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이재운-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

뜰에봄 2007. 10. 28. 19:46

이재운-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



<<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 이재운편저, 책이있는마을,2003


가시나 -  
이 말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 두 가지 설이 있다. 그 첫째가 신라 화랑제도에서 그 연원을 찾은 것으로서 ‘가시’는 본래 ‘꽃’의 옛말이고, ‘나’는 무리를 뜻하는 ‘네’의 옛 형태에서 나온 것이다. 옛날 신라시대의 화랑을 ‘가시나’라고 하였는데, ‘가시나’의 이두식 표기인 ‘화랑(花郞)’에서 花는 꽃을 뜻하는 옛말인 ‘가시’에 해당되며 郞은 ‘나’의 이두식 표기이다. 그러므로 가시나는 곧 ‘꽃들’이라는 뜻이다. 화랑은 처음에는 처녀들이 중심으로 조직되었기 때문에 처녀 아이를 ‘가시나’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가시’는 그 후 15세기까지 ‘아내’의 뜻으로 쓰였으며, 여기서 나온 말이 부부를 가리키는 ‘가시버시’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시의 옛말은 ‘가시나ㅣ’로서, 아내를 뜻하는 ‘가시(妻)’에 아이를 뜻하는 ‘나ㅣ(胎生)’가 합쳐진 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을 풀어보자면 ‘아내(각시)로 태어난 아이’라는 뜻이 된다는 설이다. (바뀐 뜻은 계집아이나 처녀를 일컫는 경상도 지방의 방언이다. 표준말은 ‘계집아이’이다.)

가을  -
  가을이라는 말은 본래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지금도 시골 노인네들이 ‘벼가을은 다 했나?’하는 말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줄여서 ‘갈’이라고도 한다. (바뀐 뜻은 ‘추수’를 뜻하던 가을이라는 말이 세월이 흐르면서 추수를 하는 계절인 9,10,11 월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어서 쓰이고 있다.)

감쪽같다 -
   원래 곶감의 쪽을 먹는 것과 같이 날쌔게 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곶감의 쪽은 달고 맛이 있기 때문에 누가 와서 빼앗아 먹거나 나누어 달라고 할까봐 빨리 먹을뿐더러 흔적도 없이 말끔히 먹어치운다. 이런 뜻이 번져서 현재의 뜻처럼 일을 빨리 하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처리할 때 ‘감쪽같다’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고주망태 -
   ‘고주’는 술을 거르는 틀을 말하는데, 여기에 망태를 올려놓으면 망태에 술기운이 배어들어 망태 전체에서 고약한 술 냄새가 난다. 이렇듯 고주 위에 올려놓은 망태처럼 잔뜩 술에 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 ‘고주망태’다.

괴발개발 -
   글씨의 모양이 사람이 쓴 것이 아니라 흡사 글자를 모르는 고양이나 개나 쓴 것과 같음을 이르는 말이다.

긴가민가 -
   이 말은 본래 기연가미연가(其然-未然-)라는 한자어에서 나왔다. 이것이 줄어서 ‘기연미연’이 되고 또 그것이 ‘긴가민가’로 바뀌어 쓰이게 되었다.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이다.

굴레/멍에  -
   소에 코뚜레를 꿰어 머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동여맨 것은 굴레, 달구지나 쟁기를 끌 때 마소의 목에 가로 얹는 구부정한 나무가 멍에다. 따라서 굴레는 죽을 때까지 쓰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멍에는 일을 할 때만 쓰는 것이다. (이 둘을 비유적으로 쓸 때는 강약을 달리 써야 한다. 평생 벗을 수 없는 것, 즉 노비의 자식이라든가 살인범의 아들 등은 굴레에 속하는 반면, 벗으려면 벗을 수도 있는 것, 즉 남편의 속박이라든가 가는 고부간의 불화 등은 멍에에 속한다.)

부질없다 -  
   ‘불질을 하지 않았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두 가지 어원이 있다. 하나는 대장간 어원설인데, 옛날에 대장간에서 쇠붙이를 만들 때 쇠를 불에 달구었다 물에 담갔다 하면서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불질을 하지 않은 쇠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는 데서 이 말이 나왔다고 한다. 또 하나는 불을 피우는 기구인 풍로에 관계된 설이다. 옛날에 불을 피울 때는 풍로를 돌려 불질을 해야만 불길이 활활 일어났는데, 불질을 하지 않으면 불꽃이 일어나기는커녕 금방 사그라들었다. 풍로에 불질이 없다는 것은 곧 아무런 결과를 볼 수 없다는 말과 통한다는 해석이다.(쓸데없고 공연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시달리다 -
    흔히 성가시거나 괴로운 일을 당하는 것을 ‘시달린다’고 하는데 본디 이 말은 불교의 ‘시다림(尸*林)’에서 나온 말이다. 시다림은 인도 중부에 있는 왕사성의 북쪽에 있는 숲의 이름으로, 사람이 죽으면 이곳에 시신을 내다버리는 일종의 공동묘지였다. 그 때문에 이곳은 공포와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지옥 같은 장소가 되어버렸는데, 도를 닦는 수행승들이 고행의 장소로 이곳을 즐겨 택하곤 했다. 도를 닦는 수행자들은 이곳에서 시체가 썩는 악취와 각종 질병과 각종 날짐승들을 견뎌내야 했다. 그러므로 이 ‘시달림’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곧 고행을 가리키는 것이었으며, 여기에서 ‘시달림’이라는 말이 나왔다. (괴로움을 당하거나 누군가가 계속해서 성가시게 구는 것을 말한다.)

하염없다  -
   동사 ‘ㅎ.다’의 명사형인 ‘ㅎ.욤’이 변해서 된 말이 ‘하염’이다. 그러므로 본래는 ‘하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시름에 싸여 멍하니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나 끝맺는 데가 없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골백번 -
   ‘골’은 우리나라 옛 말에서 만(萬)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골백번이란 백 번을 만 번씩이나 더한다는 뜻이 되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횟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나락 -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에서 온 말로 지옥을 뜻하는 불교 용어다. 구원할 수 없는 마음의 구렁텅이를 가리키는 말로도 널리 쓰인다.

단말마(斷末魔) -
   ‘말마’는 산스크리트어 ‘마르만(marman)'의 음역인데 사혈(死穴)을 가리키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 죽음의 혈이니 이 혈을 막거나 끊어버리면 그대로 죽게 된다. 그러므로 단말마의 본뜻은 죽음 또는 죽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숨이 끊어질 때 마지막으로 지르는 비명을 말한다.)

안타깝다 -
   이 말은 ‘ 안이 따갑다’에서 온 말이다. 곧 속이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워 발을 동동 구를 정도라는 뜻이다.(어떤 일이 되지 않거나 시원치 않아서 조바심이 날 정도로 속이 타고 갑갑하다는 뜻이다.)

억장이 무너지다  -
   억장(億丈)은 본래 억장지성(億丈之城)의 줄임말로 성의 높이가 억 장이 돨 정도로 퍽 높이 쌓은 성을 말한다. 그러므로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은 억 장이나 되는 높은 성이 무너질 정도의 엄청난 일을 말한다.

쥐뿔도 모르다 -  
   원래는 ‘쥐좆도 모른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옛날에 강아지만큼 크게 자란 요망한 쥐가 사람으로 변하여 주인 영감을 내쫓고 그 자리에 들어앉아 주인 행세를 했다. 가짜로 오인 받아 집에서 내쫓긴 주인이 하도 억울해서 영험하다는 스님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드디어 스님이 알려준 비방으로 요망한 쥐를 내쫓은 주인 영감은 열 일 제쳐두고 부인부터 불러 앉혔다. 그러고 나서 부인을 나무란 첫마디가 바로 ‘쥐좆도 모르냐!’였다.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도 남편과 쥐를 분간하지 못하느냐는 핀잔이었던 것이다. ‘쥐뿔’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서 유래된 말이었는데 표현이 너무 노골적이라 부드러운 말로 바꾸다 보니 형태상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뿔’이라는 말로 대치하게 된 것이다.

환장하다  -
    환장(換腸)은 환심장(換心腸)이 줄어서 된 말로서, 마음과 내장이 다 바뀌어 뒤집힐 정도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