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봄 2011. 8. 17. 02:45

 

 어제 저녁 구미에서 출발해서 안산에 8시 40 분에 도착하는 버스로 해개이가

연꽃을 보내 주었다.

며칠전에 피박님 이사도 하셨담서 모디가아 연차 한번 마시라고 보내주겠다고 미리 말 했던 거다.

비가 억수로 쏟아진 탓인지 버스가 연착하여 20 분도 더 기다리 후에 연꽃 상자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

 

피박님과 함께 양상동에서 전통차를 가르치기도 하는 노선생님 댁으로 같다.

소문을 낸 탓에 벌써 여러 사람이 모여서 꽃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호일에 싸서 아이스박스에 넣어 온 연꽃이 금방 꺾은 듯이 어찌 이리 신선하고 순수한 빛인지...

하기사 저런 청청함이 가셔질까봐 버스편으로 보낸 거지.

 

 

 

노선생님께서 연꽃을 우리고 계신다. 자태가 참으로 고우시다.

 

 

 

 

 

 

 

 

 

 

 

 

 

 

 

 

 

 

다들 茶 선생님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 돌아가면서  기념촬영을 했다.

 

 

 

 

 

 

   

 

 

 

 

 

 

 

 

      

 

 

무명으로 만든 다보인데 작은 꽃송이들이 너무 귀엽다. 마치  병아리가 종종거리는 듯한 모습이다

저렇게 수 놓을 생각을 하다니....저런 분위기에 깝북 반하는 나는 여기서 또 한 수 배운다.

 

 

 

부추꽃 꽂은 것이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받침으로 깔린 다보는 역시 영미선생님이 만든 거,

왼쪽에 있는 수는 로즈마리인 것 같은데 너무너무 예쁘다.

 

 

 

 문살칸 사이에 진열된 찻잔이니 그 크기를 가늠되실 것이다.

나도 저렇게 작은 잔들이 제법 되는데 따라 해 볼까나?

 

 

 

 

 벽에 걸린 조명등에 바구니를 걸어 분위기를 살렸다. 결혼 전 우리집에서 써 먹던 방법이다.

우리집에 우루루 끌어 모여 놀다가 술이라도 마시게 될 때는 어느 누가 '조명하자!' 고 했었다.

그러면 도자형님이 소쿠리를 걸쳤는데 벽도 아닌 천정에 어찌 고정시켰는지 생각도 안 난다.

해경아, 니는 생각나냐?

 

 

 

소국 몇 가지를 갖다 드렸더니 노선생님이 저렇게 센스있게 해 놓으셨다.

 

 

 

  찻자리를 함께 하신 분들은 하나같이 연차를 마시는 분위기가 귀한 추억이 되겠다며 좋다고들 하셨다.

노선생님의 다도문화원은 안산시 양상동 (윗대버들동)에 위치하고 있는데 조금만 나가면 불빛 휘황한 도시라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즈녘한 동네이다.  비가 와서 풀벌레 소리는 잦아들었으니 대신에 다 열어 젖힌 창을 통해

들리는 빗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 자리의 빌미를 제공한 연꽃에 대한 인사는 해개이 대신에 피박님과 나한테로 돌아왔다.

사실은 해개이 덕분이고, 무엇보다 그 연꽃을 가꾸고 연꽃을 곱게 감싸주신 천해사 성준스님 덕분이다.

 해개이가 나한테 들은 이야기와  블로그에서 슬쩍슬쩍 읽어 낸 정보(?)를 토대로 피박님께 연꽃차회 하라고 보내 준

의도가 제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그게 말이 쉽지 실행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멀리 있는 논에 가서 연꽃을 따서 포장하고, 또 거기서 한참 떨어진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부치는 게

얼마나 성가신 일이냐 말이다. 더구나 해개이는 운전도 못해 기동력도 없는 잉간이다.

'피박님께 드려서 어쩌고...' 해쌓지만  피박님과 말 한 마디도 안 나눠 본 해개이인데

기실은 피박님과 가까이 지내는 날 낯 내 줄라꼬 그 오지랖을 펼친 걸 왜 모르랴. 

 폭 쪄가 동후미기라며 연밥도 몇 개 넣었다.

 우리 사이엔 서로가 뭘 주고 받건 간에 '고맙다'는 말은 해 본 적이 없으니만큼  나는 이번에도

 ' 이 돈 안 되는 잉간 같으니라고...저 오지랖을 누가 말리꼬~ ' 혀만 끌끌 차고 만다.

노선생님은 그날이 생일이라고 했는데 여러 사람들에게 귀한 분위기를 제공해 주시느라 늦게까지 애쓰셨다.

 

 *  나도 사실 그날 저녁은 여기저기 오가느라 바빴다.

모처럼 화성에 사는 펀리더 동료가 벙개모임을 주도한 날이라  1차로 그 모임에 참석했다가

피박님과 함께 8시 40분에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서 해개이가 경북여객 버스로 보낸 연꽃을  받아 양상동으로 갔다.

찻자리를 끝내고 나니 11시 30 분, 그때까지 저녁도 안 드셨다는 분이 계셔 2차로 미숙씨가 운영하는 시루향기로 안내해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펀동료들은 그때까지 모여 있다며,  끝나면 바로 오라는 전화가 몇 차례나 걸려왔다.

국밥 먹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마중>으로 갔다가 집에 오니 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참 많은 일이 일어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