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거닐기 /글과사진: 김필연 ![]() 참 예쁜 섬마을입니다 색이 살아 있는..., 색은 곧 그들의 마음이고 삶이라 여겨집니다 ![]() 한가롭고 근심 없는 오후 경운기 한 대가 그늘에 졸고 있습니다 달콤한 오수를 방해할까 갈매기들도 조용조용 날고 ![]() 불과 몇 걸음이면 오를 뒷산에는 들꽃이 지천에 피어 온몸으로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고 있었지요 ![]() 약간은 빛바랜 등대 앞에 갈매기 날갯짓이 마치 대지의 기운처럼 하늘로 차오르고 ![]() 종탑에 매달린 종도 봄 햇살에 꼬박꼬박 졸고 있습니다 생물과 무생물이 휴식으로 교감하는 시간 ![]() 오후의 정적을 놓칠세라 야산 둔턱에서 들꽃 둘이서 사랑을 나눕니다 사랑해... 사랑해... ![]() 자연이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사람도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섬을 떠나야 할 일도 생기지요 ![]() 우체통의 기다림은 기약도 없습니다 왜 매달려 있는지 그 이유를 모를 때도 있지요 ![]() 그래도 을수네는 떠나지 않았습니다 증조할머니께서 쓰시던 저 커다란 독에 담가놓은 장이 익으면 다가올 스승의 날에 을수네 담임 선생님께 한 항아리 퍼다 드리려 합니다 그 뿌듯함에 오늘 오후의 한 줌 햇살도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 그래, 그래야지 뒷산에 핀 복수초들도 한마디씩 거듭니다 을수네 담임 선생님의 각시는 도시에서 고명딸로 자랐대 장도 담글 줄 모르고 김치마저도 잘 담그지 못한대 ![]() 바로 옆 담장 너머엔 혜미네 집입니다 혜미오빠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 어귀를 곧잘 씩씩하게 달렸지만 지난해 군대에 간 뒤론 덩그마니 자전거만 담벼락에 매여 있습니다 ![]() 호야네 집은 아직도 아궁이에 장작이나 나무 잔가지로 불을 피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따금 저 작은 구멍들 사이로 연기가 솔솔 새어 나오곤 하지요 ![]() 방과 후 뒷산으로 달음박질해 올라가면 여자아이들은 이 꽃을 따서 머리에 꽂았습니다 그중에 진이가 제일 예뻤습니다 내 동무 진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할까 ![]() 진이 할머니는 혼자 사십니다 진이가 5학년 되던 해 진이네 아빠랑 엄마랑 육지로 떠나서 여태껏 소식이 없지만 진이 할머니께서는 올봄엔 온대..., 올가을엔 꼭 온대..., 하시면서 기다리시기를 벌써 몇 년째인지 모릅니다 ![]() 꽃들의 속마음도 우리네 속마음과 닮았습니다 당글당글 알알이 맺혀있는 기다림처럼 ![]() 오늘도 땡땡 땡땡! 청아한 종소리가 새벽을 열었습니다 ![]() 날이 새면 어제 같은 오늘이 반복됩니다 혜미네 부모님은 군대 간 혜미오빠를 진이네 할머니는 육지로 간 진이네를 기다립니다 ![]() 대문마다 창마다 담벼락마다에 스민 기다림은 간절한 기도가 되어 늘 그렇게 종탑 높이 걸려 있습니다 ![]() 어르신...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이른 일곱이여... 늙은이를 뭣 하러 찍어..." "참, 고우세요..." "나 오른쪽 다리를 쓰지 못혀... " 어느 누가 있어 맘 놓고 어리광이라도 피셨으랴 잠시 스치는 나그네에게도 마음을 내리시는 어머니 우리네 어머니 저 나이 되시면 내 자식 네 자식이 따로 없습니다 나그네든 이방인이든 눈 맞추는 그 얼굴이 다 당신 자식입니다 다 주고 또 주어도 그래도 부족해서 지레 속이 타는 내 어머니십니다. |
출처 : 김필연의 글과 사진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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