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오빠네 조카 석현이가 가족 카페에 <할먼이 마음> 이란 제목으로 올린 게시물을 보고
나는 어먼이 생각에 눈물를 흘렸다.
.
1992 년이면 20 여년 전인데 편지도 아닌 쪽지를 버리지 않고 간직한 것이 고맙다.
<1992 년 春 > 엄마는 대구 작은 오빠네 들렀다가 닭 한 마리 값을 (얼마를 두셨는지는 생각이 안 난다고 함)
저 종이에 사서 어디 끼워놓고 오셨을 것이다.
직접 주면 필시 안 받을 게 뻔하니 말이다.
그 당시 오빠는 원래 넉넉하지 못한 형편인데다 자녀 삼 남매를 다 공부시킬 시기였으니 가장 힘든 때였던 듯하다.
공부시키느라, 공부하느라 지쳐있는 오빠네 식구들을 보면서 닭이라도 한 마리 고아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셨을끼다. 우리 엄마 성격에 비추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아이들 닭 고아 먹이라고 하신 것이 1992년 봄인데, 6월 달에 또 오빠네 가신 걸 보면.
아마도 대구에 뉘 집 결혼식 같은 행사에 참석하셨다가 들리신 것 같다.
6월 달에 조카 석현이와 신영이 생일이 같이 들어 있는데
선물로 만 원씩 놓고 가신 것이다.
에고, 저 삐뚤삐뚤하고, 발음대로 쓰신 우리 엄마 글씨 좀 보소.
각설하고...
우리 조카 석현이는 학교 다닐 때 친척들이 용돈 얼마씩 준 것을 다 적어 놓았다고 한다.
더구나 할머니한테 받은 용돈은 차마 쓰지 못해 일기장에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사소한 것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가상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암만 바빠도 이쯤에서 우리 조카들 자랑을 안 하고 지나 갈 수가 없네.
오빠네 자녀 삼 남매는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안 형편 어려운 탓 한번 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고 꿋꿋하게
공부에 전념하더니만 취직도 좋은데 하고, 결혼도 잘 해서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잘 산다.
형제 간에, 그리고 부모자식 간에 극진하고, 끈끈하기로 우리 둘째 오빠네 식구를 따라 갈 사람은 드물 것이다 .
'할먼이 마음'을 여태 간직한 것만 해도 알만하지 않은가.
'끄적 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실, 혹은 거짓말 (0) | 2011.09.30 |
---|---|
2011년 9월 30일 오전 02:35 (0) | 2011.09.30 |
내 편 (0) | 2011.09.05 |
2011년 8월 31일 오후 11:51 (0) | 2011.08.31 |
영화 (0) | 2011.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