종교도 그대로

수입되었습니다.

로마국가를 설립하게 된 이주민들은 대부분 그리스와 같은 신을 섬긴 에게해

문명의 사람들이고 이들이 로마의 지도세력을 이루면서 에게해의 신들을 그대로

들여와 로마에서 그들의 신으로 섬기게 됩니다.

 

로마는 모든 문물을 그리스로부터 흡수해서 로마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문화, 문명적 관계에서 온전히 그리스에 의존했다고 해서 로마가

세계문명사에 끼친 영향력이 감소되지는 않습니다.

문명사가들이 세계 문명사에서 로마는 주위 문화를 받아들여 그 폭과 깊이를

더했다는 점을 여전히 높은 평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로마의 문명사적 성과는 기존 문화의 심화보다도 오히려 헬레니즘의

세계화가 세계 문명사에 끼친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로마법 즉 시민법에서 만민법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폭과 깊이를 더하는

로마의 성과를 인정해야하지만 로마의 진정한 문명사적 위상은 로마 고유의

문화적 업적보다는 헬레니즘의 세계화에서 찾아야 합니다. 

로마는 무려 8만5천키로, 372구간에 달하는 도로를 만들어 세계는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낳게 했으며 이 길을 따라 그리스의 헬레니즘은 전 세계로 뻗어 갔습니다.

 

그리스의 안렉산드로스(알렉산더)대제가 그렇게 소망했던 헬레니즘의 세계화가

로마에 의해 이루어 진 것입니다.

 

옛사랑은 이 부분에 주목합니다.

헬레니즘은 헬라시대에서도 세계화를 진행시켰으나 완성되지 못하고 로마시대 때

로마의 도로와 그 복속 영토를 따라 헬레니즘이 세계화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헬레니즘은 로마에 의해 고대 세계를 벗어나 중세(中世)에로 바톤을

넘겼다는 사실입니다.

 

 

 

옛사랑은 이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긴 로마 역사와 그리스의 관계를

지금까지 지루하게 기술했던 것입니다.

 

로마가 헬레니즘을 세계화해서..그거 다 아는 사실 아니냐..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고 반문하시겠지만.....

 

로마는 헬레니즘만 세계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로마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니케아 공회를 열어 기독교를 공인하고

헤브라이즘도 세계화시킵니다.

 

문제는 이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