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2월29일은 결혼기념일이다.
남편은 기념일이라고는 자기 생일 외엔 챙길 생각도 않는 무심한 사람이라
모른척 하고 저녁에 진작에 통지가 온 모임에나 참석할까 했는데 아들이 아침에 저녁을 살테니 일찍 들어오시라고 했다.
엄마가 꽃도 준비해 가지고 가야할 모임이 있어 안 되지 싶다고 해놓고 나왔는데 저녁때가 되어
아들이 다시한번 오늘 같은 날 식구끼리 외식을 해야지 않겠냐고 그랬다.
에고, 기념하고 싶을만큼 결혼을 잘 했다 싶지도 않구만 아들이 그러는데 거절 할 수 없는 분위기라서
'엉뚱한 생고기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나선 CGV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려고 했는데 그 시간에 상영하는
'라스트 갓파더'는 아들이 시시할 것 같다면서 안 보겠다 하고. 1시간 기다려야 상영되는 영화 <황해>는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고 해서 내가 안 되겠다 하고...이런 저런 의견이 분분하자 남편은 세 사람이 볼 것을 확실히 정해
시간 맞춰 다시 나오자고 해서 집으로 와 버렸다.
회사에선 택배로 케잌을 보내 주었는데 케잌을 먹고 난 남편 입가에 팥알만한 생크림이 묻어 있었다.
'입가에 케잌이 묻었으니 거 입 좀 닦으소'라고 했더니 어디에 묻었는지 어떻게 아냐면서
좀 닦아 주면 안 되냐고 그랬다.
나 참 기가 차서...입 가가 몇 평이나 되남, 휴지 한 장 빼와서 닦으면 될 일을 ,
당신이 얼라요? 하고 말았다.
그럴 때 당신 입 가에 생크림을 나 먹으라고 남겨 뒀수? 하며 쪼옥 뽀뽀를 해 주는 닭살 마눌은 못되더라도
휴지 한 장 빼서 던져 주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진대 그 짓을 못한다.
아무튼 여태까지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건데 남편과 알콩달콩 재미있게 산 편은 아니지만
큰 갈등도, 별 기복도 없이 살아 온 것이 다행스럽고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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