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지난 주 피박님 이사하는 날, 일찍 가게에서 나와 피박님 새 거처로 삼은 빌딩으로 갔는데
바로 그 건물 1층에 작고 예쁜 정원이 딸린 가게가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보이는 가게 안 분위기도 내가 좋아하는 옛물건들로 채워져 있고. 진열해 놓은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하여 이삿집 간다는 사실도 잊은 채 끌리듯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풍경> 이란 간판을 내 걸고 있는데 바깥에 있는 풍경 속 화초들은 물론 가게 안에 있는 풍경 속 물건들도 다 판단다.
그리고 주인 은아씨가 직접 달인 대추차, 수정과 등등의 전통차도 판다.
앗! 이건 내가 요즘 알게 된 소소원 쥔장님 글씨로구만....
아는 척을 했더니 딩동댕!~ 풍경 주인도 소소원을 잘 알 뿐더러 소소원 주인도 다녀갔노라 했다.
소소원을 안다는 이유 하나로 (사실 나는 잘 안다고 할 수도 없는데...) 금세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했다.
어느 한 군데 눈 선데 없이 꾸며진 공간이다. 주인 은아씨의 안목이 짐작된다.
이건 생활 도자기인데 단순미가 돋보이는 듯,,,,(물론 파는 것임)
너를 기다리느라 목 빼고 있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안에서 바깥을 보고 찍은 사진,
왼쪽에 있는 도시락통은 군용이었지 싶다.
은아씨는 저런 공간을 가져 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드디어 그 꿈을 이룬 모양이다.
나는 시골에 집을 짓고, 집 한 켠에 저리 꾸며놓고서 장사는 그저 소일거리로 해도 될 여유를 꿈꾸고 있기에
소품 하나도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았는데 피박님 이삿짐이 다 도착하지 않은 탓에 한참동안 머물면서 물건도 꼼꼼이 살펴보고.
은아씨와 이야기도 나누었다.
예쁘고 가녀린 은아씨는 풍경 속에 깃든 소품처럼 그 집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싶었는데 내가 보기에
장사꾼 기질은 없는 것 같아 맘에 걸린다.
글쎄 <전통찻집> 간판까지 걸어놓고 자리에 앉지도 않은 내게 냉차도 권하고, 수정과도 권했다.
수정과는 얼마나 진하게 달였는지....세 잔으로 늘여도 될 농도였다.
이제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고, 조금은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아직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데
차츰 아늑하고 편안한 공간이라 입소문을 타면 잘 되리라 믿는다.
저녁인데다 피박님이 당도하셨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사진 생각이 나서 찍었더니
사진이 실제 분위기에 훨씬 못 미치게 니왔다.
장소는 안산 고잔 신도시 2001 아울렛 맞은 편 김밥집 옆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