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에봄꽃집에서

스승의 날.

뜰에봄 2009. 5. 15. 20:51

예전에는 스승의 날을 꽃집에서 가장 큰 대목으로 쳤는데 몇 년 전부터 스승의 날엔 그저 평소보다 꽃을

조금 더 많이 파는 날일 따름이다.

스승의 날 전 날, 꼬박 밤샘을 해서 꽃바구니를 꽂고, 아침에는 서른개 쯤의 꽃바구니를 배달하곤 했는데

그때를 떠올려보면 마치 전설처럼 여겨진다.

우리꽃집 인근학교에선 몇 년간 학생들 등교마저 안 시키더니 올해는 휴교는 안 한다고 했다.

하지만 꽃을 가져오지 말라고 했다며 학부형 몇이 주문한 꽃바구니가 취소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래도 어제부터  은사님께 드리는 꽃바구니 주문이 좀 있었고, 오늘은 학생들이 방과후에 예전 선생님을 찾아간다면서

한 송이 장미라던지, 작은 꽃바구니를 사러왔다.

 

듬직하게 생긴  남학생이 와서 꽃가격을 물었다.

카네이션 한 송이를 포장하면 얼마냐고 해서 1500원이라 했더니 남감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서 가려고 했다.

그래서 "왜, 돈이 모자라니?" 물었더니 천원밖에 없단다.

"그럼 천원만 주려무나, " 했더니 하는 말, ~'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려고 해요.'그런다.

그러면서 " 아주머니는 예쁜 꽃과 함께 지내시니 참 좋으시겠어요" 라는 말도 덧붙였다.

겨우 중학교 1학년이라는데 까불거리며 말 많게 생긴 남자애도 아니었는데, 어쩜 그런 말을 다 하는지...

남의 자식이라도 참 대견스럽고, 탐났다.

꽃장사인 나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게도 하고...

"그래, 아우야, 꽃장사해서 돈이야  좀 벌면 어떻노, 아름다움을 나누는 일인데...' 하시던 견자형님 말씀도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