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뜰에 내린 햇살마음

팥죽

뜰에봄 2012. 12. 26. 08:45

 

12월21일 동짓 날 , 꽃집 바로 옆 아파트에 사시는 형님이 팥죽을 끓였다며 먹으러 오라고 하셨다.

 

 

형님 식탁 유리 밑에는  손수 놓은 자수 러너 위에  김용택 씨 시 한 편도 끼워져 있었다.

내가 형님보고 걸핏하면  63세나 되셔 가지고...하는데 정말이나 63세 되신 분이 아직도 소녀처럼 시를 적고,

책갈피에 꽃잎도 말리신다는 사실이 신선하다.

 

내가 한 때 자수를 놓는다고 설치는(?) 것을 보시더니 형님도 놓아 보겠다고 하셔서 광목 한 자락을 잘라 드렸더니

저렇게 완성해 놓으셨다. 내가  자수 보를 들고 자랑하러 오신 형님께 난이도가 없는 수라고 한 마디 했더니

요즘도 내가 수를 들먹일 때마다 '앗따 저거는 난이도가 있네, 없네...' 하신다. ㅎ

 

 

 

 

혼자 얻어 먹으면 집 식구가 걸리는 법이라며 집에 가져 가라고 하시며 죽 한 그릇을 싸 주셨다.

뭘 주실 때면 그릇을 주고 받는 번거로움을 내세워 비닐팩에 담아 주시는 일은 형님 사전에 없다.

언제나 저렇게 예쁘게 싸 주신다.  (우리 부산 형님도 그러신데...)

 

형님은 나이도 한참 어린 내게 늘 깎듯하게 대하시고. 매사 너무가 반듯하고, 원리 원칙을 따지시는 분이다.

그러니 사실 좀 친해지면 마냥 스스럼 없이 대하는 내 성격상으로는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아직도 일기를 쓰시고. 눈 나빠지면 책을 못 읽을까 겁난다 하시며 평도 텔레비젼도 안 보시고,

눈에 좋은 건 블루베리며 구기자 같은 걸 늘 챙겨 드신단다.

나하고 친해진 것도 꽃집에 꽂혀 있는 책을   보시고 빌려가기 시작하고 부터이다.

 

지난 가을 새마을 문고에서 문학기행 갈 적에 모시고 갔는데 가기 전에 형님이 끼여 가도 될 자린가 아닌가,

폐는 안 되나 하시며 하도 망설이시길래 내가 정색을 하며 형님같은 성격은 질색이라고 했더니 누가 그리

 솔직하게 말 해 주겠냐며 고맙다고 몇번이나 그러신다 .

  그 땜에 나한테 정이 팍 들어버렸다네 ( 참 나. 나는 삐지실 수 알았구만...ㅎ)

 

 

 

                                

                          오랫만에 엄마가 끓여 주시던 팥죽같은 팥죽을 먹었다.

 옛날에는 팥죽을 한 솥 끓여 큰 옹가지에 퍼서 장독간에 놓아 두고 한참동안 먹었던 생각이 난다.

얼음이 낀 팥죽을 퍼서 솥에다 데워 먹던 옛날 그 때 겨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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