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고 하는데도 연일 비가 내리지 않고 햇볕이 나서 이제 장마도 이런식으로 지나가고 마나보다 했는데
이제야말로 본격적인 장마에 접어 든 것같다.
아침내내 곧 비를 퍼부을 듯 음침한 날씨이다.
비도 좋아하고, 눅진한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장마라 이런 분위기가 며칠이 이어질 것 같다 싶으니
어쩔 수 없이 주부의 자세로 돌아가 집안에 습기차서 곰팡이라도 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빨래걱정이 늘어지고 만다.
지금도 세탁기 안에 가득 든 빨래를 들여다보고 왔다.
축축한 수건이랑 땀 배인 옷가지들이 한데 얽혀 있는 것을 보니 찝찝하기 짝이없다.
빨아도 축축한채로 오래 걸려있다 마르면 개운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일것이다.
이런 저런 집안일에 무심해지려고 컴퓨터앞에 앉아버렸다.
시라도 찾아 올리려고 하니 시를 슬쩍해오곤 하던 몇 군데 즐겨찾기 사이트가 사그리 없어졌다.
여행을 떠난사이 컴퓨터가 바이러스를 먹어 그안에 컴퓨터안에 저장된 자료가 싹 날아가 버린 탓이다.
그거야 또 물색하면 될테고...다른 건 상관없는데 저장해 두었던 사진들이 아깝다.
안그래도 사진을 찍어 쟁여만 둔 게 늘 숙제처럼 마음을 누르던지라 요즘들어 작심하고 정리하는 중인데 ,
늦어도 7월까지는 다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건만..쬐매만 더 참아주지.야속도하다.
무엇보다 지난 봄 십 오 년만에 만난 친구 영주사진이 걸린다.
영주는 고등학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인데 수녀원으로 가서 공부를 계속한 뒤 지금은 살레시오 수녀원에서
일반인들을 상대로 상담을 하는 둥, 바쁘게 살고있다.
벼르고 별러 약속날짜를 잡고선 수녀원으로 가서 한 나절 머물면서 영주가 안내한 수녀원 곳곳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그걸 여태 저장만 해 놓았다.
며칠 전 영주와 통화하고 나서 영주사진부터 정리해야 겠다 싶어 들춰보기까지 해놓고는 또 여행 후로 미루다가
홀랑 날려버렸던 것이다.
야생화 정기탐사 때 태백산에 가서 몇이서 정상까지 오를 적에 예쁘게 폼을 잡던 강물님 사진도 눈에 어른거린다.
에혀, 누구를 탓하랴...
그나마 블로그에 안전하게 간직된 사진이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 여겨야 할까부다.
하늘이 조금 밝아져 온다.
한 나절쯤 장마비가 참아주려는가?
우선 수건을 삶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