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동란이가 왔다.

뜰에봄 2012. 4. 1. 01:40

 

지난 3월27일, 저녁에 가게에서 집에 갈 차비를 차리는데 구미에 사는 동란이가 온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는 평소 전화도, 그 흔한 문자도 자주 않지만 몇십 년 지기와 진배없이

미덥고, 깊은 정이 들어 있는 사이다.

저녁에 동란이 아들 민욱이 사는 집에 가서 자정까지 놀다가 돌아왔다.

민욱이는 서울대 약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동란이는 자식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준기 없다고 하며 그저 한 가지 한 거라고는 대학 수능을 치를 때

백일을 앞두고 수리산 꼭대기에 날이 궂거나 말거나 매일 올라가서 서울대학교 쪽을 바라보고 기도를 했다네.

수리산이 보통 가파르고 힘든 산이 아닌데 비가 와도 그 산을 올라가서 기도를 하는 정성이 보통일인가,

나는 아들내미 고 3 때 학교에서 야자까지 하고 오니 저녁밥도 안 해 주고, 너무 편하다는 말만 하고 댕겼고만...(아고, 부끄러바라~)

 

 

 

 

      

 

 민욱이는 밥도 안 먹고 새벽같이 서울대학교 연구실에 나간다기에 아침밥은 우리집으로 오라고 했네.

냉장고에 숙이가 보내 준 미나리도 남아 있기에 미나리를 무쳐 양푼에다 비벼 먹었다.

처음에는 따로 비비기 시작했는데 뭐니해도 비빔밥은 양푼에 비벼서 같이 떠 먹는 맛이라며  양푼으로 합쳤다.

 

 

 

 동란이는 내가 말릴 겨를도 없이 먼저 고무장갑을 꿰차고 설겆이를 한다고 나섰다.

지난 해도 꼭 이 때 왔는데 그 때는 쇼파 밑에까지 먼지를 닦아내며 거실 대청소를 하더니 이번에는 부엌 대청소를 시작했다.

수도꼭지며 싱크대도 반들반들 윤이 나게 문지르고. 부엌 벽 타일까지 닦았다.

 

 

 

 

동란이는 베란다에 나가서도 화초를 보살피고, 떡잎 하나라도  지나치지 않으려든다,

 

 

      

 

원래 수요일 오전 일찍 조화꽃꽂이 주문받은 물건을 사러 가려 했는데 하루 미뤄서 동란이와 같이 시장에 갔다.

조화시장에만 가려다가 가는 길에 꽃시장 구경이나 시켜주자 하고 과천화훼단지에 들렀다가 본 김에 물건을 잔뜩 샀다.

동란이와 같이 정리를 하고나서 꽉 들어 찬 가게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동란아 애썼다.' 하면서 기념사진 한 방..

 

 

 

 

 

 

 

 

꽃을 든 여자. ( 가게 앞에 주차 해 놓은 동란이 차도 고맙다고 차 앞에서 기념사진 한 방 )

 

 

 

동란이가 누구에서 수국을 선물하겠다고 해서 포장 해 준 거.

 

 

 

요건 구미 해겨이한테 보낼 꽃바구니이다.

큰 바구니에 갖가지 화초를 담아 놓고 보니 작은 정원같다.

해겨이는  평소에 내가 꽃을 보고 이쁘다, 이쁘다를 연발해도 꽃이 뭐 그리 좋으노? 싶은 듯이 시큰둥해 했는데

동란이랑 꽃시장 다녀 왔다고 했더니 동란이 편에 봄꽃 몇 개 보내라고 했다.

며칠 전에는 대구 칠성시장에 가서 꽃을 다 샀다며  전화까지 하더니 이제사 꽃 이쁜 줄 아는갑다.

많이 보내지 말고 한 두개 보내라고 했는데 반가운 마음에 이것 저것 골라 담았다.

바구니가 더 크면 수선화도, 히야신스도, 향 좋은 보르니아도 끼워넣어 줬을텐데...

하여튼  증명사진까지  찍어 놨으니까 나중에 저 바구니와 대조 해 볼 것임. ㅡ> 망간에 잘못되면 내가 삐질 줄 알고 단디 정신채리라.

           (참고로 나는 바구니 앞쪽에 있는 캄파룰라를 우리 엄마 키우시던 거 가지고 와서 해마다 꽃 피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