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햇살 내려앉는 돌담 모퉁이 지팡이 짚고 나오시는 할머니라도 만나길 기대했는데 필시 황사 탓일 것이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 온 동네가 고요에 쌓여있었다.
뿌연 것이 안개처럼 덮힌 마을 끝 논길로 이 동네 들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인 저 아이

놀이가 무료해 보이는 아이를 쫄쫄 따라갔더니...


땔감인가요? 물으니 그렇다고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베어낸 나무 큰 둥치는 실어가고 가지는 담장에 말렸다 불을 땐다고 하시는데 무슨 나무를 어디서 왜 베어냈는지는 할머니가 설명하셨어도 들은 나는 몰라...ㅡ.ㅡ;;;

오래 전,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 소가 끌던 달구지가 서 있었을 담장 아래 낯설게도 경운기가 서 있고 자동차가 보인다.

무심히 훔쳐본 담장 안, 저 장독대 옆에 앗,저기....저거... 요강!!!
저 눈물나게 정겨운 풍경!!!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고
그렇게 봄이 오던 또 다시 봄이 온
.....

아마, 우물인 모양이다. 이제는 쑬모가 없어졌는지 무겁게 뚜껑이 덮혔지만 한 때 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시린 물을 길어 올렸을까?
어릴 적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유행가 가사에도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있었고 (그 노래 속의 우물가에서는 동네 처녀가 바람이 났다고 했지...) 내 고향 수반댁 집 앞의 우물가에도 앵두나무가 있었는데 여기 우물 가에도 앵두나무가 있네! 앵두나무와 우물은 도대체 무슨 연관이길레...

얼금얼금 나뭇가지 걸쳐 세운 뜻은 필시 출입금지란 뜻이겠지?
아하~ 알겠다! 틀림없이 이 건 송아지더러 외출을 금지하란 뜻일 것이다. 코뚜레 아직 꿰지 않은 어린 송아지 틈만나면 동네 마실 나가 겅중거리고 돌아다녀 이 집 주인 할아버지 나뭇가지 줏어다 금 그으셨겠지? 아마, 그렇겠지?

지난 가을 하얗게 꽃피웠을 와송 마른 채로 곧게 선 지붕이 있는 골목 지나고

가시 달린 구기자 가지 돌담 틈에서 새싹 밀어낸 골목 지나고

슬쩍 훔쳐 본 어느 마당 한가롭게 누운 흰둥이 옆에 고무통 엎어 만든 최고급 빌라맨션, 저 기막힌 아이디어는 어느 분의 머리에서 빛을 내며 쏟아졌을까
비 새지 않는 훌륭한 집 가졌으니 세상사 등 따숩고 배 부른 것일까 저 흰둥이, 낯선 사람 지나가거나 말거나 그저 물끄러미 쳐다볼 뿐 짖어 볼 염도 안 내고 별 관심도 없다. ^ㅠ^

돌담길 돌다 만난 여자 아이가 나는 괜히 반가웠는데 소녀는 카메라를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혼자 나즈막히 불러보는 고향의 봄
그 노랫말처럼 온 동네 꽃빛 곱게 물들고
이 동네가 친정이라는 뜰에봄언니 그 언니 다정다감한 감성의 근원을 이제 알겠다.

열여섯명이나 함께 갔는데 한참을 돌아도 보이지 않던 일행 중 한 분이 저 앞에 걸어 가신다. 숨바꼭질하는 기분으로 혼자 돌았는데 이제 동네 한 바퀴 돌아 온 모양이다.

날씨가 신통치 못해도 봄을 내어야 하는 농부의 일이 있으니 저 아저씨 들길로 나서셨으리



꽃 피고 꽃 피고 꽃 지고

그 오래된 마을에

꽃 피고

봄이 자라고

산밭으로 가는 아스라한 길 지그시 눈 감으면 아지랭이가 보일 것 같은 길

언덕 과수원에 거름을 내는 부부도 보이고 (저 두 분이 혹 부부가 아니라도 나는 모르고~)

산수유 노란꽃이 보이는 저 냇가에서 어쩌면 우리들 어리던 그 즈음에 여름날 마을사람들 멱을 감았을지도 모르겠다.
저 위로 한참 올라가면 깔깔거리는 처녀들이 목욕하고 그 더 아래 총각들이 모여 목욕을 하고...?

저 황토벽 같은 정으로 세월이 가도 세월이 가도 변치않는 마음으로 온기 나누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며 한밤마을 기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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