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선옥이 아들 창원이가 결혼식을 올렸다.
선옥이 부부는 금요일 저녁에 부산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우리집에 와서 잤다.
부산에서 혼주가 되어서 당일 올라오는 건 너무 지칠 일이라 미리 우리집에 와서 쉬고,
당일 아침 아리따움 화장품점을 하는 연희한테 화장도 좀 시키고, 미장원에 가서 머리도 하면 좋겠다 싶어
그러라고 했더니 역시 잘 생각 한 일,
금요일 저녁식사와 함께 곁들인 소주 몇 잔에 거나해진 선옥 남편 유진옵빠야는
이런 좋은 선배를 둔 마누라가 갑자기 꽤 괜찮은 여자로 보인다는 농담까지 하며 흡족해 했다.
같이 올라 온다던 선남이 부부도 왔으면 좋았을 걸,,. 갑자기 중길옵빠 회사에 파업소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못 오고 말았다.
결혼식은 오후 두 시로 잡혀 있었지만 부산에서 하객을 태우고 오는 대절버스가 12시쯤 도착된다고 하고
결혼식 전에 식사도 끝내야 할 상황이니 일찍 서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산에서 결혼식장인 육군사관학교까지 거리도 만만찮아 차가 밀릴 것을 감안해서 출발시간을 10 시로 잡았다.
연희에게 8시쯤 나와달라고 했더니 이른아침임에도 기꺼이 나와서 선옥이 얼굴을 예쁘게 화장 해 주었다.
연희는 선옥이가 내민 사례금은 한사코 거절하고선 방문기념이라며 그날 입을 선옥이 한복색깔에 맞을
루즈까지 선물해 주었다. 어찌 그리 마음씀씀이가 예쁠까? 번번이 그렇지만 나는 또 연희에게 감동먹고 말았다는..
머리 드라이는 내가 가는 미장원에 예약을 하려다가 시간도, 장소도 여의치 않아
9시에 문을 여는 가까운 미장원에 갔는데 내심 불안했던데 비해 기대이상으로 예쁘게 해 주어 흐뭇 ^^
12시도 안 되어 육군사관학교 교회에 도착했다.
그 교회는 창원이가 다니던 교회이기도 하지만 역시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대령으로 예편한 창원이 장인어른과도
무관하지 않아 결혼식장으로 택했다고 한다.
육군사관학교는 창원이 졸업식 때 오고 두 번째 였는데 겨울에 밨던 정경과는 달리 곳곳이 심어진 나무들이
아름다운 녹음 숲을 이뤄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더해주었다.
신부도 너무 예쁘고, 예복을 입은 창원이도 너무 멋졌다.
예식을 주관하시는 주례 목사님 말씀도 좋았고, 창원이와 신부가 맡고 있는 교회 중등부 대원들은 특송을 멋지게 불러
결혼식 분위기를 한결 북돋워 주었다.
아름다운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 장면을 지켜보니 뿌듯하고 감동스러워 눈물까지 나려고 했다.
어려운 형편에도 창우와 창원이 아들 둘을 멋지게 키운 선옥이 부부에게 갈채를 보내는 마음^^
선옥이에 대해선 전에 한번 끄적거려 놓은 글도 있다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유진옵빠가 아파서
경제적으로 몹시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선옥이는 아이들에게 서예 공부를 시키고, 피아노 교습을 받게 만들었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이웃과, 나 역시도 그 형편에 머슴아들에게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가르친다고
쑥덕거렸는데 창우와 창원이 형제들이 이만큼 밝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청년으로 자란 것은 다 그렇게 공을 들여 키운 탓이지 싶다.
두 형제가 교회를 비롯한 각 행사때마다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분위기를 주도한다니 어릴 때부터 그렇게
음악성을 키워주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을것이다.
또한 그런 창원이니 신부가 안 반할 수가 없었겠지.
살면서 이렇듯 기분좋은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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