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짧은 컷트 헤어스타일을 고수 하며 조금만 길어도 못 참는 성질머리 때문에 미장원에는
한달도 안 돼서 찾는 편이다. 단골로 드나드는 미용실이 있는데 '어디 어디가 컷트는 잘 한다더라 '고
쑥덕거리던 여자들 입방아에 솔깃해져서 오늘 아침 그 잘 한다는 ' 예끼'라는 미용실을 찾아 가 보았다.
멋내기 염색을 하고, 컷트를 하겠다고 했더니 '코팅' 이란 거 까지도 해 보라고 권했다.
머리카락이 보호 되고 윤기도 난다나.
머리 숱이 많아 카트머리가 잘 어울린다고 미용사도 파마를 권하지 않은 바이긴 하지만 파마는
결혼 후 세번인가 해 보았는데 지독한 파마약 냄새를 맡으며 기다리는 데 질려서 다시 더 할 엄두도 내지 않았던 터이다.
유행추세에 따라 멋내기 염색은 해 오고 있는데, ( 멋 내 봐도 별수 없다만 ) 에구....염색할 때 머리 대놓고
기다리는 과정이 참 싫지만 한번 하기 시작하니 자라 나는 머리가 보기 싫어 어쩔 수 없이도 계속 하게 되데.
코팅하는 데는 시간도 그리 많이 잡아 먹지 않는다기에 해보지 뭐. 머리를 내 맡기게 되었다.
코팅약인가를 바르고 있을 적에는 써비스라며 손맛사지까지 해 주겠단다.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은아라는 아가씨가 처음부터 읽을거리를 가져다 주기도 하고,
차를 내 오기도 하는 등 시중을 들고, 손맛사지까지 해 주었다.
염색 끝나고 머리감기, 코팅끝나고 머리감기, 컷트하고나서 또 머리감기.
세 차례나 머리를 감기고 손맛사지를 해 주는 동안 아가씨는 나더러 샴푸할 때 물 온도는 맞느냐,
불편하셔도 조금만 참으시라, 그리고 전화받느라 염색약이 묻어 버린 핸드폰을 닦아 주는 등 때때로
수고했다 는 말까지 해가며 마냥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대했다.
순진함이 가시지 않은 얼굴에서 이제 마악 미용기술을 배우려고 첫 발을 들여놓은 태가 역력하다.
내 손을 맛사지 해 주는 아가씨 손을 보니 손도 내 질녀 유리처럼 자그마하고 어린 손이 곱기도 하다.
콕콕 지압을 해 대는데 어찌나 세던지, 그 어린 손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하루 한 두사람도 아닐 터인데 얼마나 힘 겨우랴, 안 쓰러워 그만 좀 하랬더니 자기는 보기보다 힘이 세단다.
머리를 다 하고 보니 바깥에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데 어떻게 가실거냐고,
우산이라도 있음 빌려드리면 좋겠는데.....아가씨가 자기 탓에 내가 비라도 맞게 되는 듯 어쩔 줄 몰라 한다.
비록 소위 시다바리 처지의 아가씨지만 자기가 맡은 일에 진지하고 성실하기가 이를 데
없구나. 마음씨 또한 착하기도 해라.
나는 그저 업무적으로 비위를 맞추려고 아부하는 듯한 그런 태도는 질색인 사람인데 은아라는 아가씨는 그렇지가 않다.
아가씨에게 뭔가 잘 해주고 싶어지는 마음....
계산을 하면서 ' 이건 은아씨가 이뻐서...' 하면서 5천원짜리 한 장 더 얹어 주고 나왔다.
날씨도 궂은 오늘 내 그 알량한 5 천원이나마 은아 마음에 보람과 기쁨 되기를 바라면서.... 2003,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