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년 9월 8 일 서울 목동에 사는 인당 님이 우리집에 왔다.
인당 님을 알게 된 건 자수 때문이다.
초여름에 접어들어 내가 수를 놓겠다는 결심(?) 을 각시붓꽃한테 내비쳤더니 각시가 낙성대 길상사 를 검색해서
그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스님이 수 놓은 전시작품이 올려져 있으니 참고하라고 일러주었다.
그 즉시로 검색을 해봤더니 길상사의 홈페이지보다도 <낙성대 길상사> 라고 쓴 블로그 글 제목이 먼저 눈에 띄었다.
그래서 클릭을 하게 되었는데 블로그 쥔장 인당 님이 직접 수 놓은 작품이며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어린왕자, 타사 튜더에 관한 글까지 시리즈로 실려있어 담박에 끌리고 말았다.
특히 나의 관건인 자수에 있어 어찌나 야무지고 예쁜 작품이 많던지 내 맘에 쏘옥 들어 한 수 배우고 싶다는 열망이 불쑥 치솟았다.
블로그를 통해 서로가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댓글을 주고 받는 사이 어느새 정이 들어
인당 님은 날 언니라 부르며 살갑게 굴고, 나 역시도 무슨 횡재처럼 얻어진 인연을 고맙고 기까워하고 있다.
선희가 해 준 식탁러그에 수를 놓겠다는 작정을 하고 시작하려고 드니 자수라야 겨우 중학교 가정시간에 배운
샤틴스티치,아우트라인 스티치가 전부라 조금은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선희가 동대문 시장에 러그천까지 들고가서 잇대을 레이스를 고르고, 장식을 고른 정성을 알기에
허투로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인당 님께 SOS ~
마침 안산에 해바라기, 백일홍, 황화코스모스도 장관인지라 꽃도 볼 겸, 한 수 가르쳐도 줄 겸해서 오십사 했더니
흔쾌히 와 주었다. 효재선생으로부터 받았다는 저 분홍보따리를 들고서...
꽃도 좋고, 수도 좋지만 젤로 우선으로 귀하고, 반가운 건 역시 사람이 아니겠는가 !!
흔한 쇼핑백대신 고운 분홍보따리에 물건을 싼게 한결 얌전스럽고 정겹게 느껴진다.
블로그 카테고리에 <효재처럼 > 을 정해 놓고 효재선생과 관련되 게시물을 주욱 올려놓으드만 역시 평소생활에서도'
' 효재처럼 ' 을 실천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인당 님이 그간에 놓은 수 작품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보따리에 싸 가지고 온 것들이다.
무명천을 잘라서 행주로 하던지 어쩌던지 하며 만들었는데 행주하기는 너무 아깝고, 용도를 냅킨으로 정해놓았단다,
손님이 올 때 한 장씩 놓아주면 얼마나 기분좋아 할까?
내가 "오마나 세상에, 세상에나~ 이뻐라~"를 몇 번이나 외쳤을지는 각자 짐작하시기 바람.
더구나 저 많은 것 들 중에 내게 두 장 고르라고 했당,
한 땀 한 땀 공들인 거 생각하면 준다고 넙쭉 받아챙기는 것이 도리가 아닌 줄 알지만서도 너무 좋아서 염치불구, 받기로 작정 ^^
하나같이 다 이쁜데 ...이 것도 저 것도 다 마음에 드는데 ...차라리 정해서 주지...
내가 두 개를 고르는데 얼마나 갈등했게? ~ 아무도 없이 혼자 내버려 뒀다면 아마 하루종일 만지작거리며
딜다봐도 결정을 짓지 못했을 것 같다.
이건 반짇고리인데 하도 앙징맞고 이뻐서 탄복을 멈추지 않자 이 것도 날 가지라고 했다.
가로 세로 11센티, 저 작고 귀여운 꽃들을 수 놓느라 색실을 갈아 끼운 것만해도 몇 번이냐.
나같으면 아까워서 절대로 못 줄것이다.세상에는 속이 없는 사람도 참 많다.
나는 안다, 예전에 내가 분재를 200 개까지 키울 때가 있었는데 암만 친한 이한테도 그거 하나 선뜻 안겨주지 못했다.
심지어 꽃모종까지도 그랬다. 이 것도 저 것도 다 내 살점인 것 같은 심정이라니...
어디 돈 주고 꼭 같은 걸 살 수 있다면 그걸 사서 주겠는데....속으로 그런 생각만 했다.
내가 고심끝에 고른 거다. 나는 꽃이라면 다 좋아하지만 특히 저런 얼굴의 꽃을 편애하는 편이다.
예전에 편지 쓸 때 편지 끄트머리나 봉투에 저 꽃모양을 그려놓곤 했다.
그리고 위의 붓꽃이 두 번째로 고른 것.
저 무늬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중에 저 모양 저대로 보라색 붓꽃도 마주 피워 셋트을 만들어
보리라는 속셈이 있었다는...
아 작품은 마지막까지 날 갈등기로에서 서성이게 만들었는데 반짇고리만 해도 그런데 너무 섬세하고 정성이 많이 들어 간 걸
내가 다 쏙 빼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을 접었다.
점심 때 같이 점심먹자고 부른 내 친구 희열이가 역시 나처럼 어머나 어머나...하며 탄복해 마지않자 글세 이 여인 좀 보소,
희열에게도 하나 골라가지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랬더니 희열이가 냉큼 저 작품을 찜하고 말았다.
희열이가 저 예쁜 걸 놓칠 리 없지.
예쁜 것을 보는 눈썰미가 보통 아닌 희열이는 ' 어머머 요것 봐라, 꽃가지가 바구니 아래까지 내려와 있어' 하고 딱 짚어낸다.
저런 거 찾아내는 데는 희열이와 내가 어금버금이다.
그림이나 사진을 볼 때 저런 세세한 것 까지 살펴보면 너무 재미있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 저런 수 보따리 하나 풀어 놓으면 종일이라도 심심찮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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