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메아리/신현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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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싸웠다
답답해서다
화'를 내었더니 자기도 답답하단다.
화'가 나서 소주 두'병을 사왔다.
한 병은 여분.
그래도 안주를 만들어주니
고'맙다, 아내.
"한 잔 들지, 그래."
아내는 소주 반'잔을 마시고
오'만상을 찌푸린다.
입에 혀같이 하기를 바라잖지만
제'발 나를 괴롭히지 않았으면
사'실 나는 참고 산'다.
"나도 참고 사'누만…."
확실히 억울한 것 내 쪽이다.
"내 쪽이구만…."
주고받는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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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혹은 연인과 싸우더라도 소주 한 잔 나눌만큼의 여지는 남겨둬야 합니다. 살다보면 내가 늘 억울하지요. 상대방도 그렇다는 것을 메아리가 알려줍니다. 이 시의 일부 글자 어깨 위에 삐침표(')가 있는 것이 의아스러울 것입니다. 원로시인 신현득(1933∼ )선생이 일부러 우리말의 장음(긴소리) 표기를 해놓은 것입니다. 선생이 표시해놓은 대로 긴소리를 살려서 시를 읽으면, 아주 맛깔스럽습니다. -(장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