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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이 머무는 뜰
41] 어느스토커의 고백-영혼의 죽음
뜰에봄
2010. 5. 21. 09:17
41] 어느스토커의 고백-영혼의 죽음
쁘띠 부르조아..
세상에서 정작 읽지도 않으면서 가장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책을 두 권만 들라면 하나는 바이블(The bible), 즉 기독교의 성경이고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다. 성경을 완독하기는 쉽지가 않다. 총 66편에 달하는 성경은 우선 분량이 18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도 전체 3권 17편 97장으로 구성되는 사회주의의 바이블로 일컬어지는 방대한 체계이다. 이 두 권의 서술에 대해 사람들은 이해는 고사하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읽지도 못한 주제에 함부로 이야기하며 일가견을 내세우기 일쑤이다.
당시의 옛사랑은 바이블 따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예수님이 물위를 걸었다는 사실 하나만 듣고도 “흥!! 예수님은 소금쟁이시구만. 물 위를 뛰어다니시게..”하며 아예 상대하거나 의식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자본론은 달랐다. 옛사랑에게 자본론은 사회과학을 이해하는 소중한 비밀이 들어있는 책이라 믿었으며 무협소설에 나오는 절세무공의 비급처럼 애지중지하며 읽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 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된다. 전체 서양철학을 관통하며 헤겔의 변증법을 거꾸로 세우고 있는 마르크스를 이해하는 것은 옛사랑의 지성으로는 무리였다. 엥겔스는 그러한 마르크스를 가리켜 “모든 세상의 위대한 철학자와 철학사상을 병렬적으로 세우면 그게 마르크스의 사상이 된다”라고 설파했다.
옛사랑은 2편의 상품론부터 막혀서 한 치도 더 전진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영어 공부 못하는 학생의 정통종합영어가 도입부의 명사편까지만 새까맣게 줄 처져 있고 뒤는 맨 날 새 책이듯이 옛사랑은 시작하자마자 2편의 상품론에서 막혔다. 읽다가는 중단되었고 다시 읽었으나 또 중단되었다. 옛사랑은 마침내 읽기를 포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옛사랑은 자본론 맨 뒤편을 그냥 읽어보고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농업 자본가들이 산업 자본가로 바뀌면서 농노들이 엔클로우즈 무브먼트에 의해 거리로 쫏겨나고 있었다. 그들은 점차 걸인이나 유랑자로 바뀌었으며 마침내 범죄자로 전락했는데 그 들이 범죄하면 머리에 화인을 찍었다는 내용이 흥미가 있어서 금방 읽었다. 그리고는 그 앞장을 읽었더니 이해가 되었고 또 그 앞장..마침내 옛사랑은 단숨에 자본론을 독파해 낸다.
자본론은 뒤에서 거꾸로 읽어야 이해가 되는 책이었다. 마르크스는 옛사랑 같은 멍청이들은 절대 그 책의 비밀을 파악할 수가 없도록 오묘한 이해의 프로세스를 따로 준비해 두고 있었다. 비밀의 문을 열기에 합당한 만큼의 고통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으면 그 역순의 프로세스를 깨달을 수 없도록 교묘히 구성상의 함정을 장치해 둔 것이었다.
쁘띠부르조아란 소시민 계층을 뜻하는 말로 소(小)기업주, 자영 점포상인, 독립 자영농민, 자유업자, 지식인, 직업인, 공무원, 예술가 같은 중산층을 일컫는 말이다. . 그러나 엥겔스 레닌에 이르러 이를 더욱 세분화하여 프롤레타리아 중 상층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회주의 사상가들이 쁘띠 부르조아라고 할 때는 경멸적 개념으로 사용할 때가 많다. 즉 사회 문제에 참여하려 하지 않고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에 의존하여 경제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며 부르조아의 흉내만 내는 기회주의적 계층을 지칭한다.
“쁘띠부르조아"란 말은 옛사랑이 그녀에게 광분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였다.
옛사랑은 그녀를 기회주의적 속물근성과 물욕으로 철저히 물든 전형적인 쁘띠 부르조아라고 비난했다. 그녀는 해박했지만 이 쁘띠부르조아란 개념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옛사랑이 그녀에게 쁘띠 부르조아라면서 무려 한 시간 이상에 걸쳐 광분했을 때도 이 생소한 어휘때문에 그녀는 옛사랑에게 제대로 저항할 수도 없었다.
옛사랑은 그가 할수 있는 가장 모욕적인 말을 동원하여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옛사랑은 그녀의 모든 미학적 지식은 예술품 경매할 때 가짜를 구입하지 않기 위한 실용적 지침일 뿐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과시용 인테리어를 구입하기 위한 전형적인 쁘띠 부루조아의 값싼 판단기준에 불과하다고 공박했다.
하루아침에 돈 좀 번 주제에 삼백년을 토호세력으로 존재했던 옛사랑 가문, 그 뿌리 깊은 부르조아의 몰락을 모욕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양귀비나 키웠던 집안에서 어떻게 제대로 부르조아의 흉내를 낼수가 있겟는가. 그것은 마치 양반전이나 허생전에서의 깜냥도 안되는 흉내 뿐인 선비와 같다고 공박했다.
그녀의 해박한 지식에 대해 지금까지는 감탄하고 인정했으나 그것이 모두 지적 허영이었으며 모든 것이 물질로 귀결되는 쁘띠부르조아의 정신적 악세사리에 불과했음을 깨닫고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녀는 몇번이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했지만 말을 다 듣기전엔는 못나간다는 옛사랑의 제지로 나갈 수도없었다.
그녀는 한 시간 동안 옛사랑이 퍼붓는 모욕을 창백한 표정으로 견뎌내야 했다.
그녀는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독사에게 끊임없이 물려서 영혼이 죽고 있었다.
사랑이 죽고 있었다.
senhor ten piedad de nosotros !
주여...자비를 베푸소서.
그날의 옛사랑의 죄를 묻지마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그날. 그녀의 상처를 주님이 위로하소서.
주여. 옛사랑의 죄를 묻지마시고
자비를 베푸소서.
(note)
Kyrie(주여, 자비를 베푸소서)/Mercedes Sosa
senhor ten piedad de nosotros
senhor ten piedad de nosotros
senhor ten piedad de nosotros
senhor, ten piedad de nosotros
Ten piedad
senhor ten piedad
De nosotros
Cristo, ten piedad de nosotros
Ten, ten, piedad,
Piedad
Cristo, ten piedad de nosotros
Ten ten piedad
Cristo, ten piedad de nosotros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에게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에게
자비를
그리스도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에게
자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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