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랑이 머무는 뜰

[13] 어느스토커의 고백-배신의 습격

뜰에봄 2010. 3. 30. 00:09

Subject  
   [13] 어느스토커의 고백-배신의 습격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이 시리즈를 완결시키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스토리이다. 이미지 관리를 위해 이 이야기는 발설하지 않아도 되리라 처음부터 속단한 것이 잘 못이었다. 이 시리즈는 본래 옛사랑이 그녀를 스토킹(stalking)하는 장면만을 부각하여 한 대 여섯 편으로 끝낼 작정이었다. 그러나 시리즈를 계속하면서 읽는 이에게 감동을 주기 위하여 옛사랑은 시시콜콜 너무 자세하게 이야기 해 버렸다. 잊었던 기억도 억지로 되살려가면서 너무 정치(精緻)하게 전개해 버린 것이다. 이제 어떤 생략이나 은폐에 대한 시도도 이 이야기의 일관성을 잃어버리게 하고 이야기의 구성을 훼손하게 되었다. 루비콘 강을 이미 건넜다. 이제는 이미지 관리에 실패하더라도 이 이야기의 일관성을 더 중요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옛사랑은 1998년 바람을 피운 적이 있었다. 상대는 탤런트 김영란을 쏙 빼 닮은 여인이었다. 그 여인은 중턱의 그 어려운 만장일치제의 관문을 오직 옛사랑 한 사람을 자겁하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통과했다. 그 여인은 어떤 중턱 모임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으며 여자회원들과 친분을 쌓아갔다. 그 여인의 미모 때문에 모든 중턱 남자회원들은 그 여인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이었으나 중턱의 여자회원들은 같은 이유로 그 여인에게 처음부터 적대적이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여자회원들의 고압적 자세와 핍박의 수모를 견디며 선배(?)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섬겼다. 그 여인의 지극정성에 여자 회원들은  두 손을 들었고 그 여인은 하바드 대학 입학보다 어려운 그 관문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당시의 옛사랑이 눈으로 인한 절망과 외로움 때문에 실수를 저질렀다는 핑계는 그만 두기로 하자. 그 여인의 적극적인 구애로 옛사랑은 그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정확하게 한 열흘 정도는 못 잊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여인을 만나 열흘 쯤 지난 후 그 여인이 술을 마시며 주정을 하는 모습을 보고 옛사랑은 그 여인에 대한 사랑을 접었다. 그러나 그 열흘간 옛사랑은 격렬한 육체적 사랑을 경험한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었다. 포르노에서의 수음을 즐기던 그 쾌감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옛사랑이 그 여인의 육체에 탐닉할수록 그 여인은 더 다양한 메뉴를 준비해 두었다. 정신적 교감은 전혀 발전하지 않은 채로 그들의 음란한 행위는 계속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옛사랑이 정복욕을 충족한 대가로 그 여인은 옛사랑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옛사랑은 겁이 났다. 이별을 선언했으나 그 여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1999년 가을이 되어서야 그 치정사건은 외형적으로 겨우 종결을 지었다. 그러나 옛사랑은 그 후로도 그 여인에게 한동안 시달려야했다.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남자 혹은 여자가 입장하여 특정한 인물에게 마구 욕을 퍼붓고 저주하는 장면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 사랑에 대한 배신행위로 말미암아 늘 한 사람은 쫓겼고 한 사람이 추적하는 상황은 대화방에서 드물지 않게 접하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옛사랑과 사람들은 혀를 찼다. “잘 좀 해결하지 않구서니..한심한 몰골들 하구는” 하고 조소했다. 그러나 망 말 할 일이 아니었다. 그 여인은 헤어짐에 대한 합의가 있고나서도 옛사랑과의 사랑을 못 잊어 괴로워했다. 그 여인은 옛사랑이 그녀의 방에 매일 죽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처음에는 참고 참았다가 자제력을 잃고 드디어 그녀 혼자 있을 때 그녀의 방을 습격했다. 그녀는 그 여인에게 영문도 모르고 한참을 당한 모양이었다.

옛사랑은 그녀에게 당연히 호출되었고 오타가 연발하는 그녀의 두 번째 히스테리를 견뎌야했다. 그녀는 형사보다 더 치밀하게 옛사랑을 추궁해 왔다. 그녀의 꼼꼼하고 빈틈없는 성격을 잘 아는 옛사랑은 모든 것을 순순히 자백했다. 조사하면 다 나올 일이었다. 어설픈 거짓말은 더 역 효과일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필요 이상의 상상력으로 사실보다 과장된 상황을 인정하라고 할 때도 옛사랑은 억울했지만 그냥 “네” 해야 했다.  

그 사건은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죄라는 것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절대 그 흔적을 지우지 않는 완고함이 있다.
옛사랑은 큰 일이 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