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살

백두산 탐사기 ㅡ 말나리님

뜰에봄 2008. 7. 22. 13:43


이번 나의 백두산 여행은 마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연주회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메시아 연주회에 단원으로 참여했던 그 순간을 꼽는다,
교회의 연합성가대 300명과 순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목사님의 지휘로 만들어낸 크리스마스 축하 음악회였다.
6개월의 연습기간 동안 나는 얼마나 그 음악에 매료되었던지 전혀 그 음악만을 달고 살았다 .
곡이 너무 어렵기도 했지만 53곡 어느 한 곡도 어느 한 소절도 버릴수 없이 황홀하게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
나는 헨델에 반했다.그에게 신이 임하여 그 곡을 작곡했다고 믿었다.

백두산이 그랬다.
환보차로 천지를 향하여 오를 때 부터, 차에서 내려 천지를 향하여 걸을 때 부터 짐작했다 .
메시아의 서곡을 듣는 순간 그 음악에 끌려버렸던 것 처럼.천지를 향하여 걷는 몇분 동안 나는 그에게 필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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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천지를 보기 전 삭막해 보이는 풍경이지만 그래도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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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천지, 천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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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만세~~!!
나는 중국을 통해서 중국 사람에게 돈을 주고 왔지만 백두산이 중국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
그래도 중국땅이 라고 하나 믿고 싶지 않다. 그래도 현실이 그렇다고 하니 갑갑하여 눈물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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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잠시,눈으로 보이는 곳 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꽃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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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까지 오는 꽃들을 제끼며 꽃밀림을 간다 .눈으로, 한손샷으로 마구 찍으며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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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쓰러져 저절로 다리를 만들어 낸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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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나무와 풀들이 마음껏 흐드러졌다.이런 곳을 걸어 다니다니 그림으로만 떡을 보다가 실제로 떡을 먹는 기분이랄까.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으로 인도하시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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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롭고 행복한 장면이다. 꽃들은 찬양과도 같다.
백두산은 찬양팀이었고 모든 골짝들과 바위 안개와 바람까지 거대한 오케스트라였다 .나도 거기 찬양팀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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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사대 인원이 적절한 것 같다 .이들도 다 꽃이려니 ~~어여쁘다.
인원이 너무 많아도 힘들겠고 이보다 적어도 탄력이 안 붙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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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 영창 같은 생열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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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노호배에 가는 날인데 비가 많이 왔고 나는 비도 싫지 않았다.
승질 디런 남자 같다는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일기에 대해 이미 만반 준비가 되었고 어떤지 한번 당해보고 싶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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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탐사대장이 이런 일기에는 노호배가 무리라고 코스 수정을 제의 했고 대원들은 가자 말자 잠시 분분해졌다 .
그동안 몸이 불편한 사람도 생겼고 탐사대장으로서는 안전이 제일 우선이라서 내린 조처일 것이다 .
그러다 갈 사람과 안 갈 사람 선택하게 되었는데 나는 잠시 주저하다가 가는 쪽을 택했다.
이 선택은 내가 나중에 <노호배 선택> 이라고 명명하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교훈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안전보다 모험을 택한 내가 대견했고 스스로 만족했다 ^^*
노호배를 선택한 대원들은 <8인의 특공대>라고 비장하고도 멋드러진 이름을 지어 붙이고 못간 사람들에게 조금 으시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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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22번/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그 합창이 울려 나오는 장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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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억수로 퍼붓고 바람이 불어서 조금 두려웠지만 의외로 길이 평탄하니 만만했다 .
8인의 특공대의 임무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안전하고 평안한 집을 떠나 험하고 고생스런 백두산에 왔다.꽃을 보러 왔지만 그 뿐은 아니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모험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두렵지만 실행 할 수 있는 결단력.
나에게 있었으면 하는 것 들이다 .
노호배 그 순간 만은 야성(야성이 아니고 야썽이다)이 꿈틀거렸다고 본다 . 퇴화된 야썽을 회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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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도 비도 바람도 좀참꽃도 우리의, 나의 행복감을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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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백제비꽃도 첨으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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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은 무슨 고생, 고생까지도 즐거워 하는게 천상의 특성인가보다. 행복 풀코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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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등 이쪽은 화살곰취, 저쪽은 금매화 ,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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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런 노호배 탐사였다.
맑은날도 부럽지 않고 물이 들어차버린 신발도 불평스럽지 않고 대원들과 더 끈끈한 동지애를 느껴보았던 멋진 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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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무사히 나와서 지나는 차를 잡아 타 보자고 기다렸다 .
조금이라도 더 이쁜 사람이 행색이 좀 나은 사람이 차를 세워 보라고 서로를 권했다 .
근데 우리가 불쌍해 보이는지 버스가 그냥 태워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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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서 가장 안어울리는 풍경이 있어 올려 본다 .
천지에서 북한쪽을 지키는 북한군인들이다. ㅊㅊ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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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지는 바위 지대인데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니 빨리 지나가야 한다고 가이드가 주의를 준다. 산괭이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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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찬양대,넌 무슨 파트니? 난 소프라논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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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만병초 저 뒤로 하얀 배경은 만년설이다. 스틱으로 쿡쿡 찔러보니 진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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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모델 멋진 배경에 이렇게 밖에 사진을 못찍나? ㅊ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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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꺼져 버릴 것 같은 천지 주변 능선을 죽 타고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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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 멋진 배경 두메양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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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있어 더 감동스런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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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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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고맣게 보이는 인디칸들.일생에 한번 뿐일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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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한계선의 사스레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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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었지만 그래도 반가운 털복주머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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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보고프던 솔나리 .

이렇게 이번 백두산 여행으로 생애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하나를 추가 했다.
나는 돌 하나 도 꽃 한송이 도 모든 것이 감동과 아름다움이었던 백두산을 일생 간직 할 것이다.
하나님의 대작 백두산연주회를 감사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