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뜰에 내린 햇살마음

옷 자랑

뜰에봄 2009. 11. 30. 15:08

 

  ,  내가 워낙  자연적인 것을 좋아하는데다 여름 더위를 이기는 옷감으로는 인조이상 덮을 게 없다는 것을

익히 알기에 인조염색천으로 옷 한 벌 지어입으려고 작정하고  천연염색을 하는 사촌시누님으로부터 옷감을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해 입는 것이 문제였다.

요즘은 양장점이 거의 사라진데다가 몇 해 전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천으로 동대문까지 가서 옷을 맞췄으나 실패한 경험이 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다. 천을 받아놓고 여기 저기 알아보던 중에 지난 가을 한림님 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오셨을 때 천을 보여드렸더니

내가 미처 부탁드릴 겨를도 없이 기꺼이 옷을 지어주시겠다고 하시며 옷감을 챙겨 가셨다.

 

 

 

인조에 쪽물과 감물을 입힌 천이 글세  이렇게 변신을 해서 내 앞에 나타났다.

천으로 감싼 단추하며 바이어스를 덧대어 박은 목선이 어쩌면 저리도 매끈한지... 볼수록 감탄스럽다.

일흔도 넘으신 연세에 저 옷감을 붙잡고 잘 해 주시려고 얼마나 신경을 쓰셨을꼬?..

 

 

                                 

                                     

                     미어지는 인조천의 특성상 바지통을 넓고, 길게 해서 한 벌로 맞춰주셨다.

 

 

 

                              이건 또 짧은 바지와 한 벌이다.

                         저 두 벌이면  입고 빨고를 번갈아하며 내년 여름 더위를 거뜬히 이겨 낼 것 같다.

                    한림님 어머님 솜씨 좋으신 거 , 내게 만들어 주신 옷 말고 전에 이미 자랑했던 것들도 올려본다.

 

 

 

                                 이 웨딩드레스도 지난 해에 한림님 어머님께서 직접 동대문 시장에서 감을 떠다가 만드신 거라고 한다.

                                 멋진 모델은 따님인 은녕씨.

 

 

 

                             결혼식날 신랑에게 건네 줄 성경책인 듯 하다.

                             나이드신 분인데 저 센스와 감각을 누가 따라갈까 싶다.

 

 

 

                      지난 봄엔 퀼트에도 도전하셨다고 한다.

              저 조각조각들을 일일이 본을 떠서 맞추어 꿰매신 노고와 정성을 떠올리면 아뜩하니 현기증이 다 날 지경이다.

 

         ~~~~~~~~~~~~~~~~~~~~~~~~~~~~~~~~~

 

                 어머니께선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입으라고 하셨지만 어디 입이 근질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지.

               그나저나 이 고마움, 이 크신 사랑을 어찌 다 갚을까?

                이건 물질로도, 기도로도 대신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클났다.

               그런데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나중에 예쁜 꽃무늬 골덴 천을 끊어

               실내복 한 벌 해 주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단 생각이 솟구치는 건 뭐람. 뻔치도 좋지.

               뭐라도 도가 지나면 덤덤해진다더니 내가 그 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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