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할먼이 마음

뜰에봄 2011. 9. 17. 01:10

 

 둘째오빠네 조카 석현이가 가족 카페에 <할먼이 마음> 이란 제목으로 올린 게시물을 보고

나는 어먼이 생각에 눈물를 흘렸다.

 .

 

 

1992 년이면 20 여년 전인데 편지도 아닌  쪽지를 버리지 않고 간직한 것이 고맙다.

<1992 년 春 > 엄마는 대구 작은 오빠네 들렀다가  닭 한 마리 값을 (얼마를 두셨는지는 생각이 안 난다고 함)

저 종이에 사서 어디 끼워놓고 오셨을 것이다.

직접 주면 필시 안 받을 게 뻔하니 말이다.

그 당시 오빠는 원래 넉넉하지 못한 형편인데다  자녀 삼 남매를 다 공부시킬 시기였으니 가장  힘든 때였던 듯하다.

공부시키느라, 공부하느라 지쳐있는 오빠네 식구들을 보면서 닭이라도 한 마리 고아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셨을끼다.   우리 엄마 성격에 비추어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아이들 닭 고아 먹이라고 하신 것이 1992년 봄인데, 6월 달에 또 오빠네 가신 걸 보면.

아마도 대구에  뉘 집 결혼식 같은 행사에 참석하셨다가  들리신 것 같다.

6월 달에 조카 석현이와 신영이 생일이 같이 들어 있는데

선물로 만 원씩 놓고 가신 것이다.

에고, 저 삐뚤삐뚤하고, 발음대로 쓰신 우리 엄마 글씨 좀 보소.

 

 

각설하고...

우리 조카 석현이는 학교 다닐 때 친척들이 용돈 얼마씩  준 것을  다 적어 놓았다고 한다.

더구나 할머니한테 받은 용돈은 차마 쓰지 못해 일기장에 간직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사소한 것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 가상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암만 바빠도 이쯤에서 우리 조카들 자랑을 안 하고 지나 갈 수가 없네.

오빠네 자녀 삼 남매는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집안 형편 어려운 탓 한번 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고 꿋꿋하게

공부에 전념하더니만 취직도 좋은데 하고, 결혼도 잘 해서 이제는 남부럽지 않게 잘 산다.

형제 간에, 그리고 부모자식 간에 극진하고, 끈끈하기로 우리 둘째 오빠네 식구를 따라 갈 사람은 드물 것이다 .

'할먼이 마음'을 여태 간직한 것만 해도 알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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