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마음 / 정채봉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이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개업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돈이 적으나 밤이 늦으나
기쁨으로 맞는다면
세례성사를 받던 날의 빈 마음으로
눈물을 글썽이며 교회에 다닌다면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 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여행을 떠나는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그 때가 언제이던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가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