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우리 아부지 기일이다.
아버지 돌아가신지 30년이 넘는다.
그때도 양력으로 삼월이었는데 아버지 장례식 전 날 밤엔 때 아닌 춘설이
푹푹 쌓일 정도로 내렸다.
큰 오빠께선 아침에 온 천지가 새하얗게 바뀐 걸 보시고
'아부지 가시는 길을 밝히는 듯이 눈이 내려서 참 기분이 좋다' 고 하셨다가
큰오빠에 비해 유교적인 법도를 엄청 따지시는 작은 오빠로부터 ' 형님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부지 돌아가셨는데 기분좋다는 말은 당치 않습니더' 라는 지청구를 들으셨다.
진해 큰오빠댁에서 제사를 모시는데 길 멀다는 이유로 가지도 않다니 ...
이래서 딸들은 시집가면 남이라는 말이 있나보다.
특히 울 아부지께선 세째딸인 나를 얼마나 편애하셨던가.
아부지 기일날 저녁에 나는 아들이 사 온 생일 축하케잌을 앞에 놓고,
불도 끄고, 축하노래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