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상가 둘레에 울타리를 치기 위해 벽돌로 쌓아 올린 곳에 철망 안밖으로 딱 꽃 한 포기 심을 만큼 터가 있기에
과꽃을 심었더니 그것이 번져 해마다 이맘때면 풍성한 과꽃의 향연이 벌어진다.
며칠 전에 한 두 송이가 벌어지나 했는데 추석을 지내고 와 봤더니 과꽃도 추석맞이하러 나왔는가, 일제히 피어있었다.
' 땅이 하도 척박해서 살기나 하랴?' 하면서도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구석자리가 하도 보기싫어 과꽃 두 포기를 심어 놓았더니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웠다. 내년에는 씨가 떨어져 옮겨 심을 엄두를 못 내는 돌틈 사이에도 과꽃이 피지 싶다.
꽃밭에 옮겨 심은 과꽃도 활짝 피었다. 봉숭아도, 분꽃도 과꽃의 기세에 눌린 것 같다.
과꽃 / 어효선 작사 권길상 작곡
1.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2.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 지 온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바로 위 사진 속의 과꽃은 고향 집 마당에 있는 과꽃입니다
정확히 2005 년 봄에 엄마가 심으신 과꽃인데 그해 시월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나시고 난 뒤 주인(엄마) 없는 뜰에 피어 있는 모습입니다
초가을 햇살아래 꽃빛이 어찌나 곱고 유정하던지 ....엄마 장례식 마치고 삼오날까지
고향 집에 머문 동안에 줄곧 눈길을 주었습니다.
우리 엄마의 손길이 거친,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라보신 엄마 꽃인지라 사진으로나마
간직하려고 찍어 놓은 거랍니다.
그래서 저 과꽃을 바라볼 때마다 왈칵 서러움이 북받치면서도 한편으로 우리 엄마에게
큰 즐거움과 위안을 준 꽃이거니 생각하면 마음이 가라앉곤 합니다.
과꽃만큼 번식이 왕성한 꽃도 없지 싶어요.과꽃은 한번만 심어 놓으면 그 이듬해부터는
꽃씨를 따로 뿌리지 않아도 수도 없이 돋아나지요.
꽃 사랑이 지극하신 우리 엄마는 그 촘촘히 돋아나는 과꽃 모종을 솎아 내버리지 못하시고
어디라도 심으시려고 애를 쓰셨습니다.
엄마가 과꽃 모종과 호미를 들고 우리 집 구석구석은 물론 아랫집 대문 앞까지 심으시고는
그래도 남은 모종은 이웃집으로 가져가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 동요 속의 소년은 꽃 속에 누나 얼굴을 떠올렸는데 전 꽃 속에 엄마 얼굴을 떠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