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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게 말걸기 /안정희

뜰에봄 2009. 7. 20. 00:29

운명에게 말걸기 /안정희

어서 와

이제 네가 우리 집에 오면
왜 왔니 하지 않고
어서 와 할게

네가 오면
언제든지 우리 집 고운 음식을
순서대로 내놓을게
긴 세월이었어

너로 인해 내가 좀 겉늙었지만
네가 앗아간 것 연연해 하지 않고
네가 가져다 줄 걸
`복`이라 부르며 잘 간직할게

이젠
너와 손잡고
산책고 하고 의논도 하고 싶어

내 고슬고슬한 두 아들
너무 혹독하게 몰아붙이지 말고
멋 적은 내 남편 등 좀 두드려 주렴
그리고더러 나에게도 하루 종일
씩씩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 좀 해 주어

네게 말은 못했지만
사실 많이 고단했거든

그렇다고 네게 차마 사랑한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이제 이 말은 하고 싶어

우리 친하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