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는 풍경

[스크랩] 그리움의 색깔

뜰에봄 2010. 8. 7. 13:22

 


 

 

연꽃을 보며

詩 : 이 영 춘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 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그대 5  / 詩 : 김지숙

 

채운 적 있어 비움을 알고
비우면서 커진 절망 앞에서
소리 높혀 운다

 

참는 일이 많아 아픔은 더해가고

 

채울수록 깊어가는
세월 앞에 서서
비우고 비운 마음

 

그대 타인될까 두렵다

 

 

 


 
 
그대에게 가고 싶다
詩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개 띄어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상처입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한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싶다.
 
 

 

 

그리움되어 비는 내리고

詩 : 윤영초

 

숨막히는 그리움
그리워도 볼 수 없음에
아픔이 서려있는 비가 내립니다
당신의 모습
순수하기만 했던 때가
빗물에 젖고 있습니다

 

사랑한 마음 하나로
빗물처럼 흐느껴 흘러도
다를 바 없는 야속한 그리움
멀어져 마주하지 못함에
가슴속까지 비에 젖습니다

 

많은 그리움이 있었기에
따스한 사랑만 품었는데
그리움으로 젖게하는
사랑하는 마음에
그 변한 마음이 동반 합니다
사랑을 저버리는 당신을
지금 빗물로 씻기웁니다

 

진실하게 살아가며
영원처럼 머물고 싶었는데
오늘은 빗물같은 눈물로
가슴이 저려옵니다
사랑한 마음을 알지못함에
아픔으로 남아
서러운 가슴이 됩니다

 

이 비가 그치면
내 가슴의 빈자리에
햇살처럼 넉넉한 빛으로 가득차
홀로 외롭지 않을
그 한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詩 : 정호승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사람을 멀리 하고 길을 걷는다

 

살아갈수록 외로와진다는
사람들의 말이 더욱 외로와

 

외롭고 마음 쓰라리게 걸어가는
들길에 서서

 

타오르는 들불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독하다

 

그리운 사람 다시 그리워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면
어둠 속에서 그의 등불이 꺼지고
가랑잎 위에는 가랑비가 내린다

 

 

 


 

 

 

눈물 한 방울 

詩 : 정 우 경

 

그대 물으셨지요
잊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른다고
그리고
그때 그 사람도
비를 좋아했었다고
내 마음에 떠오르는 대답보다
먼저 흐르는 눈물 한 방울

 

 

 


 

 

 

그리움 

詩 : 조지훈

 

머언 바다의 물보래 젖어 오는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늬가 말없이 서 있을 적에
늬 두 눈썹 사이에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늘을 내다보는 너의 영혼을
나는 분명히 볼 수가 있었다.

 

늬 肉身의 어디메 깃든지를
너도 모르는 서러운 너의 영혼을
늬가 이제 내 앞에 다시 없어도
나는 역역히 볼 수가 있구나

 

아아 이제사 깨닫는다.
그리움이란 그 肉身의 그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天地에 모양 지울 수 없는 아득한 영혼이
하나 모습되어 솟아 오는 것임을…

 

 

 


 

 

 

따뜻한 그리움 

詩 : 김재진

 

찻잔을 싸안듯 그리움도
따뜻한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생각하면 촉촉이 가슴 적셔오는
눈물이라도 그렇게 따뜻한 눈물이라면 좋겠네
내가 너에게 기대고 또 네가
나에게 기대는
풍경이라도 그렇게 흐뭇한 풍경이라면 좋겠네
성에 낀 세상이 바깥에 매달리고
조그만 입김 불어 창문을 닦는
그리움이라도 모락모락
김 오르는 그리움이라면 좋겠네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詩 : 정 우 경

 

이제는 애써 지우려 하지
않기로 한다
그냥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이제는 애써 잊으려 하지
않기로 한다
생각나면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제는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하지
않기로 한다
눈물나면 그냥 눈물나는 대로

 

포기되지 않는 두 가지 슬픔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한다는 것과
내가 여전히
널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

 

 

 


 

 

하늘에 쓰네 

詩 : 고정희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하늘에 쓰네

 

내 먼저 그대를 사랑함은
더 나중의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내 나중까지 그대를 사랑함은
그대보다 더 먼저 즐거움의 싹을 땄기 때문이리니

 

가슴속 천봉에 눈물 젖는 사람이여
억조창생 물굽이에 달뜨는 사람이여
끝남이 없으니 시작도 없는 곳
시작이 없으니 멈춤 또한 없는곳,
수련꽃만 희게 희게 흔들리는 연못가에
오늘은 봉래산 학수레 날아와
하늘 난간에 적상포 걸어놓고

 

달나라 광한전 죽지사
열두 대의 비파에 실으니
천산의 매화향이 이와 같으랴
수묵색 그리움 만리를 적시도다
만리에 서린 사랑 오악을 감싸도다

 

그대 보지 않아도 나 그대 곁에 있다고
동트는 하늘에 쓰네
그대 오지 않아도 나 그대 속에 산다고
해지는 하늘에 쓰네.

 

 


 

 

 

그립다고 말했다

詩 : 정현종

 

두루 그립다고 너는 말했다
그러자 너는 꽃이 되었다
그립다는 말 세상을 떠돌아
나도 같이 떠돌아 가는 데마다 꽃이 피었다
닿는 것마다 꽃이 되었다
그리운 마음 허공과 같으니
그 기운 막막히 퍼져 퍼지고 퍼져
마음도 허공도 한 꽃송이!


두루 그립다고 너는 말했다

 

 

 

 
 
 * 촬영지 : 분당 여술마을
 * 촬영일 : 2005년 6월 3일
 * Camera : Nikon F4
 * Lenz : AF80-200mm f2.8 + 2X Convert
 * Film : FUJI Velvia 50
 * Scaner : Epson 2450P
 * 음악 : L'orphelin / Claude Jerome
 

출처 : 들꽃세상(wildflower)
글쓴이 : 저녁노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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