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한밤마을 구석 구석 둘러보기ㅡ 수메루 : 사진일기

뜰에봄 2007. 9. 9. 14:51




봄 햇살 내려앉는 돌담 모퉁이
지팡이 짚고 나오시는 할머니라도 만나길 기대했는데
필시 황사 탓일 것이다, 오가는 사람 하나 없는 동네
온 동네가 고요에 쌓여있었다.

뿌연 것이 안개처럼 덮힌 마을 끝 논길로
이 동네 들어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인 저 아이













놀이가 무료해 보이는 아이를 쫄쫄 따라갔더니...


















땔감인가요? 물으니 그렇다고 할머니가 대답하셨다.
베어낸 나무 큰 둥치는 실어가고 가지는 담장에 말렸다 불을 땐다고 하시는데
무슨 나무를 어디서 왜 베어냈는지는
할머니가 설명하셨어도 들은 나는 몰라...ㅡ.ㅡ;;;










오래 전,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
소가 끌던 달구지가 서 있었을 담장 아래
낯설게도 경운기가 서 있고 자동차가 보인다.









무심히 훔쳐본 담장 안, 저 장독대 옆에
앗,저기....저거...
요강!!!

저 눈물나게 정겨운 풍경!!!










진달래 피고
진달래 피고

그렇게 봄이 오던
또 다시 봄이 온


.....










아마, 우물인 모양이다.
이제는 쑬모가 없어졌는지 무겁게 뚜껑이 덮혔지만
한 때 저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시린 물을 길어 올렸을까?

어릴 적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유행가 가사에도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있었고
(그 노래 속의 우물가에서는 동네 처녀가 바람이 났다고 했지...)
내 고향 수반댁 집 앞의 우물가에도 앵두나무가 있었는데
여기 우물 가에도 앵두나무가 있네!
앵두나무와 우물은 도대체 무슨 연관이길레...









얼금얼금 나뭇가지 걸쳐 세운 뜻은
필시 출입금지란 뜻이겠지?

아하~ 알겠다!
틀림없이 이 건 송아지더러 외출을 금지하란 뜻일 것이다.
코뚜레 아직 꿰지 않은 어린 송아지
틈만나면 동네 마실 나가 겅중거리고 돌아다녀
이 집 주인 할아버지 나뭇가지 줏어다 금 그으셨겠지?
아마, 그렇겠지?











지난 가을 하얗게 꽃피웠을 와송
마른 채로 곧게 선 지붕이 있는 골목 지나고









가시 달린 구기자 가지 돌담 틈에서 새싹 밀어낸 골목 지나고











슬쩍 훔쳐 본 어느 마당
한가롭게 누운 흰둥이 옆에
고무통 엎어 만든 최고급 빌라맨션,
저 기막힌 아이디어는 어느 분의 머리에서 빛을 내며 쏟아졌을까

비 새지 않는 훌륭한 집 가졌으니
세상사 등 따숩고 배 부른 것일까
저 흰둥이,
낯선 사람 지나가거나 말거나
그저 물끄러미 쳐다볼 뿐
짖어 볼 염도 안 내고
별 관심도 없다.
^ㅠ^














돌담길 돌다 만난 여자 아이가 나는 괜히 반가웠는데
소녀는 카메라를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혼자 나즈막히 불러보는 고향의 봄

그 노랫말처럼
온 동네 꽃빛 곱게 물들고

이 동네가 친정이라는 뜰에봄언니
그 언니 다정다감한 감성의 근원을 이제 알겠다.











열여섯명이나 함께 갔는데
한참을 돌아도 보이지 않던 일행 중 한 분이 저 앞에 걸어 가신다.
숨바꼭질하는 기분으로 혼자 돌았는데
이제 동네 한 바퀴 돌아 온 모양이다.













날씨가 신통치 못해도 봄을 내어야 하는 농부의 일이 있으니
저 아저씨 들길로 나서셨으리

















꽃 피고
꽃 피고
꽃 지고











그 오래된 마을에








꽃 피고







봄이 자라고







산밭으로 가는 아스라한 길
지그시 눈 감으면 아지랭이가 보일 것 같은 길








언덕 과수원에 거름을 내는 부부도 보이고
(저 두 분이 혹 부부가 아니라도 나는 모르고~)










산수유 노란꽃이 보이는 저 냇가에서
어쩌면 우리들 어리던 그 즈음에
여름날 마을사람들 멱을 감았을지도 모르겠다.

저 위로 한참 올라가면 깔깔거리는 처녀들이 목욕하고
그 더 아래 총각들이 모여 목욕을 하고...?









저 황토벽 같은 정으로
세월이 가도
세월이 가도
변치않는 마음으로 온기 나누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평화를 기원하며
한밤마을 기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