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케어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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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사회 한국의 비극’ 우화적으로 꼬집어… “그래도 한줄기 희망을…”
고은규 장편 ‘데스케어 주식회사’
고령사회로 치닫는 한국의 현실을 우화적으로 꼬집는 장편소설이 나왔다. 최근 출간된 고은규(42) 작가의 신작 장편
‘데스케어 주식회사’(문학에디션 뿔)는 죽음에 둔감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농담처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난 2010년 장편소설 ‘트렁커’로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했던 작가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에서
죽음 전후를 관리해주는 회사인 ‘데스케어(Death Care)’를 통해 기상천외한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소설의 주인공 청미는 우여곡절 끝에 자본금 5000만원의 주식회사 데스케어를 차린다.
이 회사는 생전에는 돌봐줄 사람이 없는 의뢰인들에게 매일 아침마다 살아 있는지를 전화로 확인해주는
‘생존 확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고객이 죽고난 후에는 의뢰인이 맡기고 싶거나 들키지 않게
처리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주는 일을 한다. 데스케어는 문을 열자마자 항문 생성병에 걸린
‘기기’,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작곡가 ‘니니’, 엄마로부터 동생들을 지키려는 ‘디디’,
하노이에 사는 ‘리리’ 등을 고객으로 맞는다.
기기는 항문이 하나씩 늘어가는 항문병이 있는 남자로, 번듯한 집안에서 자란 기독교 신자다.
그는 자신이 죽으면 섹스봇 ‘도라’와 일기장을 소각해줄 것을 부탁한다. 니니는 쉰 살이 됐지만
동생을 화재로 잃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죽을 경우 반려견과 반려묘를 분양해달라고 말한다.
디디는 엄마가 동생들을 해치려 한다는 망상증을 품은 채 자신이 모아놓은 증거자료를 방송국에 보내달라고 청한다.
베트남에 거주하는 리리는 서비스 기간 중 한 번은 하노이에 와줄 것을 당부한다.
소설은 홀로 지내는 사람들, 세상에서 사라지고 난 후에도 돌봐줄 이 없는 사람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펼쳐보인다. 소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뼈 있는 농담’을 던지고 있다. 그것은 곧 ‘고독사’가
바로 나와 내 이웃의 문제라는 메시지다.
작가는 “어쩌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외로운 죽음을 우리는 더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그럼에도 나와 당신이, 극단의 현실 속에서도 가느다란 희망을 찾을 거라 믿는다”고 밝혔다. < 문화일보 김영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