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 끄적...

사람 이야기

뜰에봄 2010. 7. 8. 17:46

 

요즘 저는 아침을 참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출근을 하려고 주차장에 내려가 보면 제 차가 번쩍번쩍하니까요. 월세차를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제 차를 말끔하게 닦아놓아요.

이상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저만치서 어느 운전기사 한 분이 무관심한 듯 바다를 바라보거나 자기 차 먼지를 툭툭 털고 있어요.

하루 이틀 사흘... 하루도 빠짐없이 세차가 되어 있어서, 아침마다 사장님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그 기사에게 여쭤보았어요.

아저씨 누가 제 차 닦는 거 보셨어요~? 하니 "아뇨~ 저는 못봤는데요~"

그 다음날 일부러 좀 일찍 주차장으로 내려 가보니 그 기사가 제 차 쪽에서 자기차로 황급히 돌아가는 것이었어요.

손에는 세차걸레를 쥐고서.

그래도 제 차를 닦는 걸 실제로 본 건 아니어서  아저씨가 세차를 하신 거 아니예요? 라고 묻기가 좀 그렇더군요.

아침에 몇 번 "안녕하세요~ 먼저 갑니다 수고하세요~" 인사를 나눈 정도여서.그러다 어느 날 드디어 현장을 잡았다는 겁니다.

비가 온 뒷날이라 제 차를 닦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지 열심히 차를 닦다가 딱 걸린 거예요.

아저씨 왜 맨날 제 차를 닦아주시는 거죠~? 따지듯이 물었죠.

그랬더니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새 차가 더러우니까 보기가 좀 그래서요..."

사뭇 기가 죽은 모습에다 대고 고마워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큰소리를 친 게 아닌가.

매일 차를 닦아주시니 송구스러워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앞으론 가만히 두세요. 절대 세차하지 말아주세요~!

그 기사님 기분 나쁘지 않을 한도 내에서 최대한 못을 박아 얘길했지요. 그러고는 일부러 다른 층에다 주차를 했어요.

그러다 며칠이 지났고, 다시 평소 주차하던 3층 주차장에 주차를 하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그 다음날 또다시 제 차가 번쩍번쩍 빛이 나는 거예요.

주위를 둘러보니 어디에 숨었는지 아님 다른 볼일이 있어 잠시 자리를 떴는지 그 기사아저씨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 자기 차속에서 머리 숙이고 숨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도 제 차는 매일 아침마다 반짝반짝했답니다.

말리는 것도 어느 정도지... 이젠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녹차를 하나 준비해서 주차장으로 내려갔지요.

제가 다가가자 또 나무라는 줄 알고 안절부절못하는 겁니다.

작은 쇼핑백을 내밀자 저만치 뒷걸음을 치며 받지 않겠다고 손사레를 칩니다. 달려가서 억지로 손에 쥐어드리자 엉거주춤 서서

"제가 이걸 받을 일을 한 게 없는데요..." 난처해하는 표정이 재밌어서 그 다음날 아침엔 와인을 한 병 가지고 내려갔어요.

그랬더니 거의 울상을 되어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거예요. 한 고집하는 저를 이길 수 없겠죠~^^

"하찮은 운전기사에게 진심으로 따뜻하게 인사하는 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그냥 모른 척 하고 계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하며 환하게 웃으시는 겁니다.

제가 받은 선물은 직접 그린 문인화 모란꽃과 꼼꼼하게 쓴 반야심경이었습니다.

부인께서 직접 쓰고 그린 그림이라는데 보통솜씨가 아니었어요~!

제가 출근하고 나서, 가현맘이 짐이라도 들고 외출을 할라치면 쏜살같이 달려와 짐을 들어 트렁크에 넣어 주신답니다.

말릴 수도 거절할 수도 없는 선행 앞에서 우리 부부가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저는 반짝이는 차를 몰고 출근을 했답니다 ^^Y

 

작성자 ㅡ  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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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 아는 (맞지예?) 산내님 블로그에 올려진 글을 허락없이 퍼다 놓았습니다.

 

그 기사분이 얼마나 감동 했기에 매일처럼 세차해 줄 마음까지 먹었을까요?

평소 산내님 성품으로 미루어 사람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대했을지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  내친 김에 저도 감동스토리 한 편 덧붙여 봅니다.

 

일찍 남편을 잃고 혼자서 남매를 키우는 아주머니가 있는데요,

생계를 잇기 위해 젊을 때부터 부산에 있는 에어백 회사에 취직하여 차사고가 나면 부풀어 오를 풍선을

작디작은 구멍에 쑤셔 넣는 일을 했다고 합니다.

몇 년을 그 단순노동에 매달리다보니 오른쪽 엄지와 검지가 뭉그러질 정도가 되었고. 급기야는 목 디스크가 심각하여

수술을 할 지경에 이르렀답니다.

혼자 벌어 남매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형편에 수술비도 문제고, 거기에 수술을 하면 간병할 사람이 없어

멀리 서울에 있는 일흔이 넘은 언니를 오라고 해야 할 형편이라고 해요.

서울에 있는 언니도 가난하긴 마찬가지여서 경동시장에서 밤을 사가지고 그 밤을 까서 떡집에 팔아서

생활비를 보태는 형편이래요. 정말 기가 찰 노릇이지요,

서울에 있는 언니는 동생이 수술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애가 탔던지 다급한 마음에

다니는 교회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할 정도였다는군요,

그 성도 중에 뜰에봄 언니도 있었는데요. 뜰에봄 남편이 디스크 수술판정을 받아놓고 부산 명제한의원에 가서

목 부분에 망치로 몇 방 맞고, 침을 맞았는데 거짓말처럼 호전되었다고 하던 생각이 나서 그 말을 전해주었답니다.

우째 그런 일이? ~ 더구나 동생이 사는 부산에 있는 한의원이라고 하니 참으로 눈이 번쩍 뜨이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겠지요.

그길로 그 언니는 부산에 내려가서 동생을 데리고 명제의원을 찾아 가서 진찰을 받았다 합니다.

병원에선 당장 수술을 받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말했는데 웬걸, 그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자 급격히 좋아졌다네요

그 환자분은 물론이겠지만, 그 언니 되시는 분은 명제한의원 의사 선생님대한 신뢰가 이만저만이 아니더군요.

너무나 고맙다고 하면서 한의사 선생님을 <은인>으로 칭하더군요.

그런데요, 은인으로 불리던 한의사 선생님이 이젠 <천사 원장님>으로 불리는 거 있죠.

형편이 딱하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약값을 절반으로 뚝 잘라 받으시다가 얼마 전에는 아예 공짜로 지어주셨다고 해요.

참 우리 언니와 저는 그 천사 원장님을 소개해 드린 대가로 환자 언니 되시는 분으로부터 밤 한 됫박씩 얻어먹었습니다.

이래서 세상은 살만하다고 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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