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야기 뜰

안중 형님 선물

뜰에봄 2008. 12. 6. 08:39

 

십 여년 전인가. 내가 하고 있는 꽃가게로 얌전하고 교양있어 뵈이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찾아 오셨다.

마산에서 이사를 왔는데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무료하니 꽃집에 와서 꽃 일도 배우면서 청소도 해 주고, 일을 거들어 주겠다고 했다.

꽃집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을뿐더러 일손이 달리지도 않아 달리 도와 주실 건 없고 시간 있을 때 놀러나 오시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하여 꽃집에 자주 들리셨고. 오시면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되셔서 꽃 일도 곧잘 도와 주셨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시장갈 때나 꽃꽂이 강습할 때엔 꽃집을 맡기기도 하고. 졸업시즌, 어버이날 같은 절기엔 참으로

 절실한 도움을 받기도 했다. 나이가 나보다 한참 위이신지라 나는 기꺼이 형님으로 대접해 드렸다.

그러다가 형님은 산본으로 이사를 가서 몇 년 동안 슈퍼를 하시다 전원생활을 즐기며 쉬고 싶으시다면서 정리를 하신 뒤

3 년 전 안중으로 이사를 가셨다.

마산에서 안산으로 이사 왔을 때는 큰 회사 간부로 계시던 아저씨께서 물러나게 되고, 몇 군데 투자했던 돈은

이리 저리 얽혀 풀릴 기미도 없고, 마땅히 시작할 사업도 찾지 못해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형님 형편이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그럴 때 우리 꽃집을 드나들며 마음 적으로도 많은 위안을 얻었고. 여러 가지 고마운 게 너무 많았다며 형님은 두고두고

그걸 잊지 않을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직접 포도 주스도 만들어다 주시고, 검은깨, 검은콩, 봉령 같은 걸 따로 따로 쪄서 말리기를 아홉 번이나 거듭해서

경단도 만들어다 주시는 둥 지금까지 형님한테 받은 정성스런 선물은 몇 몇 가지가 되는지 모른다.

 

갑자기 추워지고 비까지 흩뿌리는 그저께 형님이 오셨다.

사시는 곳에서 한참 걸어 나와 한 시간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또 전철을 타고, 내려서 시외버스 타고, 또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그렇게 복잡한 노선을 거쳐서 순전히 날 보러 오신 것이다.

마중을 나가 형님 배낭을 받아 드니 어찌나 무겁던지 아파트 입구에서 집까지 오는데도 어깨가 뻐근할 정도였다

 

 

 

형님이 만드신 팥 찜질팩 이다. 형님 친구분 집에 가니 저 팥 찜질팩을 뜨끈하게 해서 주는데 어깨에 대고 있으니 어찌나

시원하고 좋던지,  당장 팥을 구해 만드셨다네. 천을 구분 지어 박은 뒤 팥을 넣어 마무리.

붉은 팥은 따뜻한 열 지압과 독소배출의 효과가 있어 뭉친 근육을 이완시켜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데 좋다고 한다.

 허리가 아프거나 아랫배가 차고 냉기가 많은 사람이 저 찜질팩을 두르고 있으면 효과를 많이 본다네.

저렇게 만든 걸 전자렌지에 넣고 5 분쯤 돌리면 적당하게 뜨끈 뜨끈하다.

나는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형님 성의를 봐서 지난 이틀간 연달아 해 봤는데, 한 시간이 훨씬 지나도  식지도 않고

아픈 곳은 이내 나을 것처럼 느낌이 참 좋았다.

아 참, 내가 손발이 찬 편이니 계속해서 한번 해봐야겠다.

 

 

 

팥주머니는 쉽게 빨 수 있는 게 아니라 더러움이 타면 안 된다고 저렇게 겉싸개까지 만들어 오셨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의 꽃무늬천이다. 한쪽을 터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게 만들어졌음.

 

 

 

형님 배낭에서 나온 것들이다. 청국장 큰 뭉테기가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안 찍혔다.

녹두는 산 것이고, 쥐눈이 콩과 고구마는 텃밭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거란다.

누가 형님 드시라고 갖다 준 떡까지 맛도 안 보고 가져 오셨다네.

 

저렇듯 살뜰한 마음이 깃든 선물을 받을 적마다 나로서는 돌려 갚을 , 저기 상응 할 만큼의 선물은 도저히 생각도 안 나서

그저 속수무책인 심정이 된다. 뭐라도 한 가지 드릴게 없나 싶어 집안을 두리번거리다 안 신고 둔 양말 한 세트와 내가 입던

 누비 자켓을 꺼내드리고 말았다. 그나마 누비 자켓이 형님한테 잘 어울려서 다행이다 싶었다.

고마우신 우리 안중 형님, 오래 오래 행복하시길 바라는 기도를 내 잊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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