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고 깨끗해 보여도 저 돌이며 화분사이에는 남천잎이며 �먼지같은 게 잔뜩 쌓여있다.
저 사진은 2월 달에 찍은 건데 매년 저렇듯 고운 봄빛이 비춰들기 시작하면서 부터 나는 베란다를 뒤집어
청소를 하고 분위기도 바꿔봐야지, 하는 숙제 한 가지를 마음으로 떠 안게 된다.
남천나무가 새 잎으로 갈아 입을 때부터 벼르던 일을 잎이 퍼렇게 어우러진
4월인 지금에 이르러서야 베란다 뒤집기를 실천에 옮겼다.
한쪽으로 옮겨가며 치우기 시작했으나 어찌 마무리를 다 할까?
아득하기도 하다.
비닐 봉지에 남천 낙엽은 쓸어 담고 바닥은 쓸어서 자갈쪽으로 모았다.
나중에 자갈은 따로 추려서 씻어 줘야지 ( 사실 이런 건 안 보여 줘야 하는데...내가 왜 이러남?)
돌담같은 테두리의 둥근 물건은 원숙이가 베란다에 두고 분수 물받침으로 쓰던 건데 대부도로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가면서 주고 간 것이다. ' 형님, 이게 그래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편이니 누구 주지 말고 형님이 꼭 사용하도록 하세요'
하던 말이 생각나 베란다 한 켠에 걸리적거리게 놔 두면서도 누구에서 선뜻 주지 못했던 것이다.
저 곳에 돌을 놓고 물이 흘러 나오게 하는 둥, 산 속 옹달샘같은 분위기를 연출해 보고
싶은 욕심이 나는데 엄두가 안 나서 작은 화초들을 한데 모아놓기로 했다.
나중에 배수구를 뚫고 흙을 채워 밭을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자잘한 화초들을 한데 모아 놓으니 정리가 되는 것 같으면서도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다.
보라색 캄파룰라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엄마가 생전에 키우시던 꽃이다.
언니들에게 엄마꽃이 피었다고 얘기하니 어떻게 생긴 꽃인지 궁금해하길래 언니들 주려고 캄파룰라 화분을
샀는데 줄 때까지 담아 놓는 거지 뭐.
트리안 화분을 얹어 보았더니 훨씬 안정이 된 느낌이긴 하나 뒤에 있는 작은 화초들을 가리니
내리는 게 옳을 듯 하다.
작은 남천이 있던 곳에 저 물받침을 놓느라 남천을 옆으로 내 보냈더니 전보다 자연스러운 맛이 덜 한 것 같다만
그래도 원숙이가 생각해서 준 성의를 봐서라도 써 먹어야지
갑돌이와 갑순이는 돌확옆 돌팍위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갑돌이, 갑순이가 있던 자리에 그릇장 안에 있던 삼순이와 삼식이와 와 있다.
베란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이 부분을 어떻게 달리 해야 하는데 내가 옹기를 워낙 좋아하는지라 거실 쇼파에 앉아 가장 잘
내다보이는 원래의 자리에 그냥 둘 수 밖에 없다. 오랫만에 동생을 잘 보살피는 옥이도 깨끗이 씻어주고. 단지도 씻었더니
한층 맑고 깨끗한 분위기로 바뀌었네.
오솔길에 비춰드는 햇살이 곱다.
새가 앉아 있고, 화분이 올려져 있는 받침은 중간에 홈이 파여있어 물을 부어 수반으로도 쓰는 것이다.
관솔로 만든 것인데 물이 흐르지도 않는다 .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것인데 그런만큼 남다를 애착이 이는 물건이다.
멧돌은 사실 이미테이션인데 그래도 참 자연스러운 편이다.
실제 멧돌을 이용하고 싶긴 한데 너무 무겁고, 물이 흘러 나오는 호수처리도 그렇고 해서
그냥 저걸로...참고 있다.
절구와 돌확에 낀 이끼는 내가 가장 살갑게 여기는 부분.
햇살 비칠 때 보면 정말 예쁘다.
워터코인을 저 자배기에 가득 채우려고 사 온 걸 헤라가 반을 뚝 떼 놓았다.
그래놓고 ' 언니 잘 했지?' 그러는데 ' 그래 잘 했다' 라고 해 주었다.
여백에 개구리밥이 동동 떠 있는 모습도 예쁘다.
그러고보니 헤라에게 저런 옹기 그릇을 하나 구해준다고 해 놓고는 아직까지 못 해 주었네.
청소며 정리를 끝내고 난 뒤엔 오래된 체증이 내려간 듯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