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2011년 1월8일

뜰에봄 2011. 1. 9. 23:58

 오전에 장상동에 있는 양가이버 님 친구 창고에서 인디카 야생화 사진 전시회 액자 발송 작업이 있었다.

멀지않은 곳이라 귀동씨와 물푸레 님 차를 타고 도와주러 갔는데 사람들이 여럿이고. 몇 년째 계속해 오던

작업이라 이력이 붙어서인지 2시간도 안 되어 일이 끝났다.

양평해장국 집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한양대 안산캠퍼스 앞에 있는 주점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리를 듣고는

같이 갈까 하다가  가게일이 마음에 걸려 와 버렸다.

 저녁 때가 되어 전화를 해 봤더니 그때까지도 몇 사람이 자리를 뜨지않고 있었다.

 명색이 내 구역에 왔는데 저녁이라도 대접해야 겠다 싶어 6시에 가게를 빠져 나왔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소는 피박님이 잘 아시는 분이 운영하는 막걸리집이었다.

막걸리집에 조금 있다가 원주추어탕집으로 자리를 옮겨 추어탕과 추어튀김에 소주까지 곁들여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보니 식당이 문닫을 시간에 이르렀다.

 9시밖에 안 되었다고 헤어지기가 아쉬워 노래방에라도 가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나는 전날 잠을 못 자 피곤했고.

은빛님도 일찍 내장사 출사를 간다며 반대표를 던져 그냥 귀가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들어  잠이 막 어렴풋이 들 무렵에 전화벨소리가 들려 받고 보니  꽃가게가 있는 상가 관리소장님이었다.

 열한 시가 넘은 시간에 뭔 일인가 했더니 글쎄 상가에 도둑이 들어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인 무꼬바 언니 가방을

훔쳐가 버렸다고 했다.

상가 곳곳에 설치된 CC TV를 돌려 봤더니 쉰 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우리 가게에 들어가 뒤지는 모습이

찍혀 있더라네. 그래서 지문 채취를 할 거니까 다음날 흔적이 남아 있어도 놀라지 말라고 했다.

가게 서랍장에는 통장을 한데 넣어 둔 지갑도 있고. 카드며 안경 따위를 넣어 둔 주머니도 빠뜨려 놓은 게 떠올랐다.

통장이야 가져가도 못 쓰지만 그래도 가져가면 재발행하기가 보통 귀찮지 않을 거고.

카드 주머니 가져갔으면 카드를 쓸 것을 대비해서 분실 신고도 해야할 것 같기에  평소 일요일은 쉬어 온 터이지만

가게에 나가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내 물건은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무꼬바 언니가 잃어버린 가방에는 하필이면  곗돈 부을 돈이 들어있었는데 그것이  칠팔십 만원쯤 된다고 했다.

무꼬바 언니는 회갑이 넘은 분인데 상가에서 가장 검소하고 알뜰하게 사시기로 소문 난 분이다.

아까워서 어쩌나. 병이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그 언니는 오전에 교회에 가서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가져갔을 테니 요긴하게 잘 쓰고. 가방이나 돌려주길 바란다고 기도했다며 시종 담담한 표정이었다.

씩씩거리며 얼마나 분해할까, 싶었는데 너무 의외라 그 언니가 다시 보였다.

 CC TV 에 찍힌 걸로 보아 그 도둑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내 꽃가게였는데  태연히 내 컴퓨터 책상에 앉아 서랍이며

장식장따위를 1분 50 초 동안 뒤졌다고 한다. 멀찌감치서 남자 한 명이 망보듯이 서성이는 것도 발견되었단다.

나는 가방을 비롯한 내 소지품을 각별히 신경써서 보관하는 것을 잘 못해 가게에 오면 가방 지퍼도 제대로 닫지 않은 채

가장 손쉽게 닿는 장식장 안에 툭 던져 놓고 마는데 만약에 어제 일찍 안 나갔으면 내 가방을 잃어버렸지 않았을까 싶다.

가게가 좁아서 꽃 냉장고를 들일 공간이 없어  한 칸 건너에 있는 가게 하나를 더 얻어 꽃냉장고를 놓아 둔터라 만약에

남자가 꽃이라도 산다고 했으면 가게를 비우고 꽃냉장고 앞에서 꽃을 매만졌을테니 얼마든지 뒤질 수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내 꽃가게는 출입문을 마주하고 있고, 꽃가게 특성상 안에도 예쁜 것이 있어 누가 보더라도

구경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십상이다.

 그리고 종합상가라 뭐 먹을 거라도 있으면  점포 이웃들끼리 서로  불러서  나눠먹는 편이고, 화장실 다녀 오면서도

어느 한 점포에 발목이 잡히기 일수이며, 아예 텔레비젼을 갖다놓고 휴게실처럼 꾸며진 곳까지 있어

다들 자기 점포를 비워놓고 모여서 손님이 오나 안 오나 힐끗거리며 텔레비젼을 보거나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

  분위기가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가게에 숨어들기가 어렵지도 않은 실정이다.

그 언니도 바로 앞에서 조금 비켜있는 수입품 점에 있는 동안에 도둑이 들었던 것이다.

 어제 같은 날은 가장 만만한 표적에서 요행히도 피해 갔다만  이런 고약한 일이 생긴 사실을 안 이상

 앞으로는 지갑 같은 걸 단디 신경써서 보관해야 겠구만 그러자면 피곤해서 어쩌냐?

나는 남자들이 꽃바구니 같은 걸 하러 오면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무료할까 싶어

컴퓨터 앞으로 안내해서 컴퓨터를 하며 기다리라고 권유하는데 앞으로는 그것도 삼가해야 할까?

사람을 전부 도둑놈으로 보고 사는 짓, 그 짓을 하고 살 일은 생각만 해도 짜증나고 아득하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심보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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