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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이 머무는 뜰
[25]어느스토커의고백보이지않는손Invisible hand
뜰에봄
2010. 4. 6. 08:25
[25]어느스토커의고백보이지않는손Invisible hand
Love is task 이루어야할 사랑이므로
and it never will pall. 이제는 되돌릴 수 없으리.
Sweeter than honey 꿀보다 달디 단 사랑
and bitter as gall. 쓸개보다 쓰디 쓴 사랑
Cupid, he rules us all. 우리는 사랑의 신 큐피드의 꼭두각시라네.
-Romio & Juliet, capulet가의 축제-
옛사랑은 동경에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추적이 마치 제보자를 기다리는 무기력한 수사본부 같은 꼴이었다면 “동경”의 발견은 콜롬보도 놀랄 만한 장한 추리력이라고 옛사랑은 스스로 우쭐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으시대며 동경을 찾아간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의 행보가 막연해 졌다. 동경은 옛사랑이 혐의를 두고 있는 아파트와도 상당한 거리에 있었고 그 곳에서 그녀와 그의 아들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옛사랑은 일단 배후지 아파트를 순회했다. 오후 내내 연두색 수첩속의 정보와 배후지 아파트의 모양새를 비교했으나 유사점은 없었고 혼란만 더욱 가중되었다.
옛사랑은 풀 죽은 모습으로 다시 동경으로 돌아왔다. 동경은 건물의 이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일단 들어가 볼까하고 망서렸으나 그 다음의 또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다시 막혔다. 옛사랑은 순회에 순회를 거듭하며 점점 피로해져 갔다. 어딘가에서 좀 쉬어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리번거리던 옛사랑의 눈에 거상(巨象)이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거상(巨象)은 동경 바로 맞은 편 건물 이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옛사랑은 목조로 된 계단을 삐걱거리며 올라가서는 입구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화장실을 가는데 목조로 된 바닥이 자꾸 삐꺽거렸다. 테이블에서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창문 쪽을 향해 앉아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망연히 창을 응시하던 눈은 스스로 감기고 옛사랑은 깜빡 졸기 시작했다. 옛사랑이 잠을 깨었을 때는 주문했던 카푸치노가 싸늘히 식어 있었다.
불타는 황혼을 등지고 옛사랑은 지하철역을 향해서 걷고 있었다. 개찰구에 막 들어선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왠지 그렇게 반갑지도 않았다. 그녀는 아들을 학원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옛사랑의 멍한 의식에서 반짝하고 불꽃이 일었다. 그것은 그녀가 옛사랑과 반경 300미터 내에 위치하고 있음을 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사랑은 이내 흥분을 거두고 만다. 이전 같았으면 옛사랑은 또 무엇인가를 획책하려고 머리를 굴렸을 터이지만 그때는 달랐다. 분명한 지점을 모르는 채 300미터의 반경내에서 계속 움직이는 목표물을 추적한다는 것은 가능성 제로에 가깝다. 옛사랑은 추적을 통해 이미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했다. 특히나 분명한 지점을 알고서도 50미터의 거리에서 그녀를 놓쳐버린 옛사랑이 아닌가. 그는 이제 노련해졌으며 싹싹하게 후퇴할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때의 옛사랑은 긴 순회로 말미암아 몸은 솜처럼 풀어지고 지쳐있었다.
역 플랫폼에서 전동차가 오나 안 오나 기웃거리면서 “지금 집이신가요?”하고 옛사랑이 물었다. “아뇨 가는 중이여요”라고 그녀가 대답했다.“네에 그렇군요. 가서 저녁을 해야겠군요”라고 옛사랑은 대충 응수하고 있었다. 그날 따라 추운 날씨였고 S동은 종점에 가까웠으므로 언제든지 앉아 갈 수가 있었다 옛사랑은 전동차의 따뜻한 자리가 그리웠다.
“지금은 가는 도중에 커피숍에 들려 커피한잔 마시는 중이랍니다”라고 그녀가 말했다. “네에 무슨 커피 마시나요? 다방커피 마시나요?”하고 건성 웃었다. “카푸치노요” 그녀가 대답했을 때 옛사랑은 멈칫했다.
옛사랑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상황묘사 잘하는 K님이시니 또 카페 묘사 한번 해 보셔야죠” 그녀는 하하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이 재잘 거리기 시작했다.
“네. 저는 사각 테이블에 앉아 있어요, 나무 바닥으로 된 꽤 운치 있는 카페랍니다. 레이스 달린 커텐도 멋져요. 이곳에 저 잘 와요...”
“네에..초밥 집에다 커피 집에다 먹자골목이군요” 날카로운 옛사랑의 유도심문이었다. 그녀는 바로 걸려들었다. “네. 동경 바로 앞에 있는 집입니다.”
옛사랑은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거 같았다. 기가 막혔다. 이게 뭐야. 이런 옌장할!! 그녀는 지금 거상(巨象)에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거상에 있었다. 옛사랑이 방금 10분전에 앉아 있었던 바로 그 곳에 그녀가 앉아 있는 것이었다.
“커피 다 드셨나요?” 옛사랑이 황급히 물었다. “아뇨 이제 마시기 시작하는걸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저요 지하철 타고 전화할 테니 조금만 계세요!”하고 핸드폰을 끊었다. 그때 전동차의 자동문이 열리고 있었다. 옛사랑은 말과는 달리 열리는 문의 반대방향으로 바람처럼 뛰고 있었다.
기쁨 같은 것은 없었다. 입에서는 욕만 나왔다. 이 망할 놈의 기집애!! 이 여자 때문에 왜 내가 이 고생을 해야 되지. 내 팔자는 왜이래. 내 사랑은 왜 이모양이냐고...
불쌍한 옛사랑! 그는 그 피곤한 와중에서도 운명의 달리기를 또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옛사랑은 급한 와중에서도 지난번의 질주를 생각했다.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마지막 스퍼트를 실패했던 그 상황을 떠올렸다. 이번 레이스는 그 보다 두 배 이상 긴 거리아다. 옛사랑은 행군하듯이 뛰었다. 이번 레이스는 분열된 인격의 갈등같은 것은 없었다. 지킬박사와 파우스트, 하이드와 메피스토펠레스 대신에 어떤.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옛사랑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손은 그 날 하루 종일 옛사랑을 끌고 다녔고 이제는 그 손이 이 질주를 리드하고 있었다.
Cupid, he rules us all. 우리는 사랑의 신 큐피드의 꼭두각시라네.
Invisible hand, it rulls us all. 보이지 않는 손, 그 손이 우리를 지배한다네.
(note)
Romio & Juliet -Love theme
What is a youth? 모름지기 사내라는 것은
Impetuous fire 마른 장작처럼 불붙기 쉽고
What is maid? 계집은 태생이
Ice and desire 이랬다저랬다 내숭덩어리
The world wags on. 한 세상 그렇게 얽혀 사는 것을
A rose will bloom. 화무 십일홍!
If then will fade, so does a youth. 사내여, 계집이여
So does the fairest maid. 너희 시절은 잠깐이거늘
comes the time, 한바탕 호시절은
When one sweet smile 누구나 그렇게 오겠지만
Has its seasons for a while 그러나 그 시절 잠깐일세.
Then love’s in love with me. 시절 따라 내 마음에 사랑이 움트네
Some, 못난 놈들은
They think only to marry; 장가갈 궁리만 하고
Others will tease and tarry 다른 바보들은 계집 꽁무니나 쫒지만
Mine is the very best party. 무어니 해도 내 사랑이 제일 일세.
Cupid, he rules us all. 우리는 모두 사랑의 신, 큐피드의 꼭두각시라네
Caper the cape 어깨춤을 추면서
but sing me the song. 노래 한자락 내게 불러다오.
Death will come soon 인생은 금방가고
to hush us along. 죽고 나면 입 다물것을
Sweeter than honey 꿀보다 달디단 사랑
and bitter as gall. 쓸개보다 쓰디쓴 사랑
Love is task 이루어야할 사랑이므로
and it never will pall. 그 사랑 이제는 되돌릴 수 없으리
Sweet then honey 꿀 보다 달디 단 사랑
and bitter as gall. 쓸개보다 쓰디 쓴 사랑.
Cupid, he rules us all. 우리는 모두 사랑의 신 큐피드의 꼭두각시라네
A rose will bloom 화무 십일홍!
It then will fade. 사내여,
So does a youth. 계집이여.
So does the fairest maid. 너희시절도 잠깐 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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