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전에 신발 굽을 갈려고 갔더니 어떤 할머니가 좁은 구둣방 앞에서 연신 절을 하며 고맙다고 하느 모습이 띄였다.
무슨 일이냐고 그랬더니 할머니 구두를 수선해주고서 돈을 안 받았더니 그러신다네.
왜 안 받으시냐고 물으니, 돈도 못 버는 노인네들이 무슨 돈이 있느냐며 아저씨는 노인네 구두나 외국인 노동자들 구두는 수선해주고도 돈을 안 받는다고 하셨다.
어제도 중국인 구두 두 켤레나 돈을 안 받고 고쳐주었더니 몇번이나 ' 띵호와! ' 하고 가더라네.
세상에! ( 감동 시러버 ^^*)
주인아저씨는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긴 하지만 아마 일흔은 됨직한 연세로 보이니 할아버지인 셈이다.
언젠한번은 새벽 꽃시장을 갔다가 짐을 내리는데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에 아저씨께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시길래 이렇게 일찍 구둣방 문을 여시느냐고 그랬더니 비둘기 모이를 주러 나오시는 거라고 했다.
비둘기가 밤새 배가 고파 있을 것이고, 또한 사람들이 안 다니는 시간에 모이를 먹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일찍 나오셔서는 모이를 주고 다시 집에 들어갔다가 나오신다고 했다.
아저씨가 봉지에서 비둘기 모이로 곡식을 꺼내어 바닥에 뿌리니 ' 어머나, 이럴 수가! ' 어디선가
거짓말처럼 비둘기 들이 날아 와서는 모이를 먹는데 ~ 그 모습 또한 감동스러웠다.
모이값도 만만 찮아서 일주일에 만오천원 쯤 든단다.
그 아저씨, 언제 한번 내 새구두 발등 부분이 죄이길래 망치로 살살 두드려 가죽을 부드럽게 해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너무 세게 쳤던지 빵구에 가까운 흠집을 낸 적이 있었는데, 그러고도 별 미안한 기색도 안하시던지라 내 속으로 ' 에구, 요량도 없는 영감쟁이 같으니라구...' 욕도 했건만 갑자기 사람이
어찌그리 달라보이는지...이런 분을 내가 왜 진작 몰라 보었나 싶었을 지경.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따뜻한 세상!
살만한 세상!
아까 구두 맡길 때 아저씨가 '꽃집 아줌마 구두 수선비는 오천이이요! " 하시는 걸 ' 아저씨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 저 오늘 따블로 드릴게요.' 그러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