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구미 사는 동란이가 참외를 보냈다.
지가 농사 짓는 것도 아니면서 작년부터 왜 이런다냐.
참외가 어찌나 야무지고 잘 익은데다 친구의 정성까지 담겨있어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동란이는 보지도 않고 주문했더니 자잘한 것이 간 모양이라고 면목없어 한다.
그러고보니 동란이한테는 참외뿐 아니라 포도도 박스째 얻어먹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 보답도 안 했다.
우리는 평소에 연락도 않고 지낸다. 서로 생각을 안하는 것은 아니나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여길 따름이다.
참외받고 모처럼 전화나 해 보자하고 안 받길래 잘 받았다는 문자만 보내고 말았더니 역시 문자로 답장이 왔다.
참외가 도착한지 며칠이 되었건만 그걸로 끝이다.
고맙느니, 참외가 너무 맛있더라느니, 왜 보냈냐느니...호들갑을 떨면서 통화를 할만도 하건만
내가 생각해도 나답지가 않다. 할 말을 잇지 못할 만큼 고맙고 미안한 탓도 있고. 말 안해도 내 마음 다 헤아리고도
남을 친구라는 믿음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