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구둣방 아저씨

뜰에봄 2007. 12. 2. 22:11
내가 있는 상가앞 횡반보도 옆에 샷시 건물인 조그만 구둣방이 있다.

조금전에 신발 굽을 갈려고 갔더니 어떤 할머니가  좁은 구둣방 앞에서 연신 절을 하며 고맙다고 하느 모습이 띄였다.

 무슨 일이냐고 그랬더니 할머니 구두를 수선해주고서 돈을 안 받았더니 그러신다네.

왜 안 받으시냐고 물으니, 돈도 못 버는 노인네들이 무슨 돈이 있느냐며 아저씨는 노인네 구두나 외국인 노동자들 구두는 수선해주고도 돈을 안 받는다고 하셨다.

어제도 중국인 구두 두 켤레나 돈을 안 받고 고쳐주었더니 몇번이나 ' 띵호와! ' 하고 가더라네.

세상에!  ( 감동 시러버 ^^*)

주인아저씨는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긴 하지만 아마 일흔은 됨직한 연세로 보이니 할아버지인 셈이다.

 

 언젠한번은 새벽 꽃시장을 갔다가 짐을 내리는데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에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시길래 이렇게 일찍 구둣방 문을 여시느냐고 그랬더니 비둘기 모이를 주러 나오시는 거라고 했다.

비둘기가 밤새 배가 고파 있을 것이고, 또한 사람들이 안 다니는 시간에  모이를 먹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찍 나오셔서는 모이를 주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신다고 했다.

 아저씨가 봉지에서 비둘기 모이로 곡식을 꺼내어 바닥에 뿌리니 ' 어머나, 이럴 수가! ' 어디선가

거짓말처럼 비둘기 들이 날아 와서는 모이를 먹는데 ~ 그 모습 또한 감동스러웠다.

모이값도 만만 찮아서 일주일에 만오천원 쯤 든단다.

 

 그 아저씨, 언제 한번  내 새구두 발등 부분이  죄이길래 망치로 살살 두드려 가죽을 부드럽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너무 세게 쳤던지 빵구에 가까운 흠집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러고도 별 미안한 기색도 안하시던지라 내 속으로 ' 에구, 요량도 없는 영감쟁이 같으니라구...' 욕도 했건만 갑자기 사람이

어찌그리 달라보이는지...이런 분을 내가 왜 진작 몰라 보었나 싶었을 지경.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따뜻한 세상!

살만한 세상!

 

 아까 구두 맡길 때  아저씨가  '꽃집 아줌마 구두 수선비는 오천이이요! " 하시는 걸 ' 아저씨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 저 오늘  따블로 드릴게요.' 그러고 왔다.

 

200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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